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원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대구FC의 돌풍은 태풍이 될 조짐이다. 2019시즌 개막 뒤 5경기에서 3승 2무를 거뒀다. 제주 유나이티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꺾었고, K리그에서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전북 현대, 울산 현대를 상대로 비겼다. 

그 핵심에 서 있는 것은 역시 외국인 콤비 세징야와 에드가다. 하지만 대구의 외국인 의존도를 낮춰주는 공격수 김대원이 있다. 제주전에서 환상적인 추가 골을 넣은 데 이어 광저우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대원은 이제 대구의 공격을 이끄는 삼각편대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대원은 2016시즌 대구FC에 입단했다. 2016,2017시즌 동안 출전 수는 15번. 거의 교체 출전이었다. 불과 1년 전인 2018시즌 중반까지도 출전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제주 서귀포에서 마무리하던 당시에 만났던 김대원은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김대원은 2018년 8월 21라운드 강원FC전부터 꾸준하게 출전했다. 반전은 결국 더 간절한 준비에서 시작됐다. 김대원은 그 이유를 "운동을 1번 할 것을 2번 하고, 안 쉬려고 했다"고 말한다.

대구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대원의 '오늘'은 단순한 한 선수의 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슷한 연령대 동료들에게도 어엿하게 주전으로 활약하는 김대원이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구FC가 가진 저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광저우전을 앞뒀던 11일 김대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진짜' 프로 선수가 됐습니까."

▲ 힘든 2년 반 프로 적응 기간도 있었다. ⓒ유현태 기자

◆ 벤치에서 삼각편대의 일원으로: "쉬지 않고 했다."

- 후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팀도 성적이 좋고. 소감은.
일단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참가한다. 선수로서 영광스럽다. 팀의 좋은 성적에 기여해 영광이다.

- 호주 원정은 얼마나 걸렸나. 도착하고 이틀 지나고 바로 경기를 했다. 
비행기만 12시간 걸린 것 같다. 젊어서 버틸 수 있었다.

- 2018년 초 전지훈련 당시엔 기가 죽어 있다고 느꼈다. 반전의 계기가 어디였나.
경기를 치르는 몸 상태가 돼 있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기를 뛸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

- 역시 프로 무대가 많이 거칠고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인가.
고등학교 땐 11명 전부가 잘할 순 없었다. 그래서 조금 편했다. 프로 무대에 20살에 처음 와보니 거의 2년을 놀았다. ‘아, 이게 프로구나’ 했다. 압박 강도도 다르고 템포도 다르다.

- 그 전에도 열심히는 했을텐데, 열심히가 ‘더 열심히’가 된 것인가.
보통 훈련을 오후에 하루 1번 훈련한다. 오전에 쉬고 오후에만 운동하곤 했다. 1번 할 것을 2번 하고 안 쉬려고 했다. (몸이 올라오면 경기장에서 어떻게 나오나.) 대구FC는 선 수비 후 역습을 한다. 예전엔 수비만 하다가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역습을 나갈 때도 빠르게 나갈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역시 체력이 좋아졌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실수가 더 나오게 돼 있다. 겨울에 22세 이하 대표팀에 다녀왔다. 거기서 지금까지 훈련이 제일 힘들었다. 그 훈련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 김대원 광저우전 득점 성공. ⓒ연합뉴스

◆ 소년이 프로가 되기까지: "경기에 못 뛰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다."

- 대구는 유망주들이 많은 팀이다. 본인이 잘하는 것을 보며 다른 어린 선수들이 자극을 받지 않을까. 선의의 경쟁이 될텐데.
저도 뒤에 있던 시기가 있었다. 동료들이 자극을 받을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선수라면 경기를 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저나 (정)승원처럼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뛸수록 선수들이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 뒤에 있던 1년 반 동안 어떤 생각을 했나.
처음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생 때는 경기를 거의 못 뛴 적이 없었다. 경기에 못 뛰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다. 어떻게 해야 경기를 나갈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다. 뭐가 부족한지, 필요한지 알게 됐다. 그걸 보완하다보니 조금씩 기회를 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한 번 성공의 맛을 보면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 더 큰 목표를 잡고 있나.
일단 팀에서 경기에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팀이 좋아지면 저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매경기 잘하고 싶지만 팀이 잘하는 게 우선이다.

- 어렸을 때 바둑을 뒀다고 하던데. 바둑에선 복기를 하곤 한다.
경기를 끝나고 생각을 한다. 이런 땐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좋은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것들이 쌓여야 경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경기장 밖의 김대원은 차분하다. ⓒ유현태 기자

◆ 치솟는 대구FC의 위상: "역사를 쓰고 있는 것 같다."

- 역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이 어려울 때부터 함께해서 애착이 강하다. 강등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K리그1 승격과 잔류, FA컵 우승까지. 항상 강등 1순위였는데 이제 어느 정도 전력을 갖췄다고 봐주시는 것 자체가 팀의 성장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 역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몸으로 깨닫는 것 같다. 대구의 전성기가 아닐까. 그걸 또 함께하고 있다고 느낀다.

- 지금은 그 역사의 시작이다. 앞으로도 성공을 해내야 진짜 성공일 것 같다.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팬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기대감을 충족시키려면 선수들도 더 노력하고 좋은 경기를 하고, 결과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사인 요청은 대환영 ⓒ유현태 기자

◆ DGB대구은행파크와 인기 상승: "사인 많이 해드리고 싶다."

- 경기장의 첫 느낌은.
대구스타디움에서 1만, 1만 5천 명이 찬 거랑, 새 경기장에 1만 명이 찬 거랑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 피치와 거리가 정말 가까워서 팬들과 함께하는 느낌이 들었다. 힘을 받는 느낌이다.

- 서포터가 있는 S석 앞에 골을 넣고 선 기분은.
그렇게 홈 팬들이 많은 것을 처음 경험해본다.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이름을 불러주시는 게 들리니까 더 잘해야겠다 생각한다.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더 뛰게 된다.

- 대구 경기장 자랑을 좀 해달라.
조현우를 코앞에서 볼 수 있고, 대구 아이돌 정승원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경기장이 울린다. 소름이 돋는다. (원정 팀이 겁이 좀 날까.) 제주가 힘을 못 쓰고 가지 않았나.(웃음)

- 9일 제주전 이후 믹스트존 인터뷰 때문에 팬들하고 많이 만나질 못했는데.
죄송했다. 많이 해드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못 그래서 죄송하다. 형들 눈치가 보이긴 하는데 최대한 많이 해드리고 싶다.

- 좋은 성적과 함께 선수들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던데. 대구 시내에서 아직 편안한가. 세징야는 백화점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던데.
아직 그런 적은 없다. (조)현우 형은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 세징야, (정)승원이도 점점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더라. 앞으로 인기가 올라가면 좀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긴 하다. 프로 선수는 팬들이 계셔서 존재할 수 있다. 알아봐주시고 찾아주시면 감사한 일이다. 

- 외출할 때 대구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가진 않을 것 아닌가. 팬들이 알아볼 수 있나.
당연하다. 이건 안 입고 나간다. 주로 동성로, 수성못 등으로 자주 놀러간다. 요즘처럼 바쁠 때는 아니지만 한가할 때 종종 나가곤 한다. (길에서 만나도 도망가지 않을 것인가.) 물론이다. 사인도 다 해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어드리고 싶다. 알아봐주신다면.

▲ "올해 목표 공격 포인트 15개" 김대원에게 다가오는 형님들.

◆ 세징야-에드가 그리고 김대원: "공을 빼앗고 공간을 찾아는 것"

- 동계 훈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적응 문제는.
감독님도 그대로, 전술도 그대로, 선수들도 변한 게 크지 않아서 적응엔 문제가 없었다.

- 최근 호흡을 맞추는 세징야, 에드가를 보며 배우는 점도 있나. 자주 보면 좋은 점들이 더 눈에 띌 것 같다.
에드가는 스타일이 워낙 다르다. 보고 배우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징야는 볼을 관리하는 능력이나 수비가 있을 때도 치고 나가는 점을 대단하다고 느낀다. 역시 피지컬적으로 갖춰져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상대와 부딪혔을 때 이겨내야 한다.

- 대구 공격 전술을 설명해준다면.
우선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수비 위치를 잘 서니까 상대 수비 라인 전체가 전진하게 된다. 그때 공을 빼앗고 공간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습할 때 빨리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 식의 축구를 올해까지 2년째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고민하고 있다.

- 세징야-에드가-김대원은 각각 어떤 임무를 맡고 있나.
세징야는 공수의 연결고리다. 볼을 커트했을 때 세징야에게 먼저 공이 투입된다. 알아도 못 막는다. 세징야가 공을 워낙 잘 지켜서 안 빼앗긴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에드가나 제가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나갈 수 있다. 에드가는 큰 키지만 볼 키핑력이 좋고 싸워주는 점이 장점이다. 제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세징야-에드가가 풀리지 않을 때 윤활유가 되는 게 장점이다. 많이 뛰고 동료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목표다.

▲ 다음 목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 올림픽에 가는 것. 2015년 수원JS컵 당시. 김대원은 첫 줄 가장 왼쪽에 있다. ⓒ한희재 기자

◆ 올해 목표: "공격 포인트 15개, 상위 스플릿 그리고 도쿄 올림픽"

- 올해 목표는. 개인적, 팀적으로.
올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공격 포인트 15개를 올리고 싶다. 팀은 상위스플릿에 가야 할 것 같다. FA컵, ACL 모두 있다. ACL은 16강 이상에 무조건 가야 한다. FA컵에서도 지난해 우승 팀인데 잘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노리는 게 아닌가.) 다른 팀들보다 어린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조금 덜 지치지 않을까 싶다.

- 올해도 위기가 올 수 있다.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올까.
선발은 11명이지만 뒤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발을 맞춰온 시간들이 길고 1,2명이 빠진다고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우리를 버티게 만들어줄 것이다. (새로운 김대원이 나타날 것이란 의미인가.) 새로운 김대원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새로운 정승원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웃음)

- 김학범호에서 목표는. 도쿄 올림픽이 목표일텐데.
계속 불러주시는 것에 감사한다. 발탁되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대표팀에 뽑히려면 소속 팀에서 활약이 바탕이 돼야 한다. 팀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 최종 명단에 들어야 한다.

- 혹시 해외 진출을 하고 싶다면 가보고 싶은 무대가 있나.
여러서부터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많이 봤다. 하지만 스타일상 프리미어리그에선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 스페인 라리가처럼 기술적인 축구를 하는 곳에서 뛰어보고 싶다. 선수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팀은 레알마드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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