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범, 김민재(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온전히 선수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한국 축구에 2018년은 대반전의 해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싸늘한 시선 속에 참가했다.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는 투혼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훈풍이 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가운데 23세 이하인 황인범, 김문환, 나상호가 벤투호에도 합류했다. 황의조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에 복귀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조현우, 이승우까지 원래 A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까지 더해 '자카르타 세대'들의 비중은 높아졌다.

어린 나이에 잠재력까지 보여준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됐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 부담도 덜었다. 하지만 이들의 해외 진출엔 뜨거운 응원보다 차가운 비판이 뒤따랐다. 김민재의 베이징 궈안행은 뭇매를 맞았고, 황인범의 캐나다 벤쿠버 화이트캡스행은 아쉬움의 대상이었고, 나상호의 일본 FC도쿄 정도가 큰 논란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들의 이적치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도전 의식 부재'라는 채찍이 가해졌다. 병역까지 해결된 마당에 축구의 본고장이란 유럽을 두드리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반면 옹호의 목소리도 있다. 선수 개인의 선택의 차원이라는 것. 경제적 안정, 개인의 발전, 선수로서 명예, 생활 환경, 가족의 행복 등 선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가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비난과 옹호의 논쟁 속에서도 이제 선수들의 선택은 내려졌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선수들이 진다.

축구 선수는 기량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북미 메이저리그사커(MLS)까지 리그별 다양한 특성과 상황이 존재한다. 환경이 변하면 선수 개인이 받는 영향도 크다. 김보경, 김진수처럼 J리그에서 성장해 유럽에 진출할 수도 있다. '아시아쿼터' 폐지와 함께 중국 슈퍼리그에서 고전했던 김영권이나 홍정호처럼 '탈출'을 외치거나 K리그로 돌아올 수도 있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 역시 선수들의 몫이다. 대표팀은 그 자체로 영광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증명하며 '몸값'을 높이는 실리적인 면도 존재한다. 대표팀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다.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돼 활약하고 싶다면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 

선수들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준비가 됐다. 황인범은 자신의 SNS에 "유럽 진출을 갈망했고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적을 추진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왔다. 최대한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구단이 원하는 이적료가 유럽 팀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대전이 그저 프로 팀이 아닌 집과 같은 존재의 의미로 다가오는 소중한 팀이기에 저의 꿈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이적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저를 키워준 구단에 보답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조건을 충족시켜주고 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팀이 바로 MLS의 밴쿠버라는 팀이었다"고 벤쿠버로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제 결정에 걱정과 우려, 비난과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MLS에서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민재도 자신의 SNS로 "유럽 이적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고 먼저 텐진 그리고 베이징에서 오퍼가 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온전히 제가 선택한 길이고, 이 선택으로 인해 많은 팬 여러분들이 실망했음을 알고 있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맞는 길만 선택해서 갈 순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들은 아직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이다. 당장의 선택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또한 만회할 시간적 여유도 있으며, 실패에서 배울 수도 있다. 이제 결정된 '행선지'에서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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