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곤. ⓒ곽혜미 기자
▲ 김헌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삼성 좌익수 김헌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은 '절실한 마음'이다.

표정에서부터 플레이까지,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강인한 투지로 절실하게 야구를 하는 것이 느껴지는 선수다.

그의 절실한 마음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투지나 투혼을 숫자로 표현하긴 불가능하지만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살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이터를 만날 수도 있다.

김헌곤에게는 볼 카운트별 상대 성적이 그것이다.

김헌곤은 유리한 카운트보다 불리한 카운트일 때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유리한 카운트는 심리적으로 투수보다 우위에 서 있게 된다.

타자는 투수에게 공격을 받는 대상이다. 그다음 공이 무엇인지 투수는 알지만 타자는 알 수 없다.

때문에 타자는 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기 위해 애쓴다.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상대 투수가 던질 공의 종류를 축소해서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 타자들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보다 나은 성적을 낸다.

김헌곤은 반대다. 유리한 카운트 때도 물론 잘 쳤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헌곤은 지난해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율이 2할9푼8리였다. 하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선 4할1푼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동등한 카운트에서도 3할4푼2리로 잘 쳤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더 좋은 타격을 했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능력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헌곤이 갖고 있는 절실한 마음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헌곤은 "뭔가 나름의 방법이 있기는 한데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절실한 것은 매 타석 매 공 마다 절실하다. 다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어떻게든 쳐야 한다는 의지가 더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위기감을 느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타자는 머릿속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유인구가 들어올 확률이 높지만 정면 승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에 속지 않는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높은 타율을 기록한 김헌곤은 그만큼 집중력과 생존 능력이 강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김헌곤은 2019년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거포 외야수인 김동엽이 가세하면서 외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비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능력에서 좌익수를 맡기엔 김헌곤이 다소 앞서 있는 듯 보이지만 공격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김한수 감독은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김헌곤이 아직 삼성의 좌익수를 확실하게 꿰찼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생존 능력이다. 경쟁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많은 노력과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김헌곤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보여 줬던 집중력을 살릴 수만 있다면 좌익수 경쟁에서 다시 한 걸음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김헌곤이 또 다른 도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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