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정상 역을 연기했다. 제공|ARK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우영 기자]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건 쉽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도 후련하고, 상대도 더 쉽게 이해한다. 반대로 감정을 숨기고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건 쉽지 않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면 시청자들에게도 시각적으로 더 와닿기 때문에 표현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때문에 감정을 눌러 담는 캐릭터는 도전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는 도전이었다.

이시영이 연기한 쌍둥이 동생 이화상은 불같은 성격을 가진 반면 전혜빈이 연기한 이정상은 차가운 얼음에 가까웠다. 자기 할 말만 딱하고 끊어버린다. '얼음마녀', '팩트폭격기'라는 별명은 이런 모습에서 붙었다. 그러면서도 이풍상(유준상)과 단둘이 있을 때만 감정을 보여준다.

이정상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어려운 캐릭터라는 건 분명하다. 도전이 어려웠지만 전혜빈은 흔들리지 않았고, 한층 더 탄탄하고 물오른 연기로 이정상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혜빈의 활약 속에 '왜그래 풍상씨'는 최고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하며 종영했다.

▲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정상 역을 연기했다. 제공|ARK엔터테인먼트

지난 14일 '왜그래 풍상씨'가 종영했지만 여전히 전혜빈은 이정상에 빠져있었다. 대본을 볼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과 가족 같이 지냈기 떄문이다. 21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혜빈과 '왜그래 풍상씨'를 선택한 이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혜빈에게 있어 '왜그래 풍상씨'는 기적처럼 찾아온 작품이었다.

"'왜그래 풍상씨', 기적처럼 찾아온 작품이에요."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를 제안 받기 전, 이미 출연하기로 한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진형욱 PD의 설득과 마침 하려던 작품이 연기되면서 '왜그래 풍상씨'를 잡을 수 있었다. 전혜빈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보통의 미니시리즈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 다뤄지는데, '왜그래 풍상씨'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대본이 재밌었지만 사실 이정상은 제가 피하고 싶었던 캐릭터에요. 무뚝뚝하고 차가운 캐릭터를 많이 했기에 따뜻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죠. 이화상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없었어요."

"사실 '왜그래 풍상씨'를 하기 전 출연하기로 한 작품이 있어서 거절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미팅에서 진형욱 PD님이 설득하셨고, 먼저 하기로 한 작품이 연기되면서 '왜그래 풍상씨'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제게는 기적 같았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고, PD님께서 '이정상은 전혜빈'이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배우 이시영(왼쪽)과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에서 각각 이화상, 이정상 역을 연기했다. 제공|KBS

"처음에는 어려웠던 이정상, 완벽하게 이해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풍상씨네 다섯 남매 중 이정상은 이화상과 쌍둥이다. 하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이화상이 불이라면, 이정상은 얼음이다. 쌍둥이 자매지만 성격은 극과 극이기에 다툼도 많고, 으르렁 거리는 장면이 많았다. 유독 바람 잘 날 없는 형제들 중 이름처럼 가장 이성적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은 슬픈 캐릭터는 전혜빈에게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팩트폭격기'라는 별명처럼 로봇 같아요. 말을 딱딱 끊어서 해요. 문영남 작가님이 이정상은 로봇 같아야 한다고 했고, 자기 할 말만 하고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고 하셔서 처음에는 캐릭터 잡기가 어려웠어요. 이화상과는 정반대죠.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이정상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제가 이해를 했던 건 이풍상(유준상)에게 이화상이 유부남과 만난다고 사실을 폭로해 머리를 맞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 눈물 흘리면서도 할 말은 조곤조곤 다하잖아요. 그 장면으로 이정상이 만들어졌어요. 서서히 스며들었고, 장면들을 통해, 연기를 하면서 완벽하게 캐릭터를 이해했어요."

▲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정상 역을 연기했다. 제공|ARK엔터테인먼트

"문영남 작가는 예술가…대본에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왜그래 풍상씨'는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을 집필한 문영남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대본을 촘촘하게 쓰는 걸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는 그대로를 표현해주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발표회 당시 유준상도 "대본 리딩 후 방과 후 수업, 보충 수업을 받을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대본에 모든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전혜빈 역시 방과 후 수업을 받으면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문영남 작가님은 예술가에요. 캐릭터를 손으로 낳으셔서 그런지 정말 디테일해요. 저희에게 정답을 알려주세요. 흉내만 잘 내도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드라마를 찍으면서 캐릭터를 대본에 나온 그대로 잘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고 쉽지 않은데 하면 할수록 제 색깔이 된다는 게 느껴져요. 작가님이 그 캐릭터의 마음을 어쩌면 저렇게 깊게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장면이 많았어요."

"'왜그래 풍상씨'가 막장? 내 생각은 NO…처음부터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작품."

진형욱 PD의 연출력, 문영남 작가의 촘촘한 대본, 배우들의 열연이 만난 '왜그래 풍상씨'를 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점점 사랑을 받은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14일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다소 답답한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일부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라고 했지만 전혜빈은 동의하지 않았다.

"'왜그래 풍상씨'는 처음부터 사랑 받을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에요. 보시는 분들은 답답하겠지만 캐릭터들이 모두 주변에 인물들이에요. 그런 인물들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 위해 강렬한 장면을 넣은 건 있지만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질이 좋지 않고,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아무렇게 하는 장면들은 없어요. 결국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서로를 이애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에요."

"막장 드라마라는 단어가 나온건 답답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드라마를 지칭하는 단어는 특별하게 없거든요. 그래서 막장 드라마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같아요. 갈등 구조가 높아져야만 해소 됐을 때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오잖아요. 그런 장치였을 뿐, 막장 드라마는 '왜그래 풍상씨'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정상 역을 연기했다. 제공|ARK엔터테인먼트

"'왜그래 풍상씨'로 시작한 2019년, 든든한 기분이에요."

전혜빈은 아직 '왜그래 풍상씨'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주변에서 아직도 "잘 봤다", "너무 슬프더라" 등의 반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호흡을 맞춤 배우들과도 부산으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고, 계속 만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시작이 좋은 전혜빈이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그걸 실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났다는 게 행복해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고 있어요.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로 2019년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든든한 기분이에요.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wy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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