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재 기자 '블루 드래곤' 이청용



[스포티비뉴스=울산, 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을 향해 새 출발을 알린 벤투호의 평균 연령은 25.7세다. 이번 3월 A매치 2연전을 기준으로 맏형은 '최투지' 최철순(32, 전북 현대)이고 막내는 이강인(18, 발렌시아CF)이다. '띠동갑'도 넘는 사이다.

젊은팀은 경기력도 나이대와 비슷하게 나온다. 한참 공격을 퍼붓지만, 골이 터지지 않으면 초조하게 경기를 운영할 우려가 있다. 때로는 상대의 한 방에 얻어맞고 쓰러져 회복 불가의 상황도 있다.

20대 중반의 혈기 넘치는 벤투호는 기성용(31,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31, 아우크스부르크)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경험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도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뒤 토너먼트에서 애를 먹었다. 8강 카타르전에서 줄기차게 압박, 공격하고도 0-1로 무너진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적절하게 있어야 팀이 안팎에서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다.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은 베테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경기였다.

그 베테랑은 이청용(31, 보훔)이었다. 후반 24분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41분 홍철(수원 삼성)의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독수리가 먹이를 찍어 누르는 것처럼 탄력 넘치는 점프로 헤더 슈팅, 골망을 가르며 1-0 승리를 안겼다.

골 장면에서 이청용은 페널티지역 밖에 있다가 순식간에 볼의 궤적을 확인한 뒤 안으로 뛰어오면서 점프해 골망을 갈랐다. 누리꾼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빙의 점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던 A팀 감독은 익명을 전제로 "주장 손흥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이청용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에게도 직언할 수 있는 존재고 당연히 그렇게 하리라 본다. 전술적으로도 경기 조율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역할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희재 기자 볼리비아전에서 머리로 결승골을 넣은 이청용

권창훈도 "(이)청용이 형의 능력을 다 알고 있다.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기회가 오면 집중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며 본보기가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청용은 늘 그렇듯 자신보다 팀을 생각했다. 고비에서는 항상 이청용의 활약이 있었다. 그는 "아시안컵 이후 많은 역할을 했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졌다. 나까지 빠지면 후배들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하는 것이 기쁘다"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종종 솔직한 이야기로 팀 결속에 애쓰는 이청용이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이 2-1 신승으로 끝난 뒤 "대표팀에 대화가 부족하다"며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나고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인 상태가 된 뒤였던 9월 베네수엘라,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앞두고는 "아직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대표팀이) 어떤 분위기일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A매치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한축구협회의 일 처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본분은 충실히 했던 이청용이다. 주장 기성용을 음지에서 도우며 후배들을 끌고 갔다. 러시아월드컵 직전 부상과 경기력 부진으로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뒤에도 대표팀을 걱정했다.

이번에도 이청용은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볼리비아, 콜롬비아전은 아시안컵 8강 탈락 후 첫 경기다. '세대교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는 "아시안컵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을 봤으면 한다. 더는 월드컵 1년 전 (감독이) 교체되고 경질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몸이 허락하는 한 (벤투 감독과) 함께 하겠다"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여론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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