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개막전에 나선 스즈키 이치로(왼쪽)와 동료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교체 장면은 마치 은퇴식과도 같았다.

시애틀은 20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공식 개막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장 확대를 위한 일본 특별 경기다. 개막전이었던 20일에는 도쿄돔 좌석 5만5000석을 거의 채운 4만5787명의 관중이 가득 메우며 인기를 자랑했다.

관중들이 보러 온 것은 무엇보다 이치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치로는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시애틀은 이치로에게 개막 2경기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약속했다. 이때부터 시애틀이 이치로를 기용할 생각 없이 도쿄 경기 홍보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이치로가 시범경기에서 타율 8푼(25타수 2안타)으로 침묵하면서 도쿄 경기 후 은퇴에 대한 의견이 더욱 커졌다.

이날 이치로가 교체 선수로 경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많은 팬들이 그를 보러 도쿄돔에 왔겠지만, 팀의 배려였는지 이치로는 9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결과는 1타수 무안타 1볼넷. 그리고 이치로는 예상보다 일찍 4회말 수비 때 교체됐다. 구름 관중은 이치로를 위해 박수를 보냈다. 시애틀은 물론 오클랜드 벤치도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치로는 교체 후 감독과 포옹했다.

▲ 교체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스즈키 이치로.

20일 '데일리스포츠'는 "이치로의 교체는 '설마 한 전개'였다. 우익수 수비 위치로 향하던 이치로가 교체 사인을 받고 돌아오자 장내가 술렁거렸다"고 전했다. '더 페이지'는 "이치로의 4회 교체는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 스탠드의 관중들은 망연자실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의미심장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치로는 가벼운 표정이었다는 게 현지 보도. 더 페이지는 "이치로는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더그아웃에 돌아가 모든 사람과 악수하고 포옹했다"고 전했다. 시애틀 시절 이치로와 함께 했던 밥 멜빈 오클랜드 감독은 경기 후 "그의 주변에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는데, 위 매체는 "야구인으로서 이치로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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