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상민. 제공|위브나인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새벽까지 이어진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나왔다지만, 배우 박상민(49)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 없이 환했다. 영화 '장군의 아들'(1990)로 데뷔한 지 30년이 된 올해, 그는 겹경사를 맞았다. 박상민은 오는 4월초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11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다. 최근 그 소식이 전해지고서 축하가 쏟아졌다.

"(드라마 '빙의'를 함께 촬영하고 있는) 송새벽이 계속 '감축드린다'고 한다.(웃음) 주위에 미처 알리지 못했는데 먼저 기사가 나다보니 서운하다는 연락이 이어지더라. 난처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축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1981년생인 예비신부는 연예계와는 무관한 재원이다. 약 2년 반 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다 마음을 열고 교제를 시작한 지는 1년 반이 됐다. 사진을 전공한 데다 어려서부터 여러 영화와 공연을 섭렵한 예비신부를 두고 박상민은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연기나 캐릭터에 대해서도 격 없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데뷔부터 함께해 온 임권택 감독에게는 이미 지난해 예비신부와 함께 인사를 다녀왔다.

"상처가 있었고, 오랜 시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이 친구를 만났다. 진실된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고 해야 하나. 반듯하고 소탈한 친구다. 마음에서부터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다. (예비) 장모님께 먼저 교제를 허락받았다."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는 결혼 전 예비신부와 나눠 낀 커플링이다. 광이 다 사라졌을 만큼 손때 묻은 반지는 박상민의 어머니가 20년 넘게 가지고 있던 것. 한 쌍의 반지를 예비신부와 하나씩 나눠가졌다.

"소소한 데서 행복을 느끼는" 예비신부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은 박상민은 "든든하다고 할까. 동반자라는 느낌이 든다. 나를 꿰뚫어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한다"고 털어놨다.

2세 계획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는 웃음 띤 너스레로 받아쳤다. "딸이든 아들이든 가릴 때가 아닙니다."

▲ 배우 박상민. 제공|위브나인엔터테인먼트
박상민은 오는 3월 6일 첫 방송을 앞둔 OCN 드라마 '빙의'로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그룹 CEO의 궂은일을 처리해주며 이권을 챙기는 조직폭력배 보스 장춘섭 역을 맡았다. 5부가 되어서야 처음 등장하지만, 뒤로 갈수록 강력한 존재감을 드리우는 캐릭터다. 제작사에서 어느 배우보다 먼저 박상민을 캐스팅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첫 대본연습에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를 만난 박상민이 테이블 위에까지 올라가 처음 내놓은 일성이 "니들 나 감당할 수 있겠어, 건투를 빈다"는 말이었다. 작품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창 예비신부와 애정을 키워가며 '빙의'를 준비하던 지난해, 박상민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으로 큰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해 7월말 종합검진에서 림프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비록 재검에서 오진임이 밝혀졌지만 난데없는 백혈병 진단 소동은 박상민에게 큰 충격을 안기는 한편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오만 생각이 다 났다. 그 순간에도 '아 '빙의'를 못 끝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자 친구는 그대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삶을 어떻게 정리할까도 고민했었다. 오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죽다 살아난 것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 내가 먹던 밥이, 마시던 술이 이런 맛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빙의'라는 새 작품을 앞두고, 또 결혼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있었을까' 고민하고 고심하던 박상민은 MTB를 타기 시작하고 담배를 줄였다. "삶을 바꾸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삶은 물론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크게 솟았다. '빙의'에 출연하면서 이런 솔직한 고민을 작가와 감독, 송새벽과 나눴고, 스스로도 성취감과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충만한 느낌으로 막바지 촬영을 이어가고 있단다.

▲ 배우 박상민. 제공|위브나인엔터테인먼트
"삶을 바꿔나가게 되더라.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살면서 스스로를 잡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작품을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도 새삼 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다. 내가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연기하지 못한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인터뷰 말미 박상민은 은퇴를 선언한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이야기를 꺼냈다. "은퇴를 선언하면서 '더이상 보여줄 게 없다'고 했다더라. 매번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배우의 DNA 아니겠나. 용기 있고 솔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언제쯤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연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데뷔 30년과 새로운 시작,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고민. 배우 박생민의 답은 '빙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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