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미즈전 이후 인터뷰를 진행한 삿포로의 수비수 김민태(왼쪽)와 골키퍼 구성윤 ⓒ이종현 기자

▲ 콘사도레 삿포르의 일본 현지 팬들은 수문장 구성윤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말로 플래카드를 만들 정도다.

[스포티비뉴스=삿포로, 이종현 기자] J1에서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콘사도레 삿포로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J리그 2부 리그 팀이었다. 하지만 두 한국인 선수가 샷포로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샷포로는 2017시즌 J1 리그 11위, 2018시즌엔 1부 리그 4위로 마쳤다. 2019시즌 아직 리그 3라운드까지 치르지 않았지만, 9일 기준 J리그 2위에 올랐다. 'J리그의 전통적 강호' 우라와 레즈를 원정에서 2-0으로 완파하고, 이어진 홈 경기에서 시미즈S 펄스를 5-2로 압살했다.  

콘사도레 삿포로는 9일 오후 2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 위치한 삿포로 돔에서 2019시즌 J리그 3라운드 시미즈S 펄스와 경기를 치렀다. 삿포로의 주전 수문장 구성윤이 선발로 나섰다. 수비수 김민태는 후반 32분 교체로 출전해 추가 시간까지 17분을 뛰었다. 삿포르는 홈에서 공격적인 축구로 5-2 대승을 거뒀다. 순위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호평을 받고 있다. 

삿포로가 지금의 팀으로 바뀐 것은 감독 교체가 가장 주효했다는 평가. 2016시즌 2부에 있던 삿포로를 승격시키고, 2017시즌 J1 11위로 1부리그 잔류시킨 요모다 슈헤이 감독을 코치로 내리는 파격적인 인사를 실행했다. 우라와 레즈를 오랫동안 이끈 미하일로 페트로비치(애칭 미샤) 감독을 선임했다. 삿포로 사장이 직접 미샤 감독을 찾아가 감독직을 제안했고, 요모다 슈헤이 감독에겐 양해를 구했다. 

기존 삿포로는 내려서다가 역습하는 전형적인 '수비 축구'를 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스리백을 축구 철학으로 내세운 미샤 감독은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골키퍼부터 빌드업을 강조하는 축구인데, 스리백 중 왼쪽 그리고 오른쪽 센터백까지 적극적으로 나가는 공격축구였다. 삿포로는 2018시즌 J리그1 4위로 마쳤다. 승점이 1점 모자라 ACL 출전권을 따지 못했을 정도로 달라진 팀이 됐다. 

선방 능력으로 이미 J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구성윤은 "미샤 감독님께서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는 막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11명의 필드플레이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골키퍼도 항상 빌드업에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미샤 감독의 '축구 철학'을 설명했다. 

▲ 삿포로 구장에서 팔고 있는 '김민태 햄버거'
▲ 삿포로에서 팔고 있는 구성윤 볶음밥 ⓒ이종현 기자

우라와전에서도 골키퍼부터 시작된 빌드업으로 인한 공격 축구로 2-0 완승을 거두고, 홈에서 열린 시미즈전에도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 줄기와 공격 전술로 상대를 부쉈다. 

후반 교체로 투입된 수비수 김민태는 "일단 팀이 리그 세 경기를 했어요. 첫 경기는 졌지만, 2연승 했죠. 이기는 것도 중요한데, 좋은 경기력을 했어요. 팀의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라면서 "지금 감독님 밑에서 좋은 축구 배우고 있고,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축구에요. 성적도 나고 있고요. 제가 성장하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감독님 밑에서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에요"며 미샤 감독이 개인과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4년 동안 삿포로의 축구를 지켜봐 왔다던 요코야마 카즈유키 씨는 "(미샤 감독의 삿포로 축구는) "디펜스보다는 오펜스입니다. 지금까지 콘사도레의 컨셉은 디펜하다가 카운터였지만요. 지금은 계속 오펜스입니다. 한 번 뺏기면 몇 배는 상대를 때려버리는 게 지금의 삿포로 축구입니다"며 달라진 삿포로 축구에 미소를 지었다.

삿포로는 J1 18개 팀 중 15~16번째 예산을 쓰는 팀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달라진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미샤 감독의 한결같은 철학과 함께 '한국인 용병' 구성윤, 김민태의 역할도 컸다. 

구성윤은 지난 2016시즌 J2 리그 34경기 중 33경기를 출전했고, 22실점으로 경기당 최저 실점률(0.67) 기록했다. J2 베스트11에 들었다. 삿포로가 1부 리그에 승격한 2017시즌 33경기, 2018시즌 34경기 전 경기를 뛴 핵심 선수다. 이미 기본적인 선방 능력은 J리그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데, 2018시즌 부임한 페트로비치 감독의 조련 아래 빌드업까지 되는 골키퍼로 진화하며 팀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김민태 역시 2017시즌 삿포로에 합류한 이후 스피드가 좋고, 종패스가 준수하다는 장점을 이용해 페트로비치 감독의 중심 선수로 성장했다. 2018시즌 부상과 퇴장 여파 등으로 빠진 경기를 제외하고 리그 26경기를 뛰면서 팀의 4위 도약에 힘을 보탰다. 

두 한국인이 머나먼 땅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삿포로 축구의 역사를 쓰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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