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A매치 데뷔 골을 즐기는 황인범.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캐나다로 떠나는 황인범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욕심'을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황인범은 2018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의무 경찰 신분으로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덕분에 복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해외 진출이란 꿈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9월 A 대표팀까지 첫 승선했고, 내친 김에 지난 1월 아시안컵까지 나섰다. 아시안컵을 마친 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벤쿠버 화이트캡스 진출을 발표했다. 출국을 하루 앞둔 14일 황인범과 인터뷰를 나눴다.

"팀 훈련을 빨리 합류해달라고 했는데, 일단 병역특례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상태다. 국외 여행허가서, 비자 문제, 비행기 티켓까지 해결하느라고 늦었다. 개인적으로 몸을 관리를 했지만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 밴쿠버 구단에선 기대를 하고 계시지만 시즌은 길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진 않을 것이다.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황인범은 긍정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한국 대표 선수로서 활약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기성용, 구자철의 은퇴 선언과 맞물려 절실하게 새로운 도전과 성장에 목이 말랐다. 축구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 한국 대표 미드필더의 책임감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대회에선 선수들이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전술적이나 코칭스태프에서 잘해주셨다. 경기력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팀 내부적으론 서로 신뢰를 하고 있었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프로라면, 대표팀 선수라면 어떨 수 없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 부임 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기간 안에 해내야 한다."

아시안컵은 황인범에게 좋은 시험대였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웠다. 아시아 팀들의 성장, 노골적인 밀집 수비를 깨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를 확실히 '실패'라고 인정했다. 이제 아시안컵은 지나간 일이고 다음 목표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할 때도 많이 힘들었다. 금메달은 땄지만 과정은 어려웠다. 아시안컵에서 더 힘들 것이란 걸 예상했지만 정말 쉽지 않구나 느꼈다. 예전엔 아시아에서 대회를 한다면 가볍게 이길 수 있겠다는 인식이 있는 팀이 있었다. 이제 그렇게 마음을 먹고 경기에 들어가도 되는 팀은 없다. 멘탈, 전술 모두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월드컵 예선 동안 내려설 팀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 결과를 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해야 될 것 같다. 저는 특히 그런 걸 풀어줘야 하는 위치다. 개인적으로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인범이 대표팀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는 '형님'들의 은퇴다. 경기력 측면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대표팀을 지지하던 핵심 선수들의 이탈이다. 황인범은 기성용이 필리핀전에서 허벅지를 다쳐 이탈한 뒤 공백을 메운 선수. 이제 떠나간 선배들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내 자리'라는 자만심은 없다. 더 좋은 선수가 돼 기꺼이 경쟁에 나설 준비가 됐다.

"(구)자철이 형, (기)성용이 형이 은퇴를 선언을 하셨다. 선수로서, 후배로서 아쉽다.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존중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지션이 같다는 이유로 제게 기대를 하셨던 분들도 있고, 아직은 부족하다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다른 미드필더 선수들에게는 또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보다 어리든, 나이가 더 많든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욕심이 있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시안컵을 마친 뒤 귀국. 어두운 표정의 황인범. ⓒ한희재 기자

◆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기량 향상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잘 그리고 있었다. 먼저 다양한 선수들을 만날 기회다. MLS에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있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크고 빠르고 힘이 좋은 선수들과 맞붙어볼 기회다. MLS 선수들도 체형에선 황인범의 최종 목표인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

"많은 팬들이 걱정하시는 '피지컬'적인 면을 겪어볼 기회다. K리그에도 신체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지만 서양 선수들, 정말 사이즈가 확연히 다른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해 볼 기회가 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경기력에서 버텨주는 힘을 키워져야 할 것 같다. 경기장 중심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시즌 중반이라 몸을 엄청나게 키우는 건 아니더라도 밸런스, 힘을 준비하려고 한다. 사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까지 계속 달려오느라 신체 밸런스가 깨졌다. 쉬면서 준비를 잘할 시간이 있었다."

두 번째는 킥을 갈고 닦을 계획이다. 아시안컵처럼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만나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 세트피스다. 동시에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강한 팀들이 즐비한 월드컵 무대에서도 세트피스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과제는 공격적으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황인범은 공격수 주변에서 움직이면서 직접 득점도 종종 올린다. 공격수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또한 미드필더의 몫. 장기로 꼽히는 전진 패스 능력에 더해 득점력까지 갖춘다면 더 '특별한' 미드필더가 될 수 있다.

"피지컬적인 측면뿐 아니라 프리킥, 코너킥 연습을 많이 하겠다고 생각했다. 늘 팀에서 킥을 찰 기회가 있었다. 하나의 무기를 더 더하고 싶다. 공격적으로 나갔을 때 깊이 전진해야 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슈팅 능력이든, 박스 앞에서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MLS도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하더라. 어느 정도 유럽 리그만큼 올라왔다고 하더라. 개인 능력에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황인범을 맞이할 밴쿠버 화이트캡스 팬들.

◆ '해외파' 황인범의 새로운 도전

새로운 도전을 하는 황인범만이 아니다. 함께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을 치른 동갑내기 김민재(베이징 궈안), 나상호(FC도쿄)도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 유럽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경쟁을 펼치는 황희찬(함부르크) 역시 황인범과 절친한 동갑 친구다. 한국 축구를 10년은 책임질 1996년생들은 새로운 팀에서 생존해야 대표팀에서도 경쟁을 이어 나갈 수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를 두고 관심이 쏠렸던 것도 사실. 황인범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멋진 도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아시안게임부터 아시안컵까지 자주 만났다. 사실 같은 팀에 있는 선수들보다 더 자주 만났다. 저한테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다들 각자 무대가 달라졌다. 저희끼리는 서로 응원을 한다는 말만 했다. 어떤 선택을 했든 어디서든 잘해낼 것이라고 믿다. 대표팀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소속 팀에서 열심히 하자고 했다."

이제 활약하는 무대가 '해외'로 바뀐다는 것은 축구 선수로서의 삶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다. 한국에서 벤쿠버까지는 비행기로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에 오면, 장거리 이동의 피로는 물론 시차 문제도 있다. 황인범은 아시안컵 동안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몸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형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긴 했다.  리그 내에서도 이동거리도 길다. 구체적인 것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관리를 잘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형들은 어렸을 땐 치료실을 못 갔는데, 몸이 열심히 받으라고 하더라. 치료실을 자주 갔는데 희찬이랑, 맨날 오냐고 하시다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인범이는 신기하다. 나이가 어린 데, 생활 면에서 성실하고 나이 있는 사람처럼 한다." 아산 무궁화에서 함께 뛰었던 '선임' 이창용(성남FC)의 평가다. 인터뷰 내내 교과서 같은 답변을 내놓는 황인범이지만, 그의 말은 솔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캐나다로 떠나며 남긴 각오들 역시 결연했다. 23살 축구 선수 황인범의 축구 인생이 두 번째 장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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