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스포티비가 구독자 10만 명을 동원하는 데 큰 힘을 보탠 차민호 PD. ⓒ 차민호 PD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밥 앞에서는 모두가 솔직해 지니까요."

2019년 스프링캠프에서 지금까지 가장 사랑 받은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잠실 식단'이다.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선수들이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가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잠실 식단'을 기획한 베어스포티비 차민호 PD는 "얻어 걸린 콘텐츠"라고 표현했다. SK 와이번스의 한 외국인 코치가 '한국 선수들의 식단은 탄수화물 위주'라고 알린 기사를 읽고 두산 선수들의 식단이 궁금해졌다. 

궁금증은 '무엇을 먹는가'에서 시작해 '식사를 하기 전 무슨 대화를 나누는가'로 바뀌었다. 일회성 콘텐츠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차 PD는 매일 같이 식당을 찾아 카메라를 들었다.

덕분에 베어스포티비는 프로 구단 최초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19일 오후 2시 40분을 기점으로 구독자 수 10만704명을 넘어섰다. 

2015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해 10만 구독자를 모으기까지. 차 PD가 어떤 마음으로 채널을 키워왔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약 4년 만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한 소감은.

▷ 한국 프로 스포츠 구단 최초로 10만 구독자를 달성해 기쁘다. 구독자를 많이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팬 서비스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 팬은 10만 명이면 경북 상주 인구 수라고 했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를 사랑해주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구독자 10만 명 달성이 베어스포티비의 목표는 아니었다. 오직 팬 서비스를 위한 채널이기 때문에 구독자가 1명이든 10만 명이든 똑같이 오직 두산 베어스 팬분들을 위한 채널로 만들어가고 싶다.

Q. 10만 구독자 달성 일등 공신을 꼽으라면.

▷ 아무래도 선수 분들이 아닐까. 많은 선수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베어스포티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유희관 선수가 큰 도움을 줬다. 방송 외에도 선수 섭외나 카메라를 대하는 태도 등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한다. 

채널 방향성을 알려준 건 정진호 선수였다. 2015년 시즌을 마치고 단상 인사를 할 때 정진호 선수가 본인 응원가를 불렀다. 그 이후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면들을 보여 드리자고 결심했다.

▲ 차민호 PD는 '잠실 식단' 대박의 주역으로 권혁과 이현승을 꼽았다. ⓒ 베어스포티비 캡처
Q. 오키나와 캠프에서 '잠실 식단' 콘텐츠가 대박이 났다. 덕분에 구독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들었다.

▷ 잠실 식단은 우연히 나온 콘텐츠다. 사실 일을 시작하면서 절대 촬영하지 않기로 결심한 두 곳이 화장실과 식당이다. 운동 선수들인 만큼 밥은 편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식사를 같이 하다보니 선수들이 밥을 먹을 때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더라. 밥 앞에서는 모두가 솔직해 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장면을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것은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밥을 뜨는 장면을 보여 드리자고 생각했다. 

잠실 식단은 공간적 의미일 뿐 식단이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캠프에서는 권혁 선수를 영입하면서 이야기가 완성됐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고, 카메라를 팬분들이라고 인지하고 팬 서비스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포츠 콘텐츠가 아닌 요리 콘텐츠로 자동 분류된다고.)

Q. 베어스포티비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 100% 두산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우리와 출발을 같이 한 채널들이 꽤 있었다. 두산은 채널을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우승도 2번 했다. 그래서 당연히 관심을 받게 됐고, 채널 규모가 커졌다고 생각한다.

구단이 운영하는 페이지는 구단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베어스포티비는 팬들을 우선 생각하고 팬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며 호흡했기 때문에 많이 좋아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단 분들은 100% 지원을 해주면서 콘텐츠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100% 밀어주는 팀 문화가 우리 채널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생각한다. 담당자를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조회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담당자를 똑같이 대해 주신다. 이런 지원이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Q. 베어스포티비 영상은 자막을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자막을 위해 노력하는 게 있다면. 

▷ 평소 자막에 쓰고 싶은 것들을 많이 본다. 센스는 전혀 상관 없는 2가지를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자막들은 게임 방송이나 음악 방송 등에서 본 걸 차용한 것들이 많다. 다른 콘텐츠를 보고 접목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많이 보고 적어두려 한다. 

처음부터 자막이 웃기진 않았다. 2015년 자막들을 보면 정말 재미가 없다. 이제 5년째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졌다고 생각한다.

▲ 차민호 PD의 다음 목표는 2군 콘텐츠 생산이다. ⓒ 차민호 PD
Q. 10만 구독자 달성 이후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는가.

▷ 2022년이면 창단 40주년이 된다. 그때는 넷플릭스 같은 베어스만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마련해서 그곳에서 베어스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 두산 베어스가 처음 2군 구장을 만든 것처럼, 2군 콘텐츠도 베어스포티비가 처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번에 그래서 대만 가오슝 2군 캠프에 가서 촬영을 한다. 2군 선수들의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다. 

Q. 최근에는 팟캐스트도 시도하고 있는데.

▷ 주제 없이 의식의 흐름 대로 방송을 하고 있다. 정식 DJ가 오기 전까지 기술 점검 차원에서 진행을 몇 차례 했다. 팟캐스트도 제대로 하려면 실제 라디오처럼 24시간, 일별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야구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콘텐츠다. 야구와 관련이 없어도 베어스의 이야기를 담은 소소한 코너들을 준비해 보고 있다.

Q. 사실 첫사랑은 LG 트윈스인 걸로 알고 있다. 팬들은 두산을 차 PD의 끝사랑이라고 표현 하던데. 

▷ 사실 사랑은 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베어스도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진심을 담은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고(Go) 아니면 스톱(Stop)이다. 평생을 두산과 같이 하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팀에 가긴 힘들 것 같다. 이 일을 계속한다면 끝까지 두산을 맡는 게 맞는 것 같다.  

Q. 10만 구독자 달성을 하면 유튜브에서 실버 버튼을 주는 걸로 안다. 개봉은 누가 할지 정했나. 

▷ 10만 구독자를 한 달 동안 유지하고 나서 3주 뒤에 실버 버튼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베어스포티비를 처음 계획하셨던 분이 받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두산을 떠나셨지만, 2014~2015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들 때 앞으로는 영상이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지원해주신 분이다.

▲ 베어스포티비 시즌2는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까. ⓒ 차민호 PD
Q. 2년 전 차 PD에게 두산이란 다큐멘터리라고 했는데. 다큐멘터리는 지금 몇 부까지 진행됐는가.

▷ 이제 시즌 2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시즌 1은 베이징 세대, 또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가 이끄는 두산 베어스였다면, 시즌 2는 새로운 세대인 박세혁과 1990년생들이 이끄는 내용이 될 것 같다. 올해가 진짜 두산다움을 보여줄 해라고 생각한다. 모든 드라마는 갈등이 있어야 완성된다. 올해는 더욱 드라마 같은 시즌이 되지 않을까.

Q. 10만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모두 감사하다. 베어스의 가장 큰 장점은 팬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보다 기본적인 플레이를 더 좋아해 주시고, 팀 희생을 더 강조하고 응원해주신 덕에 우리도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고, 우직하게 곰처럼 좋아해주시는 게 베어스의 가장 큰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최고의 팬에게 최고의 영상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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