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항거'의 고아성.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유관순을,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아성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처음 공개됐던 지난 15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그랬다. '어떻게 연기를 준비했냐'는 질문을 받아든 그녀는 대답 대신 왈칵 눈물을 쏟았다. 고아성은 '프로답지 못했다'고 눙치며 "그 날을 반성한다"고 했지만 대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는 못했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는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 평도 안 되는 서대문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고아성은 3.1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 역을 맡았다. 내 한 목숨, 내 신념을 위해 바칠 자유를 외치며 뜨겁게 산화해 간 여인의 마지막 1년이 그녀를 통해 그려졌다. 촬영을 마무리한 게 지난 11월 말. 고아성은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 드리기 부끄럽지만, 촬영 때 정말 기도하듯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면 숙소에 돌아와 기도하던 생각이 나 울컥했어요. 연기를 하는 건 영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지만, 이번 작품은 마음을 전하는 느낌이었어요."

▲ 영화 '항거'의 고아성.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배우 고아성의 오랜 "소원"이었다. 인터뷰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었다. 100% 상상에 의존해 연기하면서, 실제 존재하던 사람이란 바탕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유관순이었다. 고아성은 대본을 받고 1주일을 고민했다며 "막상 실존 인물의 영화가 다가오니까 기분이 달랐다. 마냥 소원을 이룬 느낌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또 다른 죄책감이 있더라"는 게 그녀의 소감이다.

"유관순 열사님을 생각하면 정말 존경이나 성스러움 이외에 어떤 감정을 감히 느낄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인간적인 부분이 많아요. 그 분이 감옥에 가서 3.1운동 1년이 지나 다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까지 어떤 감정의 과정이 있었을 텐데, 사소한 인간적인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연기한 뒤에 느낀 달라진 마음은 제 마음에 비밀로 남겨두고 싶어요…."

고아성은 무엇보다 유관순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다. 개봉을 앞두고 유관순을 향해 자필 편지를 쓴 고아성은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열사님의 음성을 모른다는 것"이었다며 "대하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늘 가슴 한켠이 뜨겁고 죄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영화 '명량'에서 민족의 성웅 이순신을 연기하는 고통을 고백했던 선배 최민식에게도 절절히 공감했단다.

"'명량' 개봉할 당시에 최민식 선배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10분만 대화를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때도 이해가 됐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절감이 됐어요."

▲ 영화 '항거'의 고아성.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3.1운동에 참여했으며 병천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유관순은 그 곳에서 부모를 잃고 옥에 갇힌다. 25명을 세 평 남짓한 공간에 밀어넣은 서대문감옥 8호실에서 유관순은 항거를 이어간다. 함께 만세를 외치고 또한 함께 고초를 겪은 여인들 또한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이끄는 큰 힘이다. 조민호 감독은 고아성을 비롯한 전문 배우들로 25명을 채웠다.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등 충무로가 주목하는 젊은 여배우들은 '항거:유관순 이야기'에 강렬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하나가 된 이들이 3.1운동 1주년을 맞아 감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특히 큰 에너지로 다가온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왼쪽 가슴에 달았던 마이크를 옮겨 달아야 했을 만큼 고아성에게도 두근거리는 장면이었다. 모여선 여인들의 중심에서 동료들을 바라보며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했던 고아성은 "이런 풍경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고 했다 "한 번에 오케이가 났어요. 모두가 너무 리액션이 잘 해주셨고요. 저를 제외한 24명과 한번씩 눈을 맞췄던 기억이 나요."

▲ 영화 '항거'의 고아성.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고아성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가 생각한 유관순은 '왜 그렇게까지' 합니까라는 질문에 '그럼 누가 합니까'라고 바로 응수할 만큼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다칠 줄을 알면서도 행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찾았던 반 고흐 미술관에서 들었던, 이상을 위해 내 삶을 다 써도 좋았다는 문구를 그대로 살아낸 사람이기도 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연신 눈물을 닦던 고아성은 "이입이나 공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사소했던 감정들, 사람들이 다칠 줄 알면서도 행했던 그런 마음이 생각할 때마다 울컥 한다"고 말했다.

"한 번도 제 연기에 만족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시간을 돌려도 이 작품을 할 것 같아요…. 올해 3월 1일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예요. 그 날이 다가온다는 게 서서히 실감이 나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제 마음을 담은 만큼 보시는 분들도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는 27일 개봉한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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