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배지환(20·피츠버그)의 2018년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지나갔다. 인생의 큰 결단을 내렸고, 팀이 바뀌었고, 1년 내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선 배지환은 KBO 리그 드래프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애틀랜타와 계약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구단 문제로 계약이 강제 파기됐다. 다시 피츠버그와 계약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숨을 돌릴 시간도 없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팀 시설에서 훈련 중인 배지환은 “적응하는 데 중심을 뒀다. 한국에서 하는 야구와 여기는 훈련 자체부터 너무 달랐다”고 했다. 서서히 적응했지만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배지환은 “시간이 지나며 적응은 됐는데 성적에서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아주 답답했다”고 떠올렸다.

수준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피츠버그 산하 루키팀에서 뛰었던 배지환은 “투수들의 공 스피드가 달랐다. 낮은 레벨이라 ‘그렇게 아주 빠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구속은) 빅리그에 있는 선수들처럼 다 빨랐다”면서 “수비에 나갔을 때도 타구 속도가 달랐다. 훈련 일정이 워낙 짧으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 점도 달랐다”고 차이점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 적응의 시기를 거친 배지환은 이제 본격적인 승격 시험에 나선다

그래도 묵묵하게 땀을 흘렸다. 선수가 감수해야 할 고통을 타인이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배지환은 여유로움을 찾았다. 동료들과도 장난을 치는 등 생활에도 적응했다. 혼자 지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배지환은 “혼자서도 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긋 웃었다.

그 가운데 2018년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냈다. 배지환은 지난해 루키리그 35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출루율 3할6푼2리, 10도루를 기록하며 구단 관계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즌 막판 타율이 조금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출루율은 높았다.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타격 성적도 나쁜 것은 아니다. 수비와 주루는 루키팀 레벨에서 최정상급이다.

피츠버그 팀 내 유망주 순위에서도 꾸준히 20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배지환은 “타격 부문에서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는 게 어려웠는데 많이 개선했다. 수비 부문에서는 송구 미스가 많았지만, 실책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니 던지는 것도 많이 나아졌다”고 짚었다.

2월 초 미국에 다시 들어온 배지환의 올해 목표는 싱글A 레벨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3할을 목표로 두고 있고, 주루에서도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의 비시즌도 착실히 보냈다. 실외 훈련을 할 수는 없었지만,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몸을 키웠다.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겠다는 각오다. 긴 여정이 되겠지만, 출발점에서 성공적으로 발을 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선배이자 같은 조직에 있는 강정호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많이 준다. 배지환은 “많이 챙겨주신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캠프가 나뉘었는데 며칠 전만 해도 같이했다. 가까이서 같이 가르쳐 주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강정호가 배지환의 생활을 돕기도 한다. 강정호도 배지환을 아끼고, 배지환도 강정호를 잘 따른다. 브래든턴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배지환은 이제 대등한 레벨에서 만날 날을 꿈꾸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