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미풍이던 베트남 축구의 활약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년 AFF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2019년 UAE 아시안컵 8강까지 이어지며 신드롬이 됐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아시아 전체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전술적 조력자로 알려진 이영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가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 출연해 돌풍의 비결을 공개했다. 이 코치는 아시아 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지전 동남아시아 특유의 축구 열기와 기술, 베트남 만의 강인한 정신, 한국 지도자들의 전술적 노하우가 결합된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 베트남의 축구 열기와 기술을 결과로 바꾼 힘: 후반 체력과 전진 패스 향상

-베트남 현지의 축구 열기가 대단합니다.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지역은 날씨가 덥기 때문에, 사실 다른 스포츠보다는 축구 밖에 할 수 없는 환경적인 것도 있어요. 국민들이 축구를 되게 좋아해요. 왜 이렇게 좋아할까는 저도 의문을 갖는 편인데, 이번 스즈키컵을 통해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축구 열기도 느낀 부분이 있거든요. 말레이시아나 태국은 베트남 못지않은 축구 열기를 갖고 있고. 말레이시아와 결승 1차전을 하는 데 8만 관중이 들어오는 경기장에서 경기도 했고. 베트남에 들어와서는 미딩 경기장에 4만 명이 들어가는데 입장권이 없어서 다 못 들어 올 정도로 꽉 차 있었고. 동남아 10개국이 출전하거든요. 그 안에서 자존심 대결은 정말 대단해요. 베트남은 태국하고 라이벌로 저희 한일전 못지 않게 형성되어서 국가 간 경쟁도 되게 강해요. 이겼을 때, 졌을 때 분위기는 정말 상반되게 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지지를 않아서… (웃음) 졌을 때 안 좋은 분위기를 아직은 사실은 느껴보지 못했어요.

-베트남도 풋살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풋살을 했기에 좋은 부분으로 작용했다고 느껴지기도 하죠. 환경은 열악해요. 근데 (풋살장이) 진짜 많아요.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 모두 축구 자제를 즐기는 것 같아요. 다른 스포츠는 배구가 조금 인기가 있는 것 같고. 실외에서 하는 스포츠는 사실 날이 더우니까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 같진 않고. 축구에 대한 남다른,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남다른 사랑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과가 나니까 베트남 국민들이 베트남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자부심은 성적으로 나오는데, 지금까지 베트남이 이정도 성적 낸 적이 없습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선수들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옆에서 지켜보면 이제 승리에 대한 욕망, 열정 이런 것들이 운동장에서 강하고. 승리했을 때 자기들이 누릴 수 있는 것도 경험했기 때문에 더 많은 승리를 원하는 것 같아요. 이게 누군가에 의해서 처음에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지만 자기 스스로가 느끼는 대회의 어떤 결과에 좋은 것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기가 직접 체험한 부분이 앞으로 조금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 박항서 감독의 오른팔 이영진 코치 ⓒ한희재 기자


-직접 느낀 베트남 축구와 동남아시아 축구의 잠재력은? 
일단 기술은 좋아요.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 선수들이 기술은 좋은 데 저는 그 좋은 기술을 경기장에서 올바르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조금 선수들에게 많이 얘기하는 편이죠. 운동장에서 올바르게 쓰지 못하는 기술을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기술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술을 올바르게 쓸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선수들에게 얘기해주는 편이고, 우리 경기를 편집해서 팀으로도 보여주고 개인으로도 보여준 부분도 있고. 그런 부분이 선수들한테 좋게 자신의 플레이를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부분도 아마 그들한테는 새로운 방법이었고, 그런 부분이 어필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는 베트남 선수들이 경기 중에 효율적으로 기술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횡패스를 하거나 백패스를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앞으로. 앞으로 해서 공격의 템포를 올려야 하는 부분. 예를 들면 수비 숫자가 10명이 있을 때 공격에서 슈팅까지 가는 확률적인 어려움. 빠르게 해서 상대 수비 6명이 있을 때 상대 골문까지 가는 시간적인, 슈팅까지 갈 확률, 그런 건 금방 이해할 수 있거든요. 왜 백패스, 횡패스가 아닌 앞으로 해야 하는 지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 전까지 그렇다 하지 않다가 하려니까 어려움이 그전엔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걸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컬러로 만든 부분이, 경기장에서 필리핀하고 카타르에서, 아시안컵 전에 마지막 연습 경기하는 데 이어서 7번인가 원터치로 패스해서 골이 들어간 장면이 있어요. 이걸 보라는 얘기죠. 왜 축구를 이렇게 해야 하는지. 선수들이 그것에 대해 이해하죠. 그 영상을 보여주고. 조금 아쉬운 것은 패스의 숫자.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들. 이런 데이터도 팀 미팅할 때 활용하기도 하고. 아마 그런 부분이 선수들이 그전까지 해온 것과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흥미를 느낀 것 같아요. 해보자는 그런 것들이 어필되지 않았나 싶어요.

◆ 베트남 정신과 자부심, 이기는 맛을 알다

-그동안 동남아 축구가 기술만 좋다는 평가는 있었습니다. 이번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투지 넘치는 압박과 경기 마지막까지 보이는 집념, 한국 스타일의 투혼이 느껴졌습니다.
베트남 정신이라는 말이 있어요. 투쟁, 자기희생, 열정이라는 게 있어요. 선수들에게 가슴 속 깊이 움직일 수 있는 목적이 될 수 있는 부분이 국민들에게 깔려 있고, 그것이 운동장에서 보여지는 게 있더라고요. 베트남 정신을 선수들에게 박항서 감독님이 강조하신 것 같아요. 베트남 선수들이 내가 아닌, 내 뒤의 많은 베트남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제가 이방인이긴 하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인 것 같아요.

-정신을 강조하셨지만 그동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팀이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무너지던 모습을 바꾼 것, 그 정신을 경기력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베트남 정신의 한 부분에 포기하지 않는 다는 것이 있더라. 그 부분을 끄집어서 선수들에게 입히려고 노력을 했죠. 사실 체력이 없는 건 아니에요. 잘 뛰어요. 체격 조건이 왜소하고 파워가 없어서 고민을 했던 것이고. 영양에도 감독님이 조금 신경을 많이 쓰셨고. 지금은 우유는 매끼마다 우리가 준비해서 선수들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것들이 경기장에서 70분 이후에 상대보다 더 잘 뛰고, 그러면서 우리가 승리하는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선수들이 갖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죠. 

▲ 이영진 베트남 수석코치 ⓒ한희재 기자


-이제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내에서는 확실히 앞서가는 상황입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팀에 들어오면 개인적이지 않아요. 이것이 베트남 전체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베트남 대표팀의 분위기. 감독님이 팀을 운영하는 원칙에 의해서 대표팀에 오면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 안에도 여러 선수 유형이 있거든요, 그 안에 팀을 위해서 배려하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팀을 생각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인적인 성향이 있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많은 숫자가 있는 쪽으로 개인들이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깐, 다른 나라 선수들하고 베트남 선수들, 대표팀이 그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그건 전적으로 박항서 감독님이 팀을 운영하는 원칙이 지금은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한국 선수만 가르쳐왔는데, 이번에 베트남 선수 가르치니 다른 것은 어떤 점이었나요?
한국에서 지도한 것을 베트남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편이거든요. 오히려 더 힘들고 어렵게 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면 투터치 이내로 훈련을 마치는 거에요 그 이상 터치 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해서 항상 연습은 힘들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그런 훈련을 선수들이 처음 접해보는 것도 있을 것이고. 처음엔 상당히 어려워했고. 제가 느끼건 너무 잘하는 거에요. 한국 선수 못지 않게, 매끄럽게 자연스럽게, 너무 잘하는 거에요. 사실 전 가르치면서 놀란 부분도 있죠. 이렇게 습득 빨리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일단 기술적으로 이들이 갖추고 있는 거죠.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 사실 가장 힘든 게 경기 운영 능력. 그것 때문에 좋은 선수에서 훌륭한 선수로 넘어서는 경우도 있고 그냥 좋은 선수로 끝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경기를 뛰지 않으면 이게 향상되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을 경기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게끔, 어디서 볼을 받아야 상대방에 압박 받지 않고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가 있다는 것도 얘기해주고 그거에 대해 잘 이행하고 해보니까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선수들이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것도 있고. 그런 건 베트남선수들에 받은 좋은 점이에요.

◆ 기대 초월한 아시안컵 8강, 철저한 상대 분석의 힘

-AFC U23 챔피언십, 아시아네임 성적 좋았지만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였습니다. 8강까지 갈 것이라고 기대했나요?
사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모든 걸 스즈키컵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실 아시안컵은 그 대회 끝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하니까… 베트남 여론이 기대감을 만들어줬고 그에 대한 부담감은 좀 있었죠. 우리 조가 죽음의 조로 평가했거든요. 이라크, 이란, 예맨. 저희도 사실은 이라크와 이란은 우리보다 상당히 강한 상대고, 예멘은 우리가 충분히 3점 얻을 상대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초점은 이라크에 맞췄어요. 처음에 계산할 때도 3위까지는 와일드카드로 예상하고 준비했고, 사실 이라크 경기를 잘 했는데 마지막에 1점을 따는 것,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점 1점을 얻으면, 4점을 따면 2위든 와일드카드든 갈 거라고 계획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역전패를 당했죠. 이란하고 경기하면서 선수들이 느낀 부분도 있고. 왜 한국인 코치들이 힘을 길러야 한다고 하는지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경기였죠.

예멘 경기는 스즈키컵 우승으로 사랑 받았는데 3연패를 당하면 이 열기가 식고, 의미가 없어진다고 선수들에게 동기유발해서 승리했죠, 다른 경기 결과에 의해서 올라갔지만 우리의 1차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였고, 조별리그를 통과해서 요르단하고 16강전을 했다. 사실 아시안컵 예선에서 요르단이 우리 조였거든요. 1,2차전을 다 비겼어요. 그 당시와 멤버는 달라졌지만, 요르단이 경기 운영을 너무 조심스럽게 한 거 같아요. 사실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우리 선수들이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우리가 경기하기 편하게, 안정되게 경기 운영을 한 것 같아요. 연장전까지 있으니 처음부터 모험하지 않은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됐죠. 

▲ 상대 분석과 훈련 프로그램 구성을 담당하는 이영진 코치 ⓒ한희재 기자


1실점을 하고도 사실 경기 내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골 넣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 선수들은 4개 대회를 통해서 팀이 득점할 수 있는 자신감, 감독님이나 저나 득점할 수 있다는 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했죠. 마지막에 승부차기는 조금 운도 따랐고. 4개 대회를 다 보면, 중국에서 23세 챔피언십, 아시안게임, 스즈키컵, 아시안컵까지. 사실 개인적으로 4개 대회 다 운이 저희에게 많이 따라줬지만, 운으로 다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니까, 다른 이유가 뭐냐는 질문도 사실 많이 받거든요. 그때마다 얘기하는 게 준비를 조금 더 열심히 하는 것. 그 다음에 남이 보지 않는 곳까지 파고들어가려는 노력들, 이런 것들이 있었고.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우리는 선수들한테 잘 적용되지 않았나 싶어요.

-남이 보지 않는 부분이라면 어떤 부분까지 준비한 것인가요?
그 선수의 장단점까지 보고 정보를 주는 거거든요. 선수들한테. 이 선수는 이런 장점이 있으니까 이렇게 대응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상대 빌드업의 패턴은 이러니 이렇게 수비를 해야 한다. 아주 디테일하게 팀한테 정보를 주고 있는 편이거든요. 사실 스즈키컵 결승전 상대인 말레이시 같은 경우에는 제가 말레이시아 원정을 두 경기를 봤어요. 혼자 가서 경기 보고, 태국 경기도 마찬가지고. 직접 눈으로 경기를 보고 비디오도 분석하고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스태프가 노력한 부분들, 이런 부분들이 좋은 결과 나오는 데 상당 부분 영향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베트남이 만난 팀을 한국도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만났습니다. 베트남이 선전한 팀에게 한국 팀이 오히려 고전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아시아 축구가) 상향평준화됐다고 언론에서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전 그 말에 동감해요. 요즘은 미디어가 워낙 발달해서 팀이 뭐나 감추고 비밀스럽고 이런 것들이 없어요. 워낙 많은 것들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 분석도 마찬가지에요. 모든 게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준비만 잘하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거에요. 한국은 더더욱 상대한 팀들이 정말 많은 분석을 했을 거고 그 분 석에 의해서 고전했을 가능성이 많고. 

저희 또한 마찬가지로 항상 역으로 생각해요. 상대는 우리에 대해서 어떻게 대비하고 나올건가.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어떻게 할건지, 저렇게 나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요. 경기 중에도 상대 약점으로 보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현장에서 보고 판단해서 감독님한테 조언하기도 하고. 경기가 좀 안 풀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경기가 이어지지 않을 때 작은 변화로 우리 쪽으로 가져오든지. 

감독님은 전체적인 경기를 보고 전 차분하게 앉아있는 편이에요. 그런 분석을 하고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유리할 건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더 지나면 안될 거 같다고 생각하면 얘기해서 변화를 줘보고. 경기에 나가기 전에 감독님하고 둘이 얘기할 때 내일 경기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할 건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할 건지, 어떤 선수가 분명히 체력적으로 이 시간대가 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이때 누가 어떻게 들어가서 조합할건지를 순위별로 만들어두고 그 때가 되면 주저 없이 빠르게 대처하는 편이었죠.

인터뷰는 17일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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