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수 ⓒ한국프로축구연맹
▲ 광저우, 박지수 영입 발표 ⓒ광저우에버그란데
[스포티비뉴스=김해공항, 박대성 기자] 삼고초려 :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 군사로 초빙한 데서 유래한 말, 인재를 위해 참을성 있게 힘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박지수를 품었다. 중국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이적료는 200만 달러(약 22억 5120만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K리그 선수를 중국 무대로 초대한 만큼, 연봉도 섭섭지 않게 지급했다.

박지수의 축구 인생은 험난했다. 2013년 대건고 졸업 후 인천 유나이티드에 합류했지만,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1년 만에 인천에서 방출되며 프로에서 쓴맛을 봤다. 갑작스러운 인천 방출은 20세 박지수에게 큰 충격이었다. PC방을 전전하며 축구와 연을 끊으려 했다.

■ K3에서 K리그1까지, 박지수가 만든 동화

▲ 박지수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족들의 만류로 축구화 끈을 다시 묶었다. K3 의정부FC에 입단해 구슬땀을 흘렸다. 거의 무일푼에도 프로 무대만 바라보고 뛰었다. 1년 후 조금씩 몸에 힘이 붙었다. J리그와 K리그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고, 박지수의 결정은 경남FC였다.

결정은 옳았다. 김종부 감독 지도 아래 축구 인생의 꽃을 피웠다. 2017년 이반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경남의 1부 리그 승격에 이바지했다. K리그2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2018년 동계 훈련에서는 “K3에서 올라온 선수가 K리그1에서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두 나를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K리그1에서도 통했다. 박지수는 투지 넘치는 수비로 경남 승리에 일조했다. K리그1 베스트11은 놓쳤지만, 경남의 K리그1 준우승에는 박지수의 헌신이 있었다. 10월과 11월에는 파울로 벤투 감독의 시선을 훔쳤고, 짧다면 짧은 A매치 데뷔전까지 해냈다.

■ 광저우, 직접 경기력 점검…“가족까지 우리가 돌보겠다”

▲ 박지수 경합 ⓒ한국프로축구연맹
2018시즌이 끝나고 겨울 이적 시장이 왔다. 경남의 K리그1 돌풍과 대표팀까지 발탁된 박지수를 놓칠 리 없었다. 국내외 많은 구단이 박지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중에는 중국슈퍼리그 상위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있었다.

광저우는 박지수의 스토리만 보고 영입 제안을 하지 않았다. 2018시즌 경기장에 3차례 이상 방문해 꼼꼼히 경기력을 점검했다. 이후 데이터로 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확인했다. 중국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클리어와 공중볼에서 높은 지표를 보였고, 꽤 만족했다는 평이다. 스피드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도 합격점이었다.

사실 박지수는 광저우 제안에 큰 관심이 없었다. 많은 돈을 줘도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광저우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광저우는 박지수에게 계속된 영입 제안을 했다.

끝내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가족이다. 광저우는 가족들 거처를 중국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까지 방문해 이적을 설득했다. 박지수는 고심했고, 가족을 위해 중국행을 선택했다. 광저우의 파격적인 제안과 삼고초려에 큰 결심을 내린 것이다.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다년 계약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중국축구협회가 광저우를 중국 대표 팀 중심으로 키울 계획이라 험난한 주전 경쟁이 예상되지만, 광저우 고위층은 규정과 관계없이 필요하면 리그에서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대구FC 등과 격돌하는 만큼, 아시아 무대에서는 더 꾸준한 출전 시간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 떠나는 박지수 “경남에서 보낸 시간, 정말 영광이었다”

▲ 박지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지수는 1월 광저우 동계 훈련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렸다. 광저우의 약속대로 가족들도 중국에 있어 심리적 부담도 덜했다. 중국 문화도 별 탈 없이 적응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언제나 경남을 품었다.

2월 20일, 광저우 공식 발표 이후 아쉬운 작별 소감을 남겼다. “경남을 떠나게 됐지만, 김종부 감독님과 물심 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신 스태프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이 모든 걸 설명했다. 김해 공항에서 광저우로 떠나는 뒷모습도 어딘가 아련했다.

이적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생기지만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경남 조기호 대표에게 찾아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고, 프런트에게 향수와 지갑을 선물했다는 후문이다. 김종부 감독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경남도 박지수의 광저우행이 발표되자, 작별 영상으로 중국에서 활약을 기원했다. 

“경남FC에서 보낸 시간들은 제게 많은 영광을 안겨 주었습니다. 2017년 K리그2 우승, 2018년 ACL 진출과 리그 준우승까지. 모두 경남에서 이뤘습니다. 덕분에 국가 대표에도 뽑힐 수 있었습니다.”

“모두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이렇게 팀을 떠나게 됐지만, 저를 키워주신 김종부 감독님, 물심 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신 모든 스태프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경남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경남에서 뛸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창원 팬들 앞에서 다시 뛸 그 날까지 더욱 노력하며 팬으로서 경남의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 박지수, 마지막 작별 인사 ⓒ경남FC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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