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라이스 축구는 최근 2연패로 숙제가 드러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전북 현대가 2연패를 당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2019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 0-1 패배에 이어 하나원큐 K리그1 2019 3라운드에는 안방에서 강원에 0-1로 졌다. 부리람 원정은 2연속 패배, 강원을 상대로는 무려 9년 만의 패배다. 두 패배 모두 뼈아프다.

전북은 지난해 5월에도 부리람 원정에서 지고 온 뒤 포항 스틸러스와 리그 경기에서 0-3으로 크게 진 바 있다. 직항이 없는 태국 부리람 원정은 선수단의 체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리람을 상대로도 후반전에 힘이 빠졌고, 다녀온 뒤 경기에 선수들은 시작부터 지친 모습을 보였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인 이번에 처음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북이 지난 해 비슷한 문제를 겪고도 비슷한 패배를 당한 것은 문제가 있다. 전북은 부리람전에 선발로 뛴 선수 중 로페즈, 김진수, 최철순, 홍정호, 송범근 등 5명만 강원전에 선발로 기용했다. 로테이션을 가동했으나 팀 컨디션은 회복되지 못했다. 풀백과 공수의 핵이 두 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

▲ 부리람전 실점 상황.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사이로 역습 패스를 내줬고, 홍정호는 사리찻을 막는 과정에 부심을 바라봐 타이밍을 내줬다. ⓒ김종래 디자이너


◆ 부리람 원정 패배, 체력 보다 아쉬웠던 실점 상황 부주의

전북은 두 경기 모두 1골 차로 졌다. 부리람전은 상대 진영에서 로페즈가 공을 쥐고 공격을 펼치다가 역습을 당했다. 부리람의 중앙 미드필더 라타나콘 마이카미의 전진 패스가 전북 미드필더 두 명 사이를 통과해 페드로에게 전달됐다. 페드로는 중앙 지역을 돌파하며 왼쪽 측면에서 전진한 공격수 수파초크 사라찻에게 패스했다.

사라찻은 문전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 깔끔한 왼발 슈팅을 꽂아넣었다.  골키퍼 송범근은 어찌할 도리가 없이 예리하게 니어포스트를 찌른 슈팅이었다.

대비가 불가능한 장면은 아니었다. 페드로가 돌파하고, 사라찻이 침투를 준비할 때 두 명의 전북 미드필더가 따라 내려오고, 세 명의 전북 수비수가 후방에 있었다. 부리람전에 전북은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서 상대 밀집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풀백을 올리고 스리백을 뒀다. 그런데 이 전술의 약점이 공략 당했다. 풀백이 윙백으로 전진해 빈 측면 뒤 공간을 허용했다.

이 공간을 내줘도 스리백이 중앙 지역을 잘 통제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사라찻에게 패스가 전달될 때 전북 스리백은 사라찻에 집중하지 않고 부심이 깃발을 올리는 지 쳐다봤다. 손을 위로 들며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는 의사를 표시하며 집중력이 분산됐다. 가장 가까이서 사라찻의 플레이를 제어해야 했던 홍정호가 이 과정에타이밍을 놓쳤다. 홍정호의 마지막 플레이가 아쉬웠던 실점 장면이다.

▲ 전북은 후방 빌드업 시도 중 범한 패스 미스로 자멸했다. ⓒ김종래 디자이너


◆ 태국 원정 후유증? 강원전 실점은 무리한 후방 빌드업의 부작용

강원전에 전북은 익숙한 포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생소했다. 최보경도 부상에서 돌아와 2019시즌 첫 출전을 강원전에 했다. 그 앞에 임선영, 최영준, 한승규가 배치됐다. 

후반 17분 전북은 황당한 실점을 당한다. 최보경이 수비 지역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려 중앙 미드필더 임선영에게 패스한 것을 한국영에게 차단당해 쇼트 카운터를 당했다.

최보경이 송범근 앞에서 공을 전개할 때 홍정호는 오른쪽 측면으로 벌려섰고, 최영준과 임선영이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 했다. 문제는 이때 강원이 전방 압박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석화가 오른쪽에서 위로 올라가 최보경을 직접 견제했고, 김현욱이 홍정호와 임선영 사이, 김지현이 최영준 앞을 막고 있었다.

최보경은 김현욱이 홍정호 쪽으로 가는 패스 길을 막으려고 이동하자 임선영에게 패스했다. 하지만 임선영 뒤에 한국영이 도사리고 있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 출신 미드필더 한국영은 투지 넘치는 압박 능력이 무기다. 번개 같이 임선영 앞으로 치고 들어가 공을 따낸 한국영은 그대로 전북 문전 오른쪽까지 치고 들어간 뒤 뒤따라온 김지현에게 패스했다. 우왕좌왕한 전북 수비는 김지현의 깔끔한 마무리 슈팅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했다.

최보경은 강원 공격수 네 명이 전방 압박을 가해 후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면 전방으로 길게 처리하거나 다시 송범근에게 백패스해 빌드업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오른쪽 풀백 최철순이 홍정호 앞 쪽으로 따라 내려온 것은 최보경이 공을 줄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에사도 후방 빌드업을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패스 미스가 발생해 곧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추구하는 경기 방향이 비슷한 모라이스 감독의 전북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오고 있다. 

▲ 강원에 9년 만의 패배를 당한 전북 ⓒ한국프로축구연맹


◆ 모라이스가 원하는 축구, 확실한 볼란치 없이 불가능

모라이스 감독은 부리람 원정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집중력과 판단력은 체력이 떨어질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부리람전 실점 상황에 심판을 쳐다보느라 타이밍을 놓친 것, 부리람 원정 18인 명단에 들지 않았던 최보경이 치명적인 패스 미스를 범한 것은 태국 원정 후유증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전북의 고민은 포백 앞의 확실한 '볼란치'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를 구현하려면 후방에서 공을 쥐고 경기 전체를 조율할 확실한 중원 사련관이 필요하다. 신형민, 손준호를 보유한 전북은 최영준까지 영입해 중원을 강화했지만 모라이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맞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가 없다.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는 첼시 미드필더 조르지뉴와 캉테가 있다면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 미드필더 중 누가 됐든 후방에서 경기가 전개될 때 조타수 역할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 

부리람의 역습 패스가 중앙으로 들어올 때 잘라줄 수 있는 미드필더, 센터백이 빌드업 과정에 패스 미스를 범하기 전에 패스 길을 지시할 수 있는 경기장 안의 리더가 중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라이스 감독 체제의 경기 방식은 부리람전, 강원전과 비슷한 패턴의 실점을 다시 허용할 수 있다. 전술을 바꾸거나 선수를 보강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경기에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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