▲ 송승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송승준의 여러 별명 가운데 하나는 '롯빠아재'. 롯데를 좋아하는 아저씨 팬이라는 뜻이다. 팀이 끝내기로 이기면 유독 팬처럼 기뻐해서 붙여졌다. 

송승준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롯데 팬이 됐다. 초등학생이었던 1992년 사직구장에서 관람한 한국시리즈가 기억에 생생하다고.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부를 때 마운드에 오르듯이 송승준은 자신보다 팀 이야기엔 애정을 듬뿍 담아 이야기했다. 선수 생활을 끝내기 전 부산 팬들에게 꼭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롯데 마지막 우승 장면은 기억 나나.

"기억난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때 학교에서 단체로 한국시리즈 보러 경기장에 갔다. 롯데기(야구대회)에서 우승하면 초청을 받았다. 그래서 봤는데 당시 오른쪽 담장 쪽으로 넘어온 홈런이 기억난다. 우승은 TV로 봤다. 사실 그땐 안 울었다. 내가 이렇게 야구를 오래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박수치고 TV에 나온 사람들이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우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을 것 같다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10살 때 시작했으니 야구 한 지 어느덧 30년째다. 30년 됐는데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몸 관리 잘하면 몇 년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왔다 갔다 한다. '최고참이 되면 힘들고 고민이 많아진다'는 선배님들의 말이 이제 이해된다. 시간이 빨리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빠르다."

-다른 팀이 우승하는 장면은 봤나.

"다 봤다. 그러니까 '은퇴하기 전에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이 급해진다. 1년 지날 때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아 내년엔 꼭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이 교차한다. 우승 반지 껴 봐야 하는데. 우리 팀이 우승을 못한지 거의 30년이 됐다. 우승한다면 부산 팬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롯데가 우승했을 때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송승준은 27세부터 40세가 될 때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무엇보다 철저한 몸 관리를 바탕으로 9년 연속 100이닝을 돌파하며 롯데를 대표하는 국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롯데 선수론 최동원 윤학길에 이어 세 번째로 통산 100승을 달성했고 현재 107승으로 윤학길에 이어 자이언츠 투수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다.

-자이언츠 투수로 여러 기록을 갖고 있는데, 영구결번은 꿈꿔 봤나

"절대 아니다. 영구결번이 될만한 성적을 못 거뒀다. 영구결번은 팀의 우승도 시키고 특정한 업적을 남겨야 하는 반면 난 꾸준히는 했지만 임팩트를 남기진 남겼다. 선발승은 최다승이지만 팀 최다승은 윤학길 선배님보다 10승이 모자라다. 구단과 팬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난 솔직히 이야기가 나오면 (자격이 모자라) 부끄러울 것 같다. 한국시리즈 최동원 선배님처럼 우승을 시키고 이 성적을 거두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젊은 투수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없나

"프로 세계에선 항상 있는 일이다. 내가 부족하면 내가 떠나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지 않고 경쟁력이 있다면 나이를 막론하고 뛸 수 있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말했었는데 이제 난 조연이 돼야 한다. 내가 중심에서 할 순 없는 상황이다. 후배들이 주연이 되고 내가 뒤에서 받쳐 주는 모습이 팀이 바라는 바람직한 그림이 아닐까."

-팀에 애정이 깊은 만큼 팬들도 송승준 선수가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

"사람이 끝이 굉장히 중요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게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올해가 선수 생활 마지막이 될 수 있고, 또 몸이 괜찮다면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든다. 중요한 해라고 악착같이 한다고 잘 되는 게 야구가 아니다. 그냥 지금까지 했던 대로 즐기려 한다. 운이 있는 상황이라면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늘에 맡기면서 하겠다. 오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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