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첫 경기에서 데뷔승을 따낸 SK 하재훈이 완벽한 출발을 알렸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상황은 박빙이었다. 상대는 쟁쟁한 타자들이었다. 실투 하나가 용납되지 않았다. 1군 무대 첫 등판을 한 투수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환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재훈(29·SK)은 그냥 신인이 아니었다. 자신감도, 배짱도, 무엇보다 실력이 있었다.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 경기에 4-4로 맞선 7회 등판한 하재훈은 시작부터 140㎞대 후반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그것도 유인구가 아니었다. 한가운데 보고 던졌다. “칠 테면 쳐봐라”는 배짱이 느껴졌다. 기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KT 핵심 타자들인 강백호 로하스 유한준을 차례로 이겨냈다.

하재훈은 경기 후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타자가 3번인지, 4번인지 신경 쓰면 안 된다. 내가 상대의 기를 누른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전혀 떨지 않았고, 자신의 공을 믿었다. 

레퍼토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최고 151㎞가 나온 포심패스트볼을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파울이 많이 나왔다. 여기에 가장 자신 있는 결정구인 커브로 헛스윙과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하재훈은 “첫 등판이니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찍어 넣었다. 그래야 내가 잘 던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주무기인 커브를 숨긴 것에 대해서는 “여기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첫 등판에서 1이닝 퍼펙트 무실점, 그리고 데뷔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몇 안 되는 사례가 됐다. 화려한 결과다. 이는 과정에 숨겨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재훈은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준비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투수 전향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준비기간은 길었다”고 했다.

해외 유턴파인 하재훈은 주로 야수로 뛰었다. 해외파 공개훈련 당시에도 10개 구단은 하재훈을 외야수로 체크했다. 하지만 SK는 달랐다. 이미 일본독립리그에서 하재훈의 투수 가능성을 테스트한 뒤였다. 확신을 가지고 투수로 뽑았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하재훈도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화에서 투수로 변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데뷔전 승리투수는 5개월 동안의 어렵고, 혹독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방심도 자만도 없다. 이제 딱 한 번의 등판을 마쳤을 뿐이다. 하재훈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했던 것이 오늘의 승리를 만들었다”면서 “스타트가 좋은데 이를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첫 승의 흥분은 이제 기념구에만 남겨둔 채, 하재훈이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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