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탁구 국가 대표 선수들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진천, 조영준 기자] "진천선수촌에 들어 온지 한 달 정도 됐습니다. 각 종목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이 주된 일인데 선수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합숙 제도 폐지입니다."

한국 스포츠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동안 '성적 지상 주위'로 곪았던 고름이 터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를 막기 위해 선수촌의 합숙 훈련과 소년 체전 폐지를 언급했다. 또 병역 혜택과 연금 혜택의 축소 방안도 내놓았다.

이런 방안을 받아들이는 현장 체육인들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스포츠의 요람인 충북 진천선수촌을 이끌어갈 신치용(64) 신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대표 선수들의 합숙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촌장은 새롭게 부임한 뒤 각 종목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14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체육인들이 들려준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는 진천선수촌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신 촌장은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국민들의 세금으로 훈련하는 대표 선수들이 있는 선수촌이 개방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 신치용 신임 진천선수촌장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신임 선수촌장 초청 설명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신 촌장은 선수촌 내에서 벌어진 일부 지도자들의 몰지각한 행동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에 대한 방안도 생각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표 선수들의 훈련 환경'이다.

합숙 폐지 문제에 대해 그는 "합숙이 폐지되면 우리는 어디서 훈련해야 하냐고 묻는 선수들이 많다. 현장의 현실도 잘 감안해주셨으면 한다"며 합숙 제도 폐지는 힘들다는 의견을 털어놓았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탁구, 여자하키, 펜싱, 레슬링 훈련 현장을 공개했다. 신 촌장은 각 종목 선수들의 훈련 현장을 직접 관건하며 취재진들와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합숙이 (선수들의) 간섭이나 통제를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데 그것보다 관리가 중요하다"며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좋은 관리를 하려면 합숙이 필요한데 출퇴근을 하면 이렇게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천선수촌은 국가 대표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이런 긍정적인 조건을 최대한 살리려면 합숙이 필요하다.

한 지도자는 "최근 안 좋은 사건이 터진 점은 안타깝다. 일부 지도자의 잘못된 훈련 방식은 근절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최근 선수촌에서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안타까움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합숙 훈련도 옛날과는 달라졌다는 점도 알리고 싶다. 선수들을 생각하는 지도자들은 강압적인 방법이 아닌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합숙하지 않으면 다른 훈련 장소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펜싱 국가 대표 선수들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최근 쇼트트랙 사건이 터지며 한국 체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에 집착하지 말고 '즐기는 스포츠'를 하자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 촌장은 "강압적인 방법이 아닌 선수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표 선수들의 훈련 현실을 생각할 때 합숙제도 폐지와 선수촌 공개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반성해야 한다. 선수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선수들도 억지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촌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선수들의 사기가 다시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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