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 제작 한희재 기자] 스포츠가 짜릿한 이유는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세계에 있죠. 하지만 승부를 조작해 불법 도박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번 궁금해S에서는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국내 스포츠 베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베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이외엔 불법입니다 

2001년 도입된 스포츠토토는 국내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현재는 해외 프로축구를 포함해 농구, 배구, 골프 등 국내외 주요프로스포츠로 발매 종목이 확대됐습니다. 

국내의 스포츠토토는 배당이 미리 정해지는 고정배당률 게임과 적중자에 따라 배당률이 달라지는 고정환급률 게임으로 발행됩니다. 게임 방식으로는 경기의 승패나 득점과 실점, 특정 선수의 성적을 맞히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구매금액은 체육진흥법에 따라 1매당 100원부터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온라인 발매는 1매당 최고 구매금액을 5만원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스포츠토토의 매출은 2018년 기준 약 4조 7천억 원입니다. 스포츠토토의 판매금액은 일부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전달되며, 이는 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돼 우리나라의 스포츠 인프라 구축 및 스포츠 복지 확대를 위해 사용됩니다. 

국가의 합법 사업인 ‘스포츠토토’는 경기를 분석하면서 즐기는 레저의 성격을 지니지만 큰돈을 노리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얘기가 다릅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스포츠토토와는 달리 법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베팅을 진행합니다. 베팅액에도 제한이 없고 배당률도 높아 강한 중독성과 사행성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으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이트를 옮기며 은밀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2016년 기준 21조 8천억 원 규모로 스포츠 토토의 약 5배에 달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스포츠팬들을 기만하는 ‘승부 조작’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큽니다. 조직 폭력배나 브로커가 운동선수에게 돈을 건네며 승부 조작을 요구하는 겁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승부 조작이 적발된 LG트윈스 박현준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박현준은 수백만 원을 받고 1회에 고의로 볼넷을 내줬습니다. 박현준은 KBO리그에서 영구 제명됐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최근에는 NC 다이노스 이태양의 승부 조작이 있었습니다. 이태양은 2015년 브로커에게 2,000만 원을 받고 4경기에서 볼넷과 실점 등을 고의로 내주는 승부 조작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19년 발생한 ‘블랙삭스 스캔들’이 대표적입니다. 도박사에게 매수된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월드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일부러 져준 사건입니다. 블랙삭스 스캔들은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승부 조작과 연계된 ‘불법 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프리미어리그는 열기가 뜨거운 영국은 스포츠 베팅을 합법화했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9개 팀의 유니폼 스폰서가 ‘스포츠 베팅 회사’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 스포츠까지 자체적인 베팅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로 영국에서 스포츠  베팅은 대중적입니다. 다양한 베팅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베팅 수익이 스포츠 산업에 재투자 되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미국도 지난해 스포츠 베팅을 사실상 합법화했습니다. 미국은 1992년 도입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에 따라 4개 주를 제외하고는 스포츠도박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이 지난해 스포츠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연방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스포츠 베팅이 사실상 전면적으로 허용됐습니다. 

현재 미국의 불법 스포츠 베팅 시장은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60조 원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면 미국의 각 주 정부는 세금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고, 미국 스포츠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미국은 스포츠 도박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물론 해외의 경우처럼 ‘스포츠 베팅’의 합법화는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체육 재정 확충을 위해 마련한 스포츠토토를 사행성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외의 스포츠 도박 합법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음지에 있는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꾸준한 규제와 강력한 처벌로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에만 집중하는 것이 먼저일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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