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장자연 동료 윤지오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가 고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에게 '장자연 사건 연루자'들의 실명을 요구한 것을 두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는 고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공개 증언에 나선 윤지오와 인터뷰했다.

윤지오가 술자리 성추행 현장에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왕종명 앵커는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지오는 “증언자로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왕 앵커는 “말을 했다, 안 했다를 얘기할 수 없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연예인이 있다 없다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지”라고 재차 물었다. 윤지오는 “이 부분을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종명 앵커는 윤지오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 윤지오 씨가 언급한 방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 또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다. 여전히 공개 의사가 없는가"라며 윤지오가 진술한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지오는 "아시다시피 지난 10년간 진술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도 시달리고 수차례 이사도 했고 결국 해외로 도피했다. 귀국 전에도 한 언론사에서 전화해서 내 행방을 묻기도 했다. 오기 전에 교통사고도 두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말씀을 드리지 않는 건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보호하려 말씀드리지 않는 게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시면 더이상 목격자가 아니라 나는 피의자로 배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분들께 1원도 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왕 앵커는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들의 실명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왕 앵커는 "고소는 될 수 있다. 피고소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이 명단을 말하는 것과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용기를 내서 나오셨고 장자연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데 어쩌면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진실을 밝히는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냐"며 거듭 실명 공개를 압박했다.

이에 윤지오가 "내가 발설하면 책임져주실 수 있냐"고 묻자, 왕 앵커는 "우리가요? 이 안에서는 우리가 어떻게든"이라고 얼버무렸다. 

윤지오는 "안에서는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나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 경찰에 일관되게 말했다. 이 부분은 검경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난 시민으로, 증언자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 MBC '뉴스데스크' 시청자게시판 화면캡처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거듭 실명 공개를 압박하는 왕종명 앵커를 비판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게시판에는 왕 앵커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다. 시청자들은 “왜 자꾸 신변 보호도 못 해줄 발언을 하라고 다그치냐. 무례의 정도가 지나치다”, “이름만 밝혀내고 싶어서 혈안이 된 게 너무 티 난다”, “특종 따내려고 앵커 무리수 두는 게 눈에 너무 보인다”, “윤지오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본인이 원하는 것에만 혈안이 됐다”, “책임을 지지도 못할 거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하냐 ” 등의 반응을 보이며 왕종명 앵커의 무리한 진행에 손가락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보도 경쟁이 부른 무리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MBC 봄 개편으로 30분 늘어난 85분 방송으로 확대 편성한 첫 방송이었다.

윤지오는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을 마치고 유튜브 방송 ‘고발뉴스’에 출연해 “(거명된 사람이) 고소를 하게 되면, 이것(증언자)만으로도 정신없는데 (더 정신없어 질 것 같다)”고 고백했다.

증언자 신변 보호에 대해 경각심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윤지오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임시 숙소를 지원받는 등 사설 경호업체에 신변 보호를 의뢰할 계획임을 알리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호 비용 관련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고 장자연 사건은 2009년 배우 장자연이 유력 인사들의 성 접대를 강요 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고 장자연이 이들에게 성 접대를 강요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검찰은 연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며 사건을 종결 지었다.

2018년 5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으며, 고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가 증언에 나서면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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