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룡 수비 코치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롯데 투수조.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선발 다섯 자리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양상문 롯데 감독은 KBO리그에선 파격적인 '오프너' 전략을 이야기했다.

오프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이 도입한 전략이다.

스몰 마켓 팀인 탬파베이는 선발투수가 부족했다. 그러자 캐시 감독은 발상을 바꿨다. 투수가 타자와 처음 만나는 1회와 타자가 두어 번 상대한 뒤인 6회에 실점 확률이 가장 높으니 1, 2회를 실점 없이 막고 두 번째 투수, 다시 말해 실질적인 선발투수가 상대의 하위 타선부터 상대하면 경기를 수월하게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 예상 라인업에 강한 투수를 내보내 1회를 넘겼다. 1회가 지나가면 두 번째 투수가 긴 이닝을 던졌다. 캐시 감독은 오프너에 대해 "상대 타자가 한 경기에서 우리 투수를 두 번 이상 상대해 얻을 이점을 얻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프너를 쓰기 위해선 최소 1이닝 또는 2이닝 이상을 확실하게 막아 줄 투수가 넉넉해야 한다. 롯데는 탬파베이와 닮아 있다. 확실하게 믿음을 준 선발투수가 부족한 반면 1이닝 또는 2이닝을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투수는 꽤 많다.

오프너를 이야기한 배경을 묻자 양 감독은 "다른 팀도 선발투수가 다섯 명 모두 완벽하게 있는 팀은 없다"며 "우리 팀엔 장시환을 비롯해 윤성빈 박시영 김건국 등 힘 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그래서 (선발진 숫자는) 숫자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 그 선수들이 비어 있는 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 '오프너의 상징' 세르지오 로모(오른쪽)와 선구자 케빈 캐시 감독.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비워질 때마다 첫 번째 투수를 1이닝만 쓰고 교체하는 메이저리그식 오프너는 아니다. 롯데가 투수가 많은 편이라 해도 탬파베이 등 오프너를 고정 전략으로 썼던 메이저리그 팀만큼 투수가 풍족하진 않다. 한정된 투수로 시즌 내내 오프너 전략을 쓰다간 불펜은 물론이고 투수진 전체에 과부하가 우려된다.

"이론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경험은 분명 부족하다. 따라서 특정 선수가 1년에 30~35경기를 선발로 뛰는 게 아니라 잠재력과 능력 있는 선수들이 한 경기를 맡아 주면 중간 투수들이 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린 경험이 쌓이는 선발투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 쓰고 있는 완벽한 오프너라는 개념보단 우리나라에서 썼던 1+1 전략이라든지 아니면 빠른 투수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발진 진입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 투수들은 오프너 전략에 생소해 하면서도 자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시환은 "KBO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략 아닌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난 선발이 무너졌을 때 롱릴리프 경험이 많다"고 자신했다. 스스로 오프너를 못한다고 기사가 났던 진명호도 후보. 양 감독은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항상 던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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