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진을 씻고 가치를 증명하려는 고종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동엽이가 오키나와에서 뛰고 있는데 잘한다고 들었어요. 홈런도 치고…”

김동엽(29·삼성)을 이야기하는 고종욱(30·SK)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 11월까지 연관 짓기 어려웠던 두 선수의 관계는 이제 ‘트레이드’로 묶였다. SK·키움·삼성은 김동엽 이지영 고종욱의 유니폼을 바꾸는 삼각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좋든 싫든, 당분간 세 선수는 하나로 묶일 수밖에 없다. “기사를 보고 트레이드 소식을 알았다”는 고종욱은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다.

SK는 당시 김동엽을 내주고 고종욱을 얻었다. 사실 외야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다. 김동엽은 전형적인 거포 자원이다. 반대로 고종욱은 작은 야구에 능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다. 차라리 그래서 마음이 편한 것일까. 고종욱은 “동엽이가 잘하고 있던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도 팀이 필요해서 온 것이다. 내 할 일만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감독님이나 단장님도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SK는 2년 연속 200홈런 이상을 쳤다. 리그를 선도하는 대포 군단이다. 하지만 점수를 짜내는 야구에는 다소간 약점이 있었다. “기조를 유지하되, 세밀함을 좀 더 보완하겠다”고 말한 염경엽 감독에 눈에 고종욱이 들어왔다. 고종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3할을 쳤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도 했다. 김동엽은 김동엽대로, 고종욱은 고종욱대로 가치가 있다. 

트레이드 당시 지난해 부진이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고종욱은 지난해 102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6홈런, 54타점, 17도루에 그쳤다. 떨어진 타율만큼 출루율(.309)도 같이 내려갔다. 변명하지 않는다. 고종욱은 “준비가 전부 다 안 됐다. 2015년부터 했는데 2017년까지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는 안일하게 준비했던 것같다. 여기에 부상도 같이 겹쳐 오고 그러니까 잘 안 됐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고종욱은 “올해는 준비를 잘했으니 작년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성적 날 것 같다”고 웃었다. “캠프 처음에는 긴장도 했는데 다 편하게 해주신다”며 적응 완료를 알린 고종욱은 “우승팀이고 좋은 외야수가 많지만 경쟁은 똑같다. 키움에 젊음이 있다면 여기는 베테랑 선배도 있어 배울 것이 많다”고 기대했다.

염경엽 감독은 캠프 전 선수 개별로 면담을 했다. 일부 선수는 2시간씩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종욱은 열외였다. 염 감독은 “특별히 한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고종욱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염 감독이 키움 사령탑에 있던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염 감독 밑에서 두각을 드러낸 고종욱이기도 하다.

고종욱은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 안다”면서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출루율을 비롯한 OPS를 높이고 싶다. 도루도 계속 줄었는데 올해는 출루율과 도루, 그리고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선수 인터뷰 직전 염 감독의 이야기와 거의 같았다.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점은 나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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