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르주 생피에르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발표했다. 총 전적 26승 2패를 기록하고 미련 없이 떠났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미르코 크로캅은 2015년 12월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은퇴를 발표하고 이렇게 말했다.

"들어 봐. 이것이 인생이다. 종합격투기는 잔인한 스포츠다. 선수 생활이 끝날 때도 냉혹하다. 심각한 부상 때문에, 또는 3~4연패를 한 뒤 떠난다. 대회사에서 더 이상 경기를 붙여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것이 종합격투기의 슬픈 진실이다. 파이터들은 부상, 연패, 해고 때문에 은퇴한다."

하지만 전 UFC 웰터급·미들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37, 캐나다)는 크로캅의 말과 다르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정점에서 미련 없이 물러났다. 22일(한국 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벨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선언했다.

생피에르는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이 되고 타이틀을 유지할 때 극기가 필요하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없다고 느끼면서도 떠나려고 할 때 역시 극기가 필요하다. 난 언제나 건강하게 정상에서 은퇴하는 걸 꿈꾸고 있었다"고 말했다.

생피에르는 2002년 프로로 데뷔해 2004년 UFC에 입성했다. 2004년 10월 UFC 50에서 타이틀에 도전해 맷 휴즈에게 암바로 졌지만, 2006년 11월 UFC 65에서 휴즈를 TKO로 이겨 UFC 웰터급 챔피언벨트를 차지했다.

2007년 4월 UFC 69에서 맷 세라에게 TKO패 하는 바람에 타이틀을 잃었다. 그러나 2008년 4월 UFC 83에서 세라를 TKO로 잡아 다시 정상에 올랐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두 파이터에게 설욕한 생피에르는 이후 지지 않았다. 존 피치·BJ 펜·티아고 알베스·댄 하디·조시 코스첵·제이크 실즈·카를로스 콘딧·닉 디아즈·조니 헨드릭스를 꺾어 8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2013년 11월 타이틀을 반납하고 잠정 은퇴했다가 4년 뒤 복귀했다. 2017년 11월 UFC 217에서 당시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을 리어네이키드초크로 꺾고 미들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UFC 역사상 네 번째 두 체급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생피에르는 타이틀 방어에 욕심이 없었다. 건강 상태를 이유로 다음 달인 2017년 12월 미들급 타이틀을 반납한 뒤에는 경기를 뛰지 않고 있었다.

통산 전적 26승 2패. 8번의 (T)KO승, 6번의 서브미션승, 12번의 판정승을 기록했다.

미르코 크로캅도, 표도르 예멜리야넨코도, 앤더슨 실바도 정상에서 물러나지 못했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은퇴 타이밍을 놓쳐 아쉬움을 남긴 것과 달리, 생피에르는 '가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퇴장했다.

생피에르는 "종합격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경쟁에서 물러난다. 살아 있는 한 무술 훈련은 계속할 생각이다. 이 스포츠를 더 성장시킬 새로운 세대의 챔피언들이 탄생하는 걸 지켜보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생피에르는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2년 11월 UFC 154에서 카를로스 콘딧의 하이킥을 맞고 비틀거렸을 때를 꼽았다.

생피에르는 "콘딧의 하이킥에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났다. 나 스스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보여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피에르는 호이스 그레이시를 파이터의 길로 들어서는 데 영감을 준 무술가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운동선수로서 롤모델이라고 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떠나는 생피에르를 더 이상 잡지 않았다. "캐나다 종합격투기의 토대를 세운 사람"이라며 전 챔피언의 업적에 박수를 보냈다.

▲ 조르주 생피에르가 선수 생활 가장 자랑스러웠던 장면으로 꼽은 카를로스 콘딧과 경기. 하이킥을 맞고 비틀거렸으나 이를 극복하고 판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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