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대구에로' 세징야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유현태 기자] 세징야는 한국에서 4년째 생활한다. 오로지 대구FC의 유니폼만 입었고 90경기에서 26골과 28도움을 올렸다. K리그1 승격부터 FA컵 우승까지 대구FC의 반전을 몸소 느낀 산 증인이다.

2018시즌엔 8골 11도움을 올리면서 K리그1 도움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K리그1을 대표하는 외국인 공격수이자, 대구FC의 상징처럼 느껴질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됐다. 2018시즌 FA컵 우승의 기쁨을 안긴 MVP 세징야는 여러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대구에 남아 도전을 이어 간다. 올해도 K리그1,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모두 도전하고 있다.

벌써 세징야는 대구FC를 집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동료들을 가족처럼 생각해 배려하고, 팀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4년 동안 대구FC와 동고동락하며 인간적으로도 성장했다. 앞으로도 대구FC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다는 외국인 선수 세징야를 11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전을 앞두고도 자신만만했던 대구 선수단은 12일 3-1 완승을 거뒀다. 자신감 넘치는 말들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 경기장 밖의 세징야는 차분하다. ⓒ유현태 기자

◆ 세징야에게 대구에서 4년이란?: "대구는 내 집이라는 안정감을 준다."

- 대구에서 팬들의 사랑을 느낄 때가 있나.
바로 어제(10일)만 해도 그랬다. 아내와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알아봐주시더라.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시고, ‘K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도 해주시더라. 머리 스타일을 바꾼 다음부터 더 잘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자기 전에 누워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순간 느끼고 있다.

- 다른 팀들의 관심 속에도 대구에 남은 이유는 무엇인가.
동료 선수들, 구단 스태프, 대구 시민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남길 바랐다. 그 뜻이 전해졌다. 금전적인 면도 부정할 순 없지만, 다른 팀으로 갔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다. 대구는 내 집이라는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새로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 가족 역시 그런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개인의 결정은 아니었다. 아내와 이야기하고 남기로 결정했다. 내 아내가 팬도 더 많고 대구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남기로 한 선택은 한 가정을 위해 또 인생을 위해 행복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예전에 한국 음식이 잘 안 맞는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 조금씩 한국 찌개나 국은 시도를 해보곤 있다. 하지만 솔직히 크게 좋아진 점은 없는 것 같다.(웃음)

▲ 세징야는 기분이 좋다. 대구가 잘하니까. ⓒ유현태 기자

◆ K리그1 최고의 외국인 선수: "팀의 자랑이 되고 싶다."

- 분위기가 좋다. 최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것보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 경기장 내에서 기량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을 유지해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 처음엔 집중적인 견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사고뭉치 이미지도 있었다. 이제 많이 성숙해지고 팀을 위하는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4년이 됐다. 그렇게만 있었다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사람을 성장해야 한다. 경기장에선 여전히 차이고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많다. 포커스는 경기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에 집중할 뿐이다. 태클이나 몸싸움을 당할 때 때로 화가 나긴 하지만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인간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화는 나지만 심리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

-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1명으로 꼽힌다. 책임감을 느끼는가.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 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그에 책임감도 느낀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매경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조금씩 이야기가 나왔다면 앞으론 항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다. 꾸준히 하다 보면 내 이름뿐 아니라 대구FC의 이름도 더 알려질 것이다. 팀의 자랑이 되고 싶고, 또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FA컵 우승 전에 홍정운, 에드가, 당시에 있던 조세와 우스갯소리로 약속을 했다. 우승을 하면 염색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29년 동안 단 1번도 염색해본 적이 없어서 믿지 않았다. 말은 꺼냈고 우승도 했다.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 에드가는 약속은 했지만 하지 못했다. (대구에로라는 별명도 알고 있나.)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팬들이 SNS로 많이 보내주시더라. 옆모습을 비교해서 보내주셨는데 진짜 닮긴 했더라. 아구에로처럼 위대한 선수와 비교해주시니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 찰떡궁합 세징야와 에드가 ⓒ연합뉴스

◆ 세징야가 말하는 대구의 저력: "이길 때도 다같이 이기고, 질 때도 다같이 진다."

- 에드가와 유난히 호흡이 좋은 이유가 있을까.
피치 밖에서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게 경기장에서 도움이 된다. 에드가는 마음이 넓은 친구다.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에드가도 그렇게 키가 큰 데도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뛰어준다. 배려해주면서 노력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생각을 더 읽고 반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장 밖의 우정이 경기장 내의 호흡으로 나오는 것 같다. 서로를 향한 존중이 크다 보니 에드가가 골을 넣었을 때 내가 넣은 것처럼 기쁘다. 내가 넣었을 때도 에드가가 자기가 골을 넣은 것처럼 좋아한다.

- 안드레 감독은 에드가-세징야 콤비를 이야기하면 뒤에서 묵묵히 버티는 국내 선수들을 항상 칭찬한다.
대구 선수들이 여기에 온 외국인 선수들을 보듬어줄 착한 심성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대구에선 외국인 선수와 트러블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더 좋아해주고, 배려해주곤 했다. 경기를 이길 때도 다같이 이기고, 질 때도 다같이 진다. 누구 한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스쿼드가 두껍지도 않고 시민구단 팀으로서 ‘빅클럽’이 되긴 어렵다. 하지만 팀으로서 뭉치면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서로 돕고 같이 끌고 가려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다. 그런 분위기가 대구에서 활약하는 기쁨이다.

- 대구에도 분명 위기가 올 것이다.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대구는 항상 강등 1순위였다. 매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팀보다 어려움을 많이 겪은 팀이다. 그런 고비가 왔을 때 잘 넘겨왔다. 언젠가 위기가 오겠지만 지금처럼 해왔던 대로, 의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 동료에 대해 의심하면 팀이 무너진다. 지난해 계속 승리가 없을 때도 반전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했다. 지금 당장 결과가 좋지 않아도 분명히 고비를 넘기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매해 증명했다. 경기에 지더라도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강하게 훈련하면서 고비를 넘어갈 것이다.

▲ 팬들은 선수들의 힘 ⓒ연합뉴스

◆ DGB대구은행파크: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산다."

- 새 경기장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경기장에서 어떻게 놀면 팬들하고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운동장에서 뛰면 책임감, 부담감을 느끼고 집중력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팬들하고 소통하고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득점을 했을 때 서포터즈 앞에 찾아가서 함께 즐겨야 한다. 다른 때에 팬들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코너킥을 처리하러 갈 때 ‘네가 최고야’라고들 해주시지만 늘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득점 이후에 호응하고 즐기는 부분이 좋다. 이길 땐 더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살고, 그럴 때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시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한 번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기도 하던데.
팬들을 유도한 것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돌려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대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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