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 감독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이성필 기자/이강유 영상 기자] 과거 한국 축구 환경은 외국인 지도자들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이들이 가진 '기술'만 받아 넣고 정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남긴 '유산'이 있는가에 관해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물론 몇몇 명장들이 현재 4~50대에 접어든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기억에서 사라졌거나 단명했다.

지난해 여름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은 욘 안데르센(56) 감독은 어떨까, 북한 대표팀을 맡았다는 것이 가장 큰 화제였고 '잔류왕' 인천을 또 K리그1에 잔류시킨 가시적 성과물도 만들었다. 올해는 특징 있는 선수들의 합류로 기대치가 높아졌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으로 기가 센 안데르센 감독은 인천의 역사에 어떤 인물로 남을까.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12일 안데르센 감독이 머무는 인천 송도의 오크우드 프리미어호텔에서 만나 짧지만 강렬한 그의 인생과 축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편에서 계속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해 월드컵 열기가 올라오던 6월 중반에 인천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인천의 최악의 성적으로 예년과 다름 없이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안데르센 감독은 인천을 빠르게 추스렸고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기적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올해 인천은 선수를 보내는 구단에서 영입하는 구단으로 변모했다. 영입 면면이 화려하다. 인천 팬들은 '올해는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 얼마만의 화려한 영입인가…달라진 인천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평가가 좋은 걸로 아는데 알아야 할 점은 주요 선수 6명 가량이 빠졌습니다. 그 공백은 다른 선수가 와서 채웠는데 이 선수들의 퀄리티는 매우 훌륭합니다. 하지만 새로 온 선수들은 새 팀, 새 전술에 적응하는 시기에 있습니다. 당장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는 건 힘듭니다. 허나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과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인천은 올해도 많은 선수가 나가고 많은 선수가 들어왔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주축 선수들이 나가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로 공백을 메운 것이 아닌, 나간 선수들도 주축이지만 들어온 선수들도 모두 한 실력 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문선민(전북), 아길라르(제주)가 이적했고, 한석종, 김대중은 상주 상무로 입대했다. 대신 전남에서 허용준, 양준아를 영입했고, 강원에서 문창진, 김승용, 전북에서 문선민과 트레이드로 이재성을 영입하는 등 알차게 보강을 마쳤다. 또 하마드와 베트남에서 가장 기대 받는 선수 중 한 명인 콩푸엉을 영입했다. 무고사와 부노자가 잔류해 외국인 영입도 알찼다.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대표팀 차출도 많다. 무고사는 꾸준히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되고 있고, 김보섭, 김강국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사실 클럽 팀 감독으로서 대표 선수가 많은 건 좋은 건 아니죠. 항상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을 해야하는데 A매치 기간에 선수들이 빠지면 정상적인 훈련 진행이 어려워 집니다. 그래도 감독으로서는 아쉽지만 구단으로 본다면 이득이 되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1라운드에서 제주와 1-1, 2라운드에서 경남에 2-1로 승리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상주와 3라운드 전이었다. 특히 수비다. 인천은 지난해 수비가 불안했다. 69실점으로 12위 전남과 같이 최다 실점이었다. 과거 '짠물 축구'라는 별명에 맞지 않게 수비가 무너졌다.

"짠물 축구?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정말 수비가 안 좋았습니다."

올해는 다르다. 비록 상주전에서 수비가 무너졌지만 확실히 작년과 달라진 느낌이다. 특이한 점은 올해 포백과 작년 포백이 다르지 않다는 점. 1~3라운드에 선발 출전한 김정호, 부노자, 김동민, 김진야 모두 작년에 있던 선수다. 선수는 그대로이지만 경기력은 달라졌다.

"전술 사항을 선수들이 많이 받아들였고 코치의 지시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라인을 뒤로 물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는 수비를 추구하는데 그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 안데르센 감독
◆ 조금 더 높은 곳이 목표라는 안데르센, ACL은?

인터뷰를 진행한 시간에 대구와 광저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 리그 2차전에 열리고 있었다. 결과는 대구의 3-1 승리, 대구는 전반에만 두 골을 퍼부으며 광저우를 몰아쳤다. 전반 결과를 보여주자 안데르센 감독은 "지금? 2-0?"이라며 감탄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대구의 선전을 예상했다.

"와우! 대구는 좋은 팀이에요. 개인적으로 대구를 좋아합니다. 시즌 전에 이번 시즌 탑3는 전북, 울산, 그리고 대구라고 생각했어요."

안데르센 감독은 이번 시즌 목표를 '조금 더 높은 곳'이라고 했다. 즉 ACL이 목표는 아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생각이 다르다. 김진야, 김정호 등은 ACL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선수들은 내심 ACL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라는 질문에 안데르센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이번 시즌은 조금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2~3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이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납니다.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하면 2~3년 후 ACL 진출이 가능할 겁니다."

▲ 인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콩푸엉 ⓒ 한국프로축구연맹
◆ 베트남 슈퍼스타 콩푸엉, "한국에서는 슈퍼스타 아니죠."

인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콩푸엉이다. 베트남에서 온 선수다보니 주목을 받는다. 인천 홈 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베트남 팬들을 볼 수 있다. 2라운드 경남전의 경우 100여명의 베트남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콩푸엉이 워낙 주목을 많이 받으니 취재진의 질문도 쏟아진다. 지나친 관심에 안데르센 감독은 다소 난감할 때가 있다. 경기 때도 "당장 뛸 몸 상태는 아니다. 더 적응을 해야 한다"라고 평가하며 콩푸엉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 팬들이 콩푸엉 출전을 보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감독으로서 말하고 싶은 건 콩푸엉은 현재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단계입니다. K리그에 더 적응하고 인천의 전술, 스타일에 더 적응해야 합니다. 콩푸엉이 실력있는 선수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시간이 더 주어지면 분명 중요한 선수가 될 것입니다."

쏟아지는 콩푸엉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지 물었다. 안데르센 감독은 '노 프로블럼'이라고 답했다. 콩푸엉이 출전한 시간은 많지 않다. K리그에 데뷔한 경남전에서는 2분 남짓 뛰었다. 이때 베트남 팬들은 인천 SNS에 몰려와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콩푸엉을 출전시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신경 안 씁니다. 아직 어린 선수입니다. K리그는 아시아 최고의 리그이지만 베트남은 20위권 정도입니다. 콩푸엉에게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콩푸엉은 베트남에서는 슈퍼스타이고, 한국에서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언론의 관심도 점차 떨어질 겁니다. 베트남에서 슈퍼스타라고 한국에서도 슈퍼스타인 건 아니죠."

인천에서 콩푸엉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물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우승이 없다. 클롭 감독은 안데르센 감독의 친구로도 유명하다. 클롭 감독은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더블 우승을 노리고 있다. 친구 안데르센 감독은 리버풀의 더블 우승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했을까?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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