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유준상(50)이 풍상이었다. 

지난 14일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가 종영했다. 평생을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의 가장 풍상씨 이야기는 복장 터지는 답답함, 미련한 헌신, 눈물 나는 가족애와, 통렬한 반성, 그리고 눈부신 해피엔딩이 함께했다. 풍상이와 함께 울고 웃은 시청자들은 2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최고시청률로 화답했다.

다섯 남매의 장남, 풍상씨(유준상)는 사고뭉치 네 동생, 둘째 진상(오지호), 쌍둥이인 셋째 화상(이시영)과 넷째 정상(전혜빈), 막내 외상(이창엽)을 건사하느라 스스로는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내 간분실(신동미)이 속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는 바보이기도 했다. 간을 이식받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도 저보다 동생과 가족을 먼저 생각한 먼저 생각한 장남이었다.

세련된 서울 깍쟁이 이미지는 어느새 훌훌. '얼굴이 풍상이네'라던 작가의 말을 드라마를 보고서야 공감하게 한 주인공 유준상은 배우로서의 넓은 스펙트럼과 우직한 저력을 입증했다. 사연도 개성도 가지가지인 캐릭터들을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넓은 가슴으로 품은 풍상씨는 참 유준상을 닮았다. 


▲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왜그래 풍상씨'가 큰 사랑을 받았다. 6%대로 출발해 시청률이 22.7%까지 상승했다. 

"힘든 상황에서 출발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걸 보며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결국 이야기로 되는구나…. 다들 열의가 대단했다. 매회, 끝나는 날까지 대본리딩을 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대본이라도 토씨 하나 말투 하나에 따라서 뉘앙스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글을 쓴 작가님이 그걸 정확히 설명해주시고 '이런 느낌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이런 느낌이겠지' 하는 것과 다르다. 저는 그것을 또 현장에서 저답게 섞어서 만들어갔다. 다들 열심히 했다. 오지호씨랑 저는 방과후 수업도 많이 받았다. 지호 씨는 리딩할 때도 울면서 한다. 다들 대본 10장, 15장 짜리를 NG 한 번 안 내고 하니까 스태프가 박수를 쳐주시고. 다들 어떻게든 해냈다."

-유준상이 '풍상씨'를 연기했다. 혹시 유준상을 두고 쓴 이야기인가. 

"(문영남 작가) 선생님이 저를 보자마자 '풍상이네, 얼굴이 풍상이네' 하셨는데, 방과후 수업을 들었다.(웃음) 칭찬받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읽으면 안 되는데' 하시고. 마침 뉴욕으로 떠날 일이 있었는데 전날 선생님과 3~4시간 대본을 읽으며 체크했다. 비행기를 타는 내내 연습하고 2번째 리딩 때는 합격점을 받았다.(웃음)"

-뜻밖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세련되고 댄디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처음이다. '제가 얼굴이 풍상입니까?' 그랬다. 하면서 많은 얼굴이 담기게 되더라. 작가 선생님, 감독님께 감사하다. 제게 없던 새로운 얼굴을 잡아주셨다. 너무 춥고 너무 배고파하던 얼굴이 나왔다. 연기에 몰입해 있으니까 제 얼굴이 아니더라. 공연을 할 때는 제 얼굴을 못보지 않나. 방송 드라마를 통해 저에게 없었던 얼굴을 보게 됐다."

▲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손톱 밑의 때, 단벌 가까운 옷도 눈길을 모았다. 

"'장갑 없이 맨손으로 일하는 거예요, 손톱에 때가 늘 있는 거예요' 거기에 꽂혔다. 감독님이 자동차 정비하다 손톱이 죽은 걸로 하자고 해서 손톱 하나는 까맣게 칠했다. 저도 그래야 연기가 잘됐다. 옷은 기왕이면 처음부터 한 벌로 하고 싶었다. 오래 함께한 코디네이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같은 옷 두 벌을 준비해 계속 입었다. 어느 순간 되니 사람들이 '제발 갈아입으라' 했다더라. 저는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 실제로도 마음에 드는 옷은 두 벌 사서 계속 입고 다닌다."

-기막히는 동생들에게 헌신하는 장남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답답해하기도 했는데, 본인은 답답하지 않았나.
  
"저런 입장이라면 저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도 20대부터 가장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데 책임감이 있었다. 자식처럼 키운 동생들이라 방식을 몰랐던 것 뿐이다. 저대로는 동생들 엇나가지 말라고 한 것이 상처를 준 지도 모르고.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참 공감을 했다. 시청자들이 답답하다 하셨을 땐 고민이 되더라. 보여주려면 그 사람들이 처한 끝으로 가야 한다. 그런 지점에서의 막장이었을지 몰라도 말도 안되는 건 아니다. '말도 안돼' 하며 연기한 적은 없다. 충분히 공감하고 연기했고,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풍상이가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그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스스로 그간 사과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란 어렵구나 새삼 느꼈다. 그런 이야기를 작가님은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흔히 생각하는 옛날 세대, 엄마들 이야기를 가져와 우리 상황을 교묘하게 엮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배우 입장에선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답답하고 힘들었다는 반응에서 벗어나 좋은 이야기로 마무리한 것 같다 더 좋다."

▲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동생들 중 가장 '역대급'은 누군가? 풍상이는 몰라도 유준상은 화날 수 있지 않나.

"진짜 다 역대급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할 정도다. 제가 한 번 소리를 치지 않나. 그러고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사람'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났다. 어떻게 저런 풍파를 겪나 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가 선생님이 각오해야 할 거라 했던 게 어떤 뜻인지 느껴졌다. 하지만 다 받아들였다. 풍상이로서 받아들였다."

-그래서 아내 '간분실' 안됐다고, 풍상이 너무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속이 터졌을 것이다. 저는 제 임무에 충실하느라 그 이야기는 나중에 전해듣고 알았다. 제가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형님, 지금 욕먹고 계십니다' 그러더라. '내가 왜?' 그랬다. 분실이한테는 '남편 욕먹는다는데 좋냐' 이러기도 하고. 그만큼 캐릭터로 봐주시는 거니까 괜찮았다. 다들 그랬다. 이 팀에서 자기 이미지 좋아지려고 연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국민남편'에 등극한 데 이어 이번엔 '국민장남'이 됐다. 

"'국민장남' 맞는 건가?(웃음) 기분좋다. 관심 갖고 재미있게 보셨다는 거니까, 저뿐 아니라 출연한 배우들이 자긍심이 생겼을 것 같다. 오랜만에 화제작이 나오고 배우들도 어딜 가도 드라마 이야기를 들으니까. 배우로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긴 호흡도 아니고 미니시리즈인데 짧은 시간 안에 반응을 얻는 게 쉽지 않다. 감사한 일이다. 저한테는 '동생들 그만 놓으라' '내려놓고 분실이랑 딸 이중이(김지영)나 신경쓰라'고 많이 얘기해 주시더라. '간 내가 줄게, 분실이한테 잘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웃음)

▲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풍상씨에게 누가 간을 주는지가 내내 화제였다. 혹시 알았나? 해피엔딩은 예상했나?

"대본 보고야 알았다. (작가님께) 간은 누가 주는 겁니까, 하니 그 이야기는 하셨다. '풍상이는 안 죽을 거야.' 그걸 알고 나니 다른 누가 죽나 해서 배우들이 계속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도록 하신 것 같다. (해피엔딩인) 마지막회 대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간을 정상이 화상이가 주는 것도 기분 좋았다. 두 사람이 줄 거라고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독님은 '간보고'(박인환)가 준다고 하셨다. 돌아가시면서 주실 것 같다 하셔서 '너무 슬프네요' 했는데. 감독님은 얘기하신 게 다 틀렸다. 스태프끼리도 추측이 난무했다. 이름이 '간분실'(신동미)이라서 '전달자'(이상숙)라서 다 준다고 하고. 보면 전달자 선생님이 '간 이야기만 한다. '간이 안맞아' 이러며. 저는 모르니까 만날 물어보기만 했다."

-공교롭게도 다른 KBS 드라마에서도 '간 이식'이 등장하면서 논란 아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간은 우리가 먼저인데. (웃음) 저희 드라마는 시놉시스부터 간 이식를 주요한 이야기로 놓고 썼다. 우연히 그렇게 되니 함께 화제에 올랐던 것이다. ('하나뿐인 내편'에 출연한) 최수종이 형님 간을 저에게 주라고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 KBS2 '왜그래 풍상씨'이 유준상. 제공|나무엑터스
-극중에서는 지긋지긋했지만 현장은 좋았다더라. 남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어땠나. 

"정말 좋았다. 실제 가족에서도 둘째가 중요하다. 표시도 안 나고 힘든데, 여기서도 둘째 진상 오지호가 많이 해줬다. 저도 많이 의지했다. 진상이가 진상 짓은 해도 웃기지 않나. 그런 역할을 지호가 정말 열심히 해줬다. 진짜 동생들이 생긴 기분이다. 시청률 공약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가 엉겁결에 '넘으면 뭐? 뭐?' 하고 있을 때 지호가 '봉사활동 하겠습니다' 그랬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15%가 진짜 넘어서 진짜 봉사활동을 했고, 다음엔 시영이가 20% 넘으면 또 봉사하겠다고 했는데 또 20%가 넘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드라마 하나를 하면서 두 번 봉사활동을 하고, 끝까지 리딩연습을 했다. 현장에서도 밤샘을 없애려 계속 노력했고, 정말 좋은 분위기에서 다들 오직 작품을 위해 애썼다. 좋은 팀이었고 서로서로 고마웠다. 의미있었던 작품이었다."

-유준상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어떤 드라마가 될까. 

"드라마 초반 스태프 누군가가 그랬다. '선배님의 인생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짧은 미니시리즈 안에서 인생작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 인생작 같은 느낌이다. 짧은 시간이라면 짧은 시간, 긴 사간이라면 긴 시간을 풍상씨로 올인해서 보냈다. 후회없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나누며 이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스스로도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 제가 (진형욱) 감독님과 나이가 같다. 감독님이 '우리가 새로운 한 살이에요' 하시더라.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한 살이네요 감독님. 새롭게 맞이해야 하겠네요'라고 하며 의지했다. 또 다른 한 살을 맞이하는 시작하는 작품인 것 같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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