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와 주장의 부상에 깜짝 놀란 김진야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제가 그런 걸 잘 못 봐요. 무서워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친구 이승모(포항)를 보고 놀란 김진야(인천)는 이번에 주장 남준재(인천)를 보고 또 놀랐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경남 FC와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서 제주전 무승부에 이어 경남전 승리를 따내면서 1승 1무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인천의 시즌 첫 승과 함께 김진야는 첫 경고를 받았다. 플레이 스타일상 워낙 많이 활발히 뛰기 때문에 뭔가 플레이가 거칠고 카드도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인상이 있지만, 김진야는 수비로도 카드를 잘 받지 않는 선수다. 지난 시즌 25경기에 나와서 경고 3장을 받았다. 이 중 한 장은 서울전에서 부상때문에 절뚝이며 교체되다가 늦게 나간다는 이유로 받은 경고다.

이날도 다소 억울할 수 있는 경고를 받았다. 배기종을 막다가 놓쳐 반칙을 해 경고를 받았는데, 상대 선수를 잡거나 접촉한 정도가 보는 사람에 따라 경고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야에게 경고가 주어지자 인천 팬들은 주심에게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김진야는 "안 닿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저로서는 많이 아쉽다. 전반에 경고를 받아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다음 경기부터는 경고 관리도 잘 해야 한다고 느꼈다. 많이 배웠다"며 좋게 받아들였다.

이날 인천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주장 남준재의 부상이다. 후반 2분 공을 잡는 과정에서 달려오는 조던 머치와 충돌했다. 남준재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주심은 곧바로 경기를 중단했다. 남준재의 상태를 살핀 의료진은 교체 사인을 냈고 구급차까지 들어왔다.

남준재의 부상은 다행히 크지 않다. 인천 관계자는 남준재가 구급차에 타기 전 의식을 찾았고, 병원으로 이송해 CT, 엑스레이를 찍을 결과 큰 이상은 없었다. 그래도 MRI까지 찍을 예정이며 안정을 위해 입원했다"고 밝혔다.

▲ 부상으로 이송되는 남준재 ⓒ 한국프로축구연맹
▲ 지난해 11월, 승강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상으로 이송된 이승모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진야는 남준재에게 차마 가까이 가지 못했다. "멀리 있었다. 걱정은 됐는데 근처에 가지 못하겠더라. 그런 큰 부상이 나오면 무서워서 가지 못한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상대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한 것을 본 이후로 위험한 부상 장면이 나오면 옆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남준재 옆에 가지 못했지만 김진야는 동료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상태를 물어보며 주장을 걱정했다. 김진야는 "다행히 (남)준재 형이 많이 안정됐다고 들었다. 주장이시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중심을 잡아주는 형이 나가니 팀이 흔들렸다. 빨리 쾌유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진야가 동료를 걱정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승모(현 포항, 당시 광주)가 지난해 11월 K리그2 승강 준플레이오프 대전과 경기에서 공을 다툰 후 착지하다 목부터 떨어진 큰 부상을 당했다. 이승모 역시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주심의 빠른 경기 중단과 의료진 투입으로 더 큰 부상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고, 이승모는 빠르게 회복해 올해 원 소속팀 포항으로 복귀했다.

이승모는 김진야의 절친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친한 선수로 이승모를 꼽았다. 김진야는 "그 경기를 TV로 보고 있었는데도 무서웠다. (이)승모를 얼마 전에 만나 그때 괜찮았냐고 물어봤는데 '아니. 아무것도 기억 안 나'라고 하더라. 난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지만 걱정이 많이 됐다. 승모도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고 그 트라우마를 앞으로 이겨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친구를 보고 놀란 가슴이 이번에 주장을 보고 다시 놀랐다.

주장 남준재가 빠진 자리는 부주장 부노자가 잘 메웠다. 끊임없이 선수들을 격려했고, 승리 후 라커룸에서도 이번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오늘(9일) 하루는 즐기지만 앞으로 더 잘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부노자의 인천 사랑은 대단하다. 구단 레전드이자 현재 수석코치인 임중용 코치의 선수 시절 번호인 20번을 달고 있다. 20번의 의미도 잘 알고 있고 애착도 강하다. 비시즌 중 임중용 코치에게 20번 달았으니까 주장 시켜달라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부주장이 됐다.

김진야는 "부노자 선수가 주장 욕심이 있는 거 같긴 한데"라며 방긋 웃은 후 "준재 형이 없다 보니 부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격려해주셨다"며 부노자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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