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 아이돌' 이대훈이 품새가 지닌 매력을 입밖에 냈다. 겨루기와는 다른, 품새 고유의 팬들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진천선수촌, 박대현 기자] "품새의 매력이요? 딱 한 번만 보세요."

10년 연속 태극 마크에 빛나는 '태권 아이돌' 이대훈(27, 대전시체육회)은 품새 매력을 한 단어로 정리하지 않았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게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단 말을 기분 좋게 반복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자유품새를 보고 단숨에 매료됐다. 겨루기와는 다른 매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술술 말을 이었다. 

"(내가 몸 담은) 격투 종목과 개인 기록을 다투는 종목은 조금 다르다. 품새는 남과 겨루지 않고 자기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지 않나. 그 점이 가장 다르고 또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어 "겨루기는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상대 컨디션이나 경기 당일 운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하지만 품새는 그보단 좀 더 정직한 것 같다. 자기 관리를 얼마나 잘했느냐, 얼만큼 훈련했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것 같다. 타인보다 '나'에 집중된 구석이 많아 (선수 생활 내내 겨루기에 매진한 태권도인으로서) 그 점이 정말 멋있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기록 종목도 고충이 많다. 주먹과 얼굴을 맞대진 않지만 분명 '경쟁'이 있다. 더 나은 기록과 기량 유지를 위해 어마어마한 땀을 흘린다. 동기도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 

이대훈도 안다. 육상과 수영, 우슈 등 품새처럼 몸싸움없이 경쟁하는 종목이 지닌 '뒷모습'을 이해한다.

"기록 경기도 참 어려운 것 같다. 개인만 신경 쓰고 남보다 숫자로만 앞서면 되기에 얼핏 '단순해서 명쾌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기록을 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걸 안다. 그런 부문은 같은 체육인으로서 정말 존경스럽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실전 품새를 보고 새로운 매력을 알았다. 겨루기가 타격이 주는 박진감과 승패가 갈릴 때 희비 등이 매력이라면 품새는 절도 있고 매끈히 다져진 팀워크에 어필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 게임 때 바로 옆에서 (품새 경기를) 지켜봤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겨루기가 타격이 주는 박진감과 짜릿한 역전승, 승패가 갈릴 때 희비가 매력이라면 품새는 절도 있고 3인이 음악에 맞춰 동작을 연결해 나가는 데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조직력이 잘 다져진 공연을 볼 때 특유의 즐거움이 있다. 그런 매력에 팬들께서도 매료되시는 것 같다."

혹시 겨루기 은퇴 뒤 품새로 전향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태권 아이돌'이 품새에 도전한다면 그 자체로 뉴스가 될 터. 명분을 조금 다듬는다면 새 활력소가 필요한 한국 태권도에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이대훈은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질문 의도는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간다(웃음). 품새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은퇴하고 나서 아무리 열심히 한들 여태까지 하셨던 (품새) 선수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 본다. 물론 전향해서 국가 대표가 되고 큰 대회에 나가 우승까지 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새로운 길이 되고, 또 이야깃거리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공부하고 학문을 쌓으면서 다른 분야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힘줘 말했다.

▲ 2016년 10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 품새 챔피언십에 출전한 여자 이탈리아 선수.
이대훈이 "꼭 한 번 눈으로 보시라"고 손짓한 품새 매력을 곧 확인할 수 있다. KTA(대한태권도협회)가 주관하고 아디다스와 태권도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19 KTA 품새 최강전이 오는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다.

KTA 품새 최강전은 음악에 맞춰 구성한 자유품새로 겨루는 품새 대회다. KTA가 시도하는 새로운 형식의 파일럿 이벤트. 

보는 재미를 더한 관람형 품새 대회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출발한다.

결선 경기는 네이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라이브로 볼 수 있다. SPOTV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된다. TV 채널 SPOTV에선 추후 녹화 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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