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NC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는 친숙한 손님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다. 연습경기마다 적잖은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아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꼭 누구를 특징해 보는 것은 아니다. NC·키움·KT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여러 선수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말과는 달리 한 선수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읽힌다. 이 선수가 타석에 나설 때마다 손길이 바빠지는 것을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바로 NC 간판타자 나성범(30)이다.

기량과 신분이 잘 맞아떨어진다. 나성범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784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141홈런, 603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모두 20홈런 이상, 90타점 이상을 수확했다. 타격뿐만 아니다. 기동력을 갖췄고, 어깨도 좋다. 게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 나갈 자격을 얻는다. NC도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MLB 진출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임은 분명하다. 물론 나성범은 신중하다. 부정적 여론도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전의 꿈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부딪혀보겠다는 생각이 있다. 도전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 나성범은 성실한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NC다이노스
관심은 뜨겁다. 현재 NC 캠프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팀은 총 7개 팀에 이른다. 뉴욕 메츠,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신시내티, 클리블랜드, 시애틀이다. 몇몇 구단은 2경기 이상 나성범을 관찰하기도 했다. 사실 나성범 데이터는 이미 동아시아 스카우트들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애리조나, 그것도 피닉스에서 두 시간 떨어진 투손까지 스카우트를 파견하는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한 관계자는 “크로스 체크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우트들은 나성범 평가에 말을 아끼면서도 “체격조건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주 삼박자를 잘 갖췄다는 것이다. 사실 MLB 스카우트들은 선수의 신체조건을 가장 먼저 본다. 한 에이전트는 “사이즈가 작은 선수들은 MLB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일본보다는 한국 야수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나성범은 먼저 진출한 다른 선배 야수들 못지않은 조건을 갖췄다.

그렇다면 스카우트가 의식되지는 않을까. 나성범을 별 동요 없이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어차피 시즌에 들어가면 다 평가가 나올 일이다. 신경을 쓴다고 해서 더 좋아질 일도 아니다. 다만 일단 성실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나성범은 이 질문에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한해 바짝 하는 것보다는 이 선수는 어느 정도 꾸준히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서 “성실한 선수라고 각인시켜주고 싶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각인되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드러냈다.

오히려 MLB보다는 다가올 시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성범은 주축 선수로서 지난해 팀 성적 부진에 책임감을 느낀다. 나성범은 “팬분들에게 죄송했다. 나 또한 다이노스가 최하위로 처지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주장의 무게감 때문인지 유독 팀 성적을 강조한다. 그리고 희망이 밝다며 지켜봐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항상 목표를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나성범이지만, 올해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나성범은 “팀 반등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 기대하셔도 좋다. 새 구장, 새 감독님, 새로운 선수들이 있다. 새 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욕심이 나는 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다치지 않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뭔가 확신이 있다. 나성범도, NC도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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