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한화 최고령 투수가 됐다. 안영명이 머리를 기른 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이재국 기자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이재국 기자] "난 아직도 야구를 배워가고 있는데, 어느새 우리 팀에서 그런 위치가 됐네요."

안영명(35)은 스프링캠프에서 긴 머리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왜 머리를 기르고 있느냐'고 묻자 "작년에 머리 길렀을 때 잘 하다가 머리 자르고 나서부터 갑자기 몸이 좋지 않고 부진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왜 머리 잘랐냐'고 하셔서 비시즌부터 다시 기르기 시작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사연이 있는 ‘장발' 변신이다.

1984년생. 무엇보다 한화 투수진에서 윤규진과 함께 최고령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박정진(43)이 은퇴하고, 배영수(38)와 권혁(36)은 두산으로, 심수창(38)은 LG로 이적했다. 이동걸(36)도 은퇴해 구단 프런트로 변신했다. 윤규진이 어깨 통증으로 조기 귀국하면서 그는 홀로 맏형으로서 후배투수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어쩌면 아직 '최고령 투수'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급격한 세대교체 물줄기 속에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채 그런 자리에 서게 됐다.

'안영명은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니 팀 내에서 갑자기 최고참 투수가 돼 있더라"며 빙그레 웃었다. 장발의 맏형'이라 ‘장발장(長髮長)'이 된 그는 "최고령 타이틀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전에 은퇴하는 선수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잘 버텼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말대로 크고 작은 부상, 수많은 풍랑을 겪고서도 프로야구판에서 잘 버텨오고 있다.

안영명은 2015년 10승을 기록하며 LA 다저스로 떠난 류현진 이후 4년 만에 한화 토종 투수 중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다시 말해 현재 한화의 마지막 토종 10승 투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5년 일주일에 3차례나 선발등판하는 등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팀을 위해 헌신하다 어깨 통증이 발생하면서 결국 2016년 시즌 중반 어깨 수술을 하게 됐다. 구속이 130㎞대로 저하돼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지난해 4월 갑자기 구속이 148㎞까지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스스로도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며 "몸이 예전을 기억해낸 게 아닌가"라며 웃었다.

지난해 시즌 중반 몸 상태가 나빠지며 슬럼프를 겪어 아쉬움도 남지만, 그래도 53경기에 등판해 8승2패8홀드,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나름대로 한화 토종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하며 팀이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나가는 데 힘을 보탰다.

▲ 한화 안영명(오른쪽)이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이재국 기자
일본 오키나와에서 몸을 일찍 만들기 시작해 이미 실전에 등판하고 있는 안영명은 "최고령 투수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젠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선배가 돼야한다. 속된 말로 쪽팔리지 않아야한다. 후배들이 만들어 놓은 승리를 선배가 날리면 그것만큼 창피한 일이 없다"면서 "210승을 한 송진우 코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은퇴하는 날까지 야구를 배우더라'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이 아니더라도 선배답게 경기력으로 보여줘야한다.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귀감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안영명은 한화 맏형 투수답게 팀 전체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갔다. 한번 반짝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강팀이 되려면 국내 투수 중 2명 정도 10승 투수로 자리 잡아야한다"며 "난 이제 보직에 대한 욕심도 없다. 어릴 때 선발로 배려도 많이 받았다. 이제 후배들 중 재능 있는 젊은 투수가 성장해 꼭 10승 투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지난해엔 초반에 좋았는데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다. 올해는 시즌 끝까지 팀에 필요한 몫을 해내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안영명은 정말 심성이 착한 선수다. 최고참이 됐지만 오히려 분위기 메이커로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 투수조 훈련 분위기가 좋다"며 고마워했다.

▲ 한화 안영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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