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 vs 전북현대 전반전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경기 종료 후 환하게 웃은 모라이스 전북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전술은 선수가 완성한다. 4-0 대승으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힘의 차이를 과시한 전북 현대의 승인은 전술 수행 능력과 상대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영리한 플레이였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은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K리그1 첫 승을 4-0 대승으로 거뒀다. 전북이 수원전에 4골 차 승리를 거둔 것은 9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 성과다. 반대로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은 부임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졌다.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로 치른 개막전에 이어 라인을 극도로 높이는 전술 기조를 유지하면서 또 한 번 예상을 깬 선발 명단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개막전에 울산의 부족했던 결정력 덕분에 후반전에 추격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수원은, 로페즈와 김신욱이라는 확실한 골잡이를 보유한 전북을 상대로 전반 22분 만에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 김신욱을 중심으로 전북은 4톱과 3톱을 오가며 공격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김신욱 원톱? 사실상 4톱, 자유자재 유기적인 모라이스표 닥공

전북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김신욱이 원톱으로 배치됐는데, 겁없이 라인을 올리겠다던 수원보다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레프트백 김진수는 왼쪽 날개에 가깝게 전진했고, 로페즈는 안으로 좁혀 김신욱과 투톱처럼 섰다. 한교원이 오른쪽 날개처럼 벌리고 이승기가 뒤에서 지원하다가 김신욱의 옆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라이트백 명준재가 상대적으로 뒤로 내려가 수비 균형을 맞췄다.

공격 상황에 전북은 김진수와 한교원이 좌우 날개, 중앙 지역에 로페즈, 김신욱, 이승기가 손준호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공격 숫자가 많았다. 전북은 전방 압박을 하기 위해 라인을 높인 수원의 배후를 직접 공략했다. 수비 라인에서 오래 공을 소유하지 않고 빠르게 측면과 전방으로 공을 전개했다. 전북은 공 확보 능력과 간수 능력, 운반 능력과 일대일 능력에서 모두 수원에 앞서 쉽게 전진했다.

전반 1분 39초 만에 나온 로페즈의 선제골은 수원의 약점을 이용한 작품이었다. 센터백 김민혁이 왼발로 길게 전방으로 찔러준 패스를 김신욱이 헤더로 떨궜고, 수비 배후로 흐른 공을 로페즈가 달려들며 잡았다. 곧바로 수원 골문으로 치고 들어가 골키퍼 김다솔과 일대일 상황에 깔끔한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 12분 김신욱의 추가골 상황은 오른쪽 수비 지역에서 시작해 한교원과 이승기를 거쳐 김신욱의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최후방 수비 라인에서 전방 공격진으로 빠르게 직선적인 패스가 전개됐다. 전반 22분 로페즈가 넣은 세 번째 골도 김신욱의 헤더 패스를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한교원이 받은 뒤 문전 왼쪽으로 침투한 로페즈에게 깔끔한 땅볼 크로스를 보내며 완성됐다.

수원은 라인을 높였으나 전북 수비 라인의 전진 패스를 통제하지 못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데얀을 비롯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유주안과 전세진의 압박도 전북을 괴롭히지 못했다. 수원은 최후방 수비 라인과 최전방 공격 라인의 간격을 좁혔지만 바로 측면으로 공을 찔러 풀백 뒤를 노리거나, 김신욱의 헤더를 활용한 롱볼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포백 앞에 배치된 고승범이나, 김신욱을 막아야 하는 고명석과 김민호가 수비적으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빠르다는 이유로 중용된 김태환을 비롯한 수원의 젊은 수비수들은 뒷걸음치는 상황에서 전북 공격수를 따라잡지 못했다. 전북은 돌격할 수 있는 선수들은 전방에 많이 두고 간결한 플레이로 수원 수비를 무너트렸다.

전북은 로페즈가 측면과 전방을 넘나들며 수비 그물을 흔들었고, 김신욱이 앞뒤로 움직이며 라인 사이를 벌렸다. 이승기와 한교원이 활발하게 스위칭하면서 손준호까지 전진해 수원의 중원을 저신없이 만들었다. 최영준이 중원 버팀목 역할을 하며 수원의 공격 전개를 막았고, 김민혁과 홍정호도 적절히 전진 수비를 펼치며 수원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북은 로페즈와 김신욱, 김신욱과 이승기, 김신욱과 한교원이 수시로 투톱을 만들었다가 스리톱의 여러 조합을 만드는 등 자유자재로 공격 형태를 바꿔가며 수원 수비를 흔들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화끈한 공격을 펼쳤다. 모라이스 감독의 색깔로 ‘닥공(닥치고 공격)’이 구현됐다.

"수원은 찬스를 못 살렸고 우리는 살렸다 . 우리는 경기를 즐겼고 수원은 이기려고 달려들었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


▲ 수원삼성 vs 전북현대 선수 교체 이후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이임생,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이유

이임생 감독은 울산전에 선발 출전시킨 라이트백 구대영을 아예 명단에서 빼고 고명석과 김민호를 새로운 센터백 조합으로 기용했다. 울산전에 센터백으로 나선 김태환이 라이트백으로 출전했다. 홍철이 레프트백으로 나와 새로운 포백을 구성했다. 이임생 감독은 빠른 선수가 많은 울산과 달리 장신 공겨수 김신욱을 막기 위해 맞춘 새로운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포백 앞에는 고승범이 뛰었다. 빌드업 상황의 패스 능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원톱 데얀 뒤로 임상협, 전세진, 유주안, 염기훈이 배치됐다. 염기훈은 오른쪽 측면에 섰는데, 이임생 감독은 중앙으로 좁혀 패스를 공급하거나 처진 공격수로 투톱을 형성하는 동선을 계획했다. 바그닝요는 울산전에 자주 공을 잃어 수비 체력 소모를 많이 준다는 점을 지적 받아 벤치로 내려갔다. 울산전에 득점한 타가트는 데얀과 투톱으로 나설 경우 중원 숫자가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수원의 선발 명단에는 22세 이하 선수가 유주안, 전세진, 김민호, 김태환 등 무려 네 명이나 있었다. 이들이 패기 넘치게 많이 뛰어줄 것을 기대했으나 경험 부족의 약점만 드러났다. 유주안과 전세진은 압박 밀도도 부족했고 공을 거의 만지지 못하며 공격 전개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김민호는 김신욱을 잡으라는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고 전반 25분 만에 타가트와 교체됐다.

이임생 감독은 전반 22분 만에 3골을 내주자 플랜A를 폐기했다. 타가트와 데얀을 투톱으로 세우고,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린 뒤 고승범을 라이트백 자리로 이동시켰다. 김태환이 센터백으로 이동해 4-4-2 포메이션으로 변형했다. 

이임생 감독은 울산전 후반전에도 염기훈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빌드업하게 했고, 전북전에도 이 역할을 맡겼다. 이임생 감독은 수원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염기훈을 90분간 쓰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경기를 조율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원은 사리치를 포함해 이종성, 최성근, 김종우 등 미드필더 자원이 대거 부상자 명단에 올라 운용 폭이 좁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염기훈 선수는 경기 운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본다. 이런 선수를 반 경기만 이용하고 빼는 건 우리 팀 자원으로선 굉장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측면에서 윙어의 역할로 공수 부담을 90분 가져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미드필드 자원이 많이 부상으로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도 염기훈 선수가 그 자리에서 롤을 해줬다. 다른 선수들은 긴장이 됐는지 제대로 못해준 건 분명하다. 염기훈 선수가 잘 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론 거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이임생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의 부상 현황과 관계 없이 염기훈을 포백 앞의 조율사로 중용할 의지를 밝혀왔다. 라인을 높이고 전방 압박을 하며 상대 지역을 지배하는 경기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포백 앞의 플레이메이커와 전방 압박의 밀도다. 수원은 염기훈이 이 자리로 내려오면서 플레이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전방 압박과 그로 인해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는 시간이 부족해 계획대로 경기하지 못했다.

이임생 감독은 물러서지 않는 축구, 염기훈의 중앙 기용, 공격수 중심 경기 운영으로 신선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경기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의도는 알 수 있지만 구현할 수 있는 능력과 완성도가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을 상대로 현실성 없는 전략을 준비한 것이다. 

▲ 염기훈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현격한 실력 차이, 전북과 수원이 봐야하는 현실

모라이스 감독은 “골을 더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4-0은 아쉬운 스코어”라고 했다. 더 큰 승리가 가능했다. 대구과 개막전에 고전했던 전북은 챔피언의 위용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수원이 어린 선수들을 내세워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내용과 결과를 온전히 믿어선 안 된다. 

그래도 전북은 후반전에 문선민과 한승규와 같은 선수들이 투입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분명 전력이 막강하다. 문선민이 이날 시원한 발리 슈팅으로 전북 데뷔골을 넣은 점도 희소식이다. 로페즈는 2골 1도움 원맨쇼로 자신이 현재 K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전북은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임생 감독은 “우리가 밀고 나올 때는 앞에서 압박이 밀고 나오고, 앞쪽이 열리면 뒤로 쳐지게 된다. 뒤로 쳐지는 게 선수들이 미리 안쳐지면서 내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사실 문제 없다고 본다”며 현재 경기 기조를 유지하며 경기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임생 감독은 “첫 골도 외국인 선수의 스피드와 능력이라고 생각이 든다. 너무 일찍 실점해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급했다. 이런 부분을 좀 더 선수들과 같이 대화를 통해서 고쳐나가게 노력하겠다”며 전북의 개인 기량이 출중한데, 수원의 어린 선수들이 아직 경험을 쌓는 중이라며 향후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원은 울산과 전북, 양대 우승후보를 연이어 만나 2연패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성남,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한다면 이임생 감독의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전술 구사에 물음표가 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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