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팬의 성원에도 무안타 사슬을 끊지 못한 이치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역시 일본야구의 전설다웠다. 스즈키 이치로(46·시애틀)를 보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치로의 소속팀 시애틀은 오는 21일과 22일 일본 도쿄돔에서 오클랜드와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갖는다. 이치로도 동료들과 일찌감치 고국에 들어왔다. 시애틀은 17일 요미우리와 연습경기를 하며 개막전에 대비했다. 이치로는 이날 선발 9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일찌감치 예고된 선발 출전에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요미우리가 워낙 인기팀이기도 하고, 메이저리그 팀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많은 팬이 도쿄돔을 찾았다. 하지만 역시 이치로의 흥행 파워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도쿄돔에는 총 4만6315명의 관중이 찾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서 출전하는 이치로를 환호했다. 선수 소개부터 박수가 쏟아졌고, 많은 팬이 이치로의 타석을 숨죽여 지켜봤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이치로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치로는 최근 21번의 타석에서 안타 없이 볼넷 두 개를 고르는 데 그쳤다. 올해 시범경기 12경기 타율은 8푼, OPS(출루율+장타율)는 0.259라는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실전이 없었던 아킬레스건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치로는 경기 후 “좋은 분위기였고 감격했다. 도쿄 팬들도 최고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경기력은 만족하지 못했다. “느린 공 실마리를 찾았다”고 애써 웃은 이치로는 “오늘 아니면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를 내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파울이 된 것도 있지만 멋진 수비도 있었다. 무엇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이치로를 두둔했다. 하지만 도쿄 2연전이 끝난 뒤에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거리 원정이라 도쿄 개막전은 로스터가 28인으로 확대된다. 이치로는 외야 백업으로 원정길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가면 로스터는 원래인 25명으로 줄어든다. 미국에서는 이치로의 탈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범경기서 보여준 것이 없다.

이치로는 아직 현역 은퇴 의사가 없다. “50세까지 뛰고 싶다”는 속내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가 40인 로스터에서 빠지면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메이저리그 은퇴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치로가 일본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극적인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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