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일(설경구)이 귀국한다. 어린 딸 예솔(김보민)에게 줄 곰인형을 흔들며 문앞에서 아내 순남(전도연)을 부르지만 순남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결국 시집간 동생 집에 짐을 푼 정일은 쭈뼛거리며 낯선 딸을, 아내를 찾아간다. 가족은 아들 수호(윤찬영)를 잃었다.
순남은 뒤늦게 돌아온 남편을 밀어내고 이혼서류를 내민다. 아들이 걸어온 마지막 전화 한 통을 못 받은 것이 그저 한스러운 순남은 잠시 비운 방처럼 아들의 방을 정돈하고, 아들 옷을 새로 산다. 애써 웃는 유가족들에겐 '소풍왔냐'며 쏘아붙이고, 모임에도 안 나간다.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데도 제멋대로 켜지는 고장난 센서등이 그저 반갑다가도 이내 비명같은 울음이 터진다.
정일을 반기는 건 오빠가 보고싶고 아빠가 그리웠던 딸 예솔뿐. 주소조차 바뀌었는데 아들의 방만이 생생히 남은 집이 정일은 어색하다. 전등을 갈아끼우고 고장난 센서등을 고치는 게 고작인 아버지는 수호의 생일 모임을 갖자며 아들 이야기를 해달라는 이들에게 속 한번 안 썩였다는 한마디를 해 놓고 다음 말을 찾지 못해 목이 멘다. 그는 아내가 질색하는 아이의 생일 모임을 준비하려 한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시', '밀양' 등에 참여했던 이종언 감독은 2015년 여름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생일'을 기획했다. 떠난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한 생일 모임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일'을 만들었다. 그 진심에 오랜 인연이 있는 제작자들이 나섰고, 뜻 있는 투자자들이 함께했고,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참여했다.
주인공은 유가족이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라는 단어조차 함부로 쓰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이들에게 접근한다. 그들의 삶과 일상으로 시작해 주위로 시선을 넓힌다. 한스러운 어머니와 죄스러운 아버지, 해맑은 얼굴로 같은 아픔을 나눠가진 어린 동생은 물론, 정 많은 이웃과 속 깊은 고모와 아픔을 토닥이는 또 다른 유가족을 담담히 비춘다.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보상금 많이 받아 어디 쓰는지가 궁금한 타인과, 보상금 받은 게 죄스러워 유가족 모임과도 연락을 끊은 다른 유가족과, 죽은 친구의 어머니를 피하고픈 청년과 이젠 애끊는 울음이 지긋지긋한 이웃을 같은 담담함으로 담는다.
그 눈높이는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이의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 남겨진 이들의 단면을 비추는 영화는 여전히 눈물흘리는 이들을 향해서도, 함께 눈물짓지 못하는 이를 향해서도 예를 갖춘 듯하다. 우리 모두가 남겨진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배우 설경구-전도연은 무거운 기대와 부담을 기어이 이겨내고 정일과 순남이 되어 보는 이들을 흔들어 놓는다. 천진한 표정으로 삶을 일깨우는 김보민은 물론 김수진 이봉련 성유빈 탕준상 권소현 윤찬영의 얼굴 하나하나가 또렷이 남는다.
영화의 절정은 짐작한 대로, 주인공 없는 생일 모임이다. 나름의 시간으로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순간마저 '생일'은 담담히 담아내지만, 담담히 지켜보기가 힘들다. 웃다 울고 다시 웃는 씻김굿은 떠난 자가 아니라 남겨진 이를 위로한다. 영화 '생일'은 살아남은,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조심스러운 초대장이다.
4월3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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