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민이 연습경기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정철우 기자]염경엽 SK 신임 감독은 취임 이후 첫 트레이드로 '날쌘돌이' 유형인 고종욱을 영입했다. 자신이 넥센 감독 시절 키워냈던 제자 중 한 명이다.

이 트레이드는 향후 염 감독의 야구가 어떤 지향성을 갖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게 만들었다.

SK는 자타공인 홈런 군단이었다.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도 홈런을 앞세워 차지했었다. 염 감독은 이런 공격성은 계속 이어가면서도 세밀함을 더하는 야구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종욱 영입은 이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염 감독은 트레이드가 처음 성사 됐을 때 고종욱을 2번 타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래시컬한 팀 테이블 세터 구성을 구상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SK의 2번 타자는 주로 한동민이 맡았다. 2번에 대한 고민을 하던 힐만 당시 감독에게 염경엽 당시 단장이 제안을 해 이뤄진 변화였다.

한동민은 2번 타자로서 가장 많은 403 타석에 들어서 무려 32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그러나 고종욱이 영입되며 한동민은 5번 타자를 맡게 될 확률이 높아 보였다. 염 감독은 "고종욱이 있는 상황에서 한동민을 2번으로 쓰는 것은 아깝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SK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염 감독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번 한동민'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갖게 된 것이다.

철저한 전력 분석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염 감독은 전력 분석팀에 고종욱이 2번으로 나갔을 때와 한동민이 2번으로 나갔을 때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요청했다.

분석 결과 한동민이 2번으로 뛸 때 보다 생산력이 높아진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WAR 등에서 미세하게 한동민이 앞섰다.

염 감독의 구상도 함께 변했다. 한동민을 2번 타자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좋은 타자를 1,2,4번에 배치해야 한다는 이론이 나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그림에 맞춰 구상도 여러가지를 하고 있다. 한동민을 2번으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종욱을 9번에 배치해 사실상 1번 타자 몫을 맡기고 한동민은 3번 타자 같은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종욱을 2번으로 쓴다는 건 1회를 본다는 뜻이다. 1회에 득점이 꼭 필요한 경기, 선취점이 꼭 빨리 나와야 하는 경기서는 고종욱을 2번으로 쓸 생각이다. 고종욱은 번트를 대지 않더라도 병살타를 거의 치지 않는 선수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 전략을 쓸 수 있는 카드다. 경기 상황과 상대 선발, 우리 팀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종욱과 한동민을 2번 타순에 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접은 듯 보였던 한동민 2번 카드는 이렇게 다시 부활했다. 숫자와 감독의 판단력이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2번 타자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염 감독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한동민이 2번 타자 붙박이로 나서면 한 시즌 동안 40타석 정도를 더 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적어도 30타석 정도는 더 나갈 수 있도록 타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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