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후배가 겁 없이 때려 내더라고요. 원래 잘 치던 친구니까요.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경기 펼쳤다고 생각해요.”

스포트라이트 밖의 종목 정구. 그러나 그들의 삶에도 드라마가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구 전 종목 석권 주역이 된 김보미(25, 경기 안성시청)의 땀은 그 어느 때보다 굵고 아름다웠다.

김보미는 지난 4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코리아컵 인천 국제정구대회(주최 대한정구협회, 주관 인천정구연맹) 여자 단식 결승에서 '젊은 피' 김지연(21, 충북 옥천군청)을  4-2로 꺾고 왕좌에 앉았다. 앞서 여자 복식 결승에서 동료 윤수정과 호흡을 맞춰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김애경-주옥 조(NH 농협은행)에게 3-5로 패한 아쉬움을 씻은 경기였다.

게임 듀스가 벌어지지 않는 한 7게임 4선승 제(복식 9게임 5선승 제)를 펼치는 정구 개인전. 정구의 경우는 경기 시간이 길지 않고 1차전 후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공백 시간도 짧은 편이다. 여자 복식 결승 후 치른 남자 단식 결승에서 김진웅(대전시설관리공단)이 태국의 와포론 소라쳇을 4-0으로 손쉽게 꺾었다. 복식 결승전을 마친 후 김보미가 다시 코트로 들어서는 데는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구는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고무공으로 겨루는 만큼 테니스에 비해 공의 스피드가 느리다. 따라서 선수의 활동 능력과 체력 비중이 크다. 이를 고려했을 때 김보미의 숨은 노력은 대단했다. “날이 더웠어요. 햇볕도 따가웠고. 그래도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복식 결승 후 피로가 가시지 않을 법했으나 김보미는 의연했다.



그리고 경기는 말 그대로 명품이었다. 1게임 여섯 차례 듀스로 김지연과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은 김보미는 4게임에서 체력이 떨어진 듯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노련미를 앞세워 5, 6게임을 연거푸 이기며 우승했다.

“1게임 듀스가 계속 이어졌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지연이가 어린 나이에 겁 없이 스트로크하면서 덤벼 덕분에 함께 좋은 경기한 것 같기도 하고. 백핸드도 자신 있게 때려 내더라고요. 원래 잘 치던 친구인 만큼 저도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치는 데 주력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뻐요.”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후배이자 멋진 경기를 펼친 김지연을 칭찬하며 웃은 김보미다.

정구의 시작은 일본이지만 한국 정구는 말 그대로 아시아 최강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4년 인천에서 전 종목 금메달 금자탑을 쌓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숨겨진 효자 종목. 실업 6년째 김보미는 한국 여자 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4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결승 두 경기를 치르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사진] 김보미 ⓒ 스포티비뉴스

[영상] 코리아컵 남녀단식 결승 H/L ⓒ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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