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헌트는 지난 15일(한국 시간) 발생한 뉴질랜드 총기 사건으로 삼촌을 잃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지난 15일(이하 한국 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 용의자는 호주 국적의 20대 백인 청년. 총구를 겨누기 전 그는 반무슬림, 반유색인종, 반이민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페이스북 생방송으로 내보내 충격을 더했다.

이날 테러로 최소 4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저신다 아더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15일)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참담한 날"이라며 희생자·유족을 애도했다.

아더 총리가 애도를 표한 유족 중에는 마크 헌트(44, 뉴질랜드)도 있다. 헌트는 이번 총격으로 삼촌을 잃었다.

19일 페이스북에 헌트는 "(전 세계 시민이) 뉴질랜드에 보내준 지지와 애도, 성원은 정말 위대하다. 할 말을 잃었다. 난 오클랜드에 살지만 총격 소식을 듣고 바로 이곳(크라이스트처치)으로 달려왔다. 나흘 전 여기서 사랑하는 삼촌을 잃었다. 너무나 슬프다"고 적었다.

글과 영상을 함께 올렸다. 영상엔 덤덤히 심정을 털어놓는 헌트 모습이 담겼다.

검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그는 하고픈 말을 미리 적어둔 핸드폰을 보며 차분히 목소리를 냈다.

헌트는 "지금 (삼촌이 살던)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 서 있다. 사람들은 운전하다가도 멈춰서서 내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손짓을 보낸다. 그것도 모자라 5분 뒤에 다시 돌아와서 함께 애도를 해준다"고 밝혔다.

삼촌과 어느 정도 각별한 사이였는진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 소중한 혈육이었음을 유추할 수는 있다. 

애초 헌트에게 집안 어른은 애증 대상이다.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이다. 그런 그가 삼촌 비보를 듣고 육로로 15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곧장 달려왔다.

헌트는 2015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불우한 가정사를 털어논 바 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당한 학대 경험을 고백했다.

당시 그는 "아버지가 테러리스트 같았다"고 표현했다. 자신과 형제를 때릴 도구를 찾기 시작할 때부터 공포감이 고개를 쳐들었다고 했다. 기절할 때까지 때리는 건 예사고 쫄쫄 굶긴 적도 많았다고.

경기를 뛸 때 헌트는 펀치로 상대를 눕히면 후속타를 넣지 않고 곧장 돌아선다. 이 역시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연계돼 있다.

아버지가 무자비한 구타로 자신을 기절시킨 뒤에도 그 상태에서 계속 때렸다고 한다. 이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자신은 절대 그런 남자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팬들이 열광했던 특유의 피니시 모션에도 뾰족한 압정이 서려 있던 셈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