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골문과 가까워지니 슈팅 기회가 늘었다.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은 3월 22일 볼리비아와 친선 경기에 스트라이커로 출전했고, 6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팀이 기록한 전체 22개 슈팅 중 27%를 차지했다. 유효 슈팅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기회는 있었는데 결정력이 아쉬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9년 AFC(아시아축구연맹) UAE 아시안컵을 마친 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숙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논했다. 아시안컵 후 첫 A매치에 투톱이 가동됐다. 손흥민과 지동원이 전방에 선발로 나섰고, 후반전에는 지동원 대신 황의조가 투입됐다.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삼았던 벤투 감독은 기조는 유지하되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볼리비아전에 쓴 4-1-3-2 포메이션은, 투톱 중 한 명의 위치 이동, 중앙 미드필더의 스위칭 플레이에 따라 4-2-3-1 포메이션고 3-4-3 포메이션으로 자연스러운 변환이 가능하다.

기량적으로도 한 수 아래인데다 장거리 비행으로 체력까지 온전하지 않았던 볼리비아는 벤투호의 전술 변화가 효과적인지를 가늠할 척도가 되기 어렵다. 지난해 네 차례 국내 친선 경기의 내용과 결과아 아시안컵 본선의 내용과 결과와 연결되지 못한 점을 잊어선 안된다. 
▲ 주세종이 중원 볼배급의 중심이었다. ⓒ한희재 기자


◆ 슈팅+드리블 늘어난 'SON 톱' 효과, 기성용 은퇴 후 빌드업 중심은 주세종

22개의 슈팅 기록으로 알 수 있듯 볼리비아전 내용은 화끈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다수 들어온 대표팀의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했다. 많은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아슬아슬한 경기를 했다. 교체로 들어와 헤더로 득점한 이청용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0-0 무승부로 끝나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주목할 것은 기성용과 구자철이 은퇴한 이후 벤투호의 리빌딩 방향이다. 누구도 기성용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는 없다. 벤투 감독이 택한 빌드업 미드필더는 4-1-3-2 포메이션에서 1에 배치한 주세종이다. 포백 앞에서 볼 배급을 주도한 주세종은 볼리비아전에 99회의 패스를 기록했다. 경기 최고 수치다. 

팀트웰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많은 패스를 시도하면서 91.92%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진패스도 7회로 가장 많았다. 주목할 점은 전환패스다. 공을 소유하고 내려선 상대 팀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사이드 체인지를 통해 상대 블록을 흔드는 것이다. 주세종은 6회의 전환 패스를 기록하며 이 임무도 충실히 수행했다. 

슈팅으로 연결한 키패스도 두 차례 기록한 주세종은 슈팅도 두 차례 했고, 크로스 패스도 무려 12회나 시도해 풀백 홍철(11회)보다 많이 시도했다. 성공한 크로스는 두 차례 뿐이었지만 중원에서 측면으로 이동해 크로스를 시도하며 다양한 종류의 패스로 공격진을 지원했다. 주세종은 활동범위가 넓고 중장거리 패스에 능하다. 기성용보다 체구가 작지만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세종의 중원 파트너로 나선 황인범은 침투 패스(4회)를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이 기록했다. 주세종보다 한 칸 앞에서 빌드업 과정을 담당한 황인범은 여러 차례 좋은 패스를 찔러 넣으며 한국 공격의 속도감을 높였다. 아산 무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주세종과 황인범의 중원 조합은 기성용-구자철 이후 벤투호의 중원 콤비로 가능성을 보였다.

▲ 손흥민이 전진한 2선 영역은 권창훈이 활약했다 ⓒ한희재 기자


◆ 손흥민 전방 이동, 권창훈이 2선 중심

손흥민은 한 칸 앞으로 올라가면서 드리블 기회도 많이 가졌다. 8번의 돌파를 시도해 7번이나 성공했다. 손흥민이 전진하면서 2선의 핵심은 권창훈이 담당했다. 두 번의 돌파를 모두 성공한 권창훈은 3번의 슈팅, 3번의 전진 패스, 1번의 키패스, 2번의 크로스, 1번의 전환 패스와 침투 패스 등을 통해 한국 2선 공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김영권이 쉰 중앙 수비는 권경원과 김민재가 짝을 이뤘는데, 골키퍼 김승규와 더불어 많은 패스 횟수와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경기했다. 하지만 볼리비아가 전방 압박을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는가의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잘 풀렸던 공격, 부족했던 골 결정력 모두 볼리비아전이 친선 경기라는 점에서 온전한 평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두 번째 경기인 콜롬비아전에 볼리비아전의 장점과 문제점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보완할지가 중요하다. 볼리비아전을 통해 대표팀은 실전 감각을 익혔다. 콜롬비아는 더 뛰어난 선수, 더 치밀한 전략을 가진 팀이다. 벤투호가 아시안컵 이후 개선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