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삼성동, 김민경 기자/송경택 영상 기자] "사인 받으실 거에요? 가만히 서 있으면 못 받아요 말을 해야 알죠(웃음). 셀카도 됩니다."
2019 MYCAR KBO 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린 21일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행사 전 팬사인회부터 현장을 유쾌하게 만든 선수가 있었다. 명실상부 두산 베어스 '미디어데이 1선발' 유희관이 주인공. 유희관은 건너편에 있는 옛 동료 양의지(NC 다이노스)에게 찾아가 "역시 양의지 인기 많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유희관은 주장 오재원이 허리 치료를 받아야 해 '대체 선발'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유희관은 "내가 개막 미디어데이에 나왔을 때 팀이 우승을 많이 했다. 권명철 수석 코치님께서 '네가 나갔을 때 우리가 우승했다'고 강조를 하셔서 (오)재원이 형 대신 나왔다. 개막 전에 팬분들과 만나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왔다"고 이야기했다.
특유의 넉살이 이어졌다. 유희관은 "미디어데이에 내가 빠지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나오게 된 이상 질문이 오면 재미있게 답변할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유희관은 두산 대표로 외야수 정수빈과 함께 참석했다. 정수빈과 우승 공약 등 미리 입을 맞춰둔 내용이 있는지 묻자 "(정)수빈이가 워낙 말이 없다. 안그래도 오기 전에 걱정이 많더라. 감독님께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 수빈이한테 '재미 없는 애 왜 데리고 왔냐'고 했다고 걱정이 많더라. 수빈이는 말은 적어도 두산에서 인기 있는 선수다. 수빈이랑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두 선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짓궂은 질문에도 재치 있게 대응하는 호흡을 보여줬다. 한 팬이 정수빈에게 '투타 겸업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김대한이 야수를 선택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정수빈은 "(김)대한이가 야수한다고 했을 떄 투수를 하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대한이가 워낙 재능이 뛰어나서 인정한다. 나도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한이가 야수를 한 게 싫었다"고 답하며 웃었다.
그러자 유희관이 "대한이가 야수를 한다고 했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한이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도 수빈이가 입단 동기라서 수빈이가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어받으며 재치 있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진지한 순간도 있었다. 유희관은 5선발로 낙점된 소감과 새 시즌 각오를 말할 때는 웃음기 없이 진심을 이야기했다.
유희관은 "5선발이 됐다고 마냥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책임감을 느낀다. (장)원준이 형과 캠프부터 경쟁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두 선수가 잘해야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면 어렵게 잡은 자리인 만큼 놓치지 않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나서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두산도 2년 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야구 실력 이상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같다. 과분한 사랑도 많이 받았고, 두산에서 좋은 성적을 써내려간 것 같다. 한 시즌 부진했다고 생각하고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선발이 당연한 게 아니고 감사하고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 경기마다 한국시리즈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