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묘한 가족'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엄지원을 생각하면 전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현재 출연중인, 또는 개봉한 작품을 보면 '전작에는 어떤 모습이었지'를 가만히 생각해야 떠오른다. 영화 '기묘한 가족' 속 엄지원도 마찬가지다.

엄지원은 '기묘한 가족'에서 주유소집 맏며느리 남주 역을 맡았다. 만삭의 몸에도 타고난 생활력으로 집안을 호령하는 인물이다. 말 한마디로 뼈를 때리는, 시니컬한 캐릭터다.

엄지원에게 '기묘한 가족' 전작은 '미씽: 사라진 여자'와 '마스터'다.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직장을 가진 워킹맘이었다.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도시 여성이다. '마스터'에서는 지능범죄수사팀 김재명(강동원) 팀장과 함께 원 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을 잡는 신젬마 역을 맡았다. '기묘한 가족'과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였다.

"사실 전작과 유사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온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대본을 준다.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만, 그 시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미씽: 사라진 여자'가 끝나고 감성적인 캐릭터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엉뚱한 영화가 왔다. '기묘한 가족'이다."

엄지원은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고 했다. 과거 '박수건달'이나 '불량남녀'도 즐겁게 작업한 기억이 있었다.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런 코미디 영화와는 조금 멀어졌었다. 예전, 과거의 엄지원 모습을 한번 환기 시킬 수 있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이 작품은 조용한 마을에 좀비가 나타난 뒤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기묘한 가족의 리더인 남주는 10년만에 생긴 자신의 아이를 무사히 출산해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큰 인물이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좀비 '쫑비'(정가람)를 보고 기묘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쫑비는 좀비라고 하기에는 반듯한 외모를 지녔다. 사람을 먹지 않고, 양배추를 먹는 이른바 채식주의자 좀비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은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온 수많은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중에서 '잘생긴 좀비' 설정이 들어간 '웜바디스'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오히려 '늑대소년' 느낌이 났다. '늑대소년'과 '조용한 가족'을 섞은 느낌이 들었다. 좀비 장르 자체가 (국내에서 시작된지) 얼마 안됐다. 크기(제작비 등 규모)는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가족'과 '늑대소년'에 좀비와 농촌 코미디를 섞은 것으로 해석했다."

▲ 영화 '기묘한 가족'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런 기묘한 조합 안에서 엄지원이 맡은 인물은 생활력이 강한 리더였다. 엄지원은 "이민재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나를 생각하고 썼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엄지원과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였지만, 엄지원은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렸다.

"남주는 무뚝뚝하고 시크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기존 여성스러운 것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 엄지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생각하는 얼굴과 이미지가 있다. 그런 것과 가장 다른 듯한 느낌이었다. '저 배우가 저렇게 생겼었나?' '저런 얼굴이 있었나?'라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남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 많은 부분을 맞춰야 했다. "배우들 중 가장 오래 거렸다"는 말이 그냥 한 소리는 아니였다. 노메이크업은 이미 영화 '소원'을 통해 보여준 모습이었다. 또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었던 부분은 헤어였다고.

"'소원' 때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다. '기묘한 가족'에서도 똑같이 하면 큰 차이가 없다. 만화적으로 접근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헤어가 정말 오래 걸렸다. 모든 시안과 콘셉트가 아닌 것 같았다. 여의도에 있는 유명한 가발집을 찾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가발을 다 써보고, 생각했던 것과 가장 근접한 이미지를 찾았다. 옷은 시장에서 실제로 어머님들이 입는 옷을 구입했고, 신과 감정에 맞춰 갈아 입었다."

'기묘한 가족'에는 남주를 비롯해 남주의 남편인 준걸(정재영), 준걸의 동생 민걸(김남길), 해걸(이수경)이 등장한다. 한 가족인 이들 중 가장 말이 적은 사람은 남주고, 그 다음은 해걸이다.

"이 집안에 남자들은 말이 많고 여자는 많이 없다. 그런 집안이다. 극명하게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캐릭터들이 대비가 이뤄져야 재미가 있다. 나도 말을 많이 하면 변별력이 없어지니까 말수도 줄이고 차이를 주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 영화 '기묘한 가족'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마지막으로 엄지원은 '기묘한 가족'을 보는 순간 확실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계속해서 생각했으면 하는 작품이 있고, 그 순간을 확실하게 즐기고 가면 좋은 작품이 있다. '기묘한 가족'은 후자인 것 같다.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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