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구폼 교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서진용.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지금 당장 있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한 번…”

염경엽 SK 감독은 파이어볼러를 선호한다. 팀 내 여러 유형의 선수들이 있지만 굳이 성향을 숨기지는 않는다. 그런 염 감독이 주목하는 트리오가 있다. 강지광(29) 하재훈(29) 서진용(27)이다. 모두 150㎞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들이다. 세 선수 모두 아마추어나 프로에서 주로 야수를 보다가 투수로 전향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염 감독은 지난 플로리다 캠프에서 세 선수의 미래를 즐겁게 이야기하곤 했다. “당장 실현될 일은 아니다”고 전제를 하긴 했지만 “7~9회에 150㎞를 던지는 세 선수가 줄줄이 나와 상대 타선을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뒤로 갈수록 더 빠른 공을 가진 선수가 나오면 재밌을 것”이라고 웃었다. 여기에 역시 140㎞대 중·후반의 공을 던지는 정영일 김택형 김태훈이 합류하면 전원 강속구 불펜도 가능하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이 트리오가 한 경기에 모두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생각보다 그 시점이 일찍 왔다. 정영일의 부상 때문이다. 올해 우완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정영일은 17일 수원 KT전에 앞서 불펜서 몸을 풀다 햄스트링이 미세손상됐다.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2~3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 SK는 상태가 확실해질 때까지 정영일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 결과 ‘150㎞ 트리오’가 모두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범경기 성적으로 자격을 증명했다. 서진용은 4경기에서 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80(피안타율 0.125), 강지광은 4경기 4이닝에서 평균자책점 0(피안타율 0.143), 하재훈은 3경기 3이닝에서 평균자책점 0(피안타율 0.182)을 기록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불펜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며 명분을 확보했다. 

마무리 후보로 각광받았던 서진용은 폼을 간결하게 하는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구속은 한창 좋을 때보다 못 미친다. 그러나 염 감독은 “공 끝이 좋아지고, 일관성이 생겼다. 구속은 시간이 지나다보면 반드시 올라올 것”이라고 두둔했다. 실제 변화구가 좋아지다 보니 떨어진 구속에서도 오히려 시범경기 성적은 좋았다.

지난해 투수로 전향한 강지광도 시범경기에서 짠물투를 펼쳐 기대를 모았다. 단장 시절 강지광을 설득해 투수로 전향시킨 염 감독은 “캠프 때부터 열심히 했고,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아졌다”고 흐뭇함을 드러냈다. 강지광은 1이닝이라면 평균 150㎞를 던질 수 있는 천부적인 어깨를 가지고 있다. 역시 투수로서의 완성도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올해 지명된 하재훈은 기대 이상 페이스다. 이미 캠프에서 최고 155㎞를 던졌고, 시범경기에서도 150㎞ 이상의 공과 두둑한 배짱을 과시하며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묵직한 포심패스트볼을 던지고 있고, 결정구인 커브는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다는 평가다.

물론 아직 염 감독의 진짜 구상이 실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염 감독은 세 선수가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버텨주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고비가 몇 차례 올 것으로 본다. 베테랑 불펜 선수들을 구상에서 꽉 쥐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특히 후반기는 염 감독 구상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성공한다면 문제였던 SK 불펜이 단번에 큰 매력을 가진 세력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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