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크' 최경주는 2011년 5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1년 5월 16일(이하 한국 시간).

'탱크' 최경주(49, SK텔레콤)는 3년 4개월 만에 환히 웃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최경주는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거뒀다.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동타를 이뤘다. 

이후 연장 첫 홀에서 차분하게 파를 잡았다. 보기를 범한 톰스를 꺾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002년 5월 컴팩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하며 한국 골프 새 역사를 썼던 최경주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이르러 완연한 기량 하락세를 보였다. 깊은 침체 늪에 빠졌다. 

2008년 1월 소니 오픈 우승 뒤 40개월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모두가 '탱크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를 걸고 넘어지며 수군댔다. 대중과 언론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최경주는 그러나 제5의 메이저 대회를 도약대로 삼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에서 7승을 올리는 동안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그만큼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최경주는 세계 랭킹을 19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당시 아시아 골퍼 중 가장 높은 15위에 자기 이름을 새겼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은 내 인생 터닝포인트"라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6년 뒤 데자뷔가 일었다. 2017년 5월 15일 김시우(24, CJ 대한통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시우는 이날 역대 최연소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신고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우승'이었다. 미국 골프 채널 해설가 브랜드 챔블리는 "김시우 우승은 지금까지 중계한 대회 가운데 최고 이변"이라고 평했다.

이어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일"이라며 22살 골퍼 우승에 놀라워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김시우는 정상급 골퍼와 비교되는 영예를 얻었다. 타이거 우즈와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던 스피스에 이어 22살 이전에 PGA 투어 2승을 올린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세계 랭킹도 껑충 뛰었다. 무려 47계단 오른 28위를 차지했다. 우승 상금 가운데 2억 원을 쾌척한 점도 화제를 모았다.

골프닷컴은 "(대회가 열린) TPC 소그래스는 대다수 골퍼에게 골칫거리인 난코스다. 그러나 이 젊은 아시아 골퍼는 무대 중앙을 완벽히 차지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무결점 스윙을 4라운드 내내 기계처럼 반복했다. 골프 팬들이 새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며 김시우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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