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과 KT에서 활약했던 더스틴 니퍼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외국인 선수 재계약 협상에서 하나의 기준이 사라졌다. 지금은 KBO 리그를 떠난 더스틴 니퍼트 사례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 보류권과 관련한 조항이 수정됐다. 제10장 독점 교섭기간, 보류권 항목을 보면 “구단은 본 계약서상의 시즌에 이어 1년 동안 계약 연장 의사를 선수에게 통지할 권리를 갖는다.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25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해까지는 이 조항 뒤에 조건이 하나 붙었다. 바로 “재계약 제안에 해당 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의 제의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문구다. 하지만 지난해 이사회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의결했다.

쉽게 말해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된 외국인 선수는 당해 연봉의 75%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 달러를 받은 외국인 선수라면 75만 달러 이상을 제안해야 한다. 선수가 이를 거부할 경우 구단은 5년간 보류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제는 꼭 75% 이상을 제안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포티비뉴스’ 취재에 응한 복수 구단 단장은 “더스틴 니퍼트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 투수인 니퍼트는 2017년 두산과 21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6년 정규시즌 22승에 한국시리즈 우승 공헌도가 포함된 역대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니퍼트는 2017년 30경기에서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에 그쳤다.

두산이 고민에 빠졌다. 삭감 대상이지만, 75% 규정 때문에 선뜻 보류선수명단에 넣기 어려웠다. 규정에 따라 최소 157만5000달러를 보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니퍼트의 가치가 이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봤다. 결국 니퍼트는 두산을 떠났고, 2018년 시즌을 앞두고 KT와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두산이 재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규정이 문제였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삭제였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B구단 단장 또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니퍼트와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깎인 금액이라도 마이너리그나 타 리그보다는 많기 때문에 KBO 리그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적잖다. 선수들에게도 선택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단 보류권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형편없는 금액을 제시한 뒤, 선수가 이를 거부하면 보류권이 인정된다. 이런 꼼수가 성행하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자정 노력도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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