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제작 영상뉴스팀] '배구 여제'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의 '있음과 없음'의 차이는 터키 컵 결승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김연경이 없는 상태에서 1세트를 내준 엑자시바쉬는 2세트 중반부터 김연경을 기용했다. 이후 경기 흐름은 달라졌고 엑자시바쉬가 김연경의 친정 팀인 페네르바체에 역전승을 거두며 7년 만에 터키 컵 정상에 등극했다.

엑자시바쉬는 25일(이하 한국 시간)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터키 컵 여자프로배구 대회 결승전에서 페네르바체에 3-1(23-25 25-17 25-22 25-20)로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 2018~2019 시즌 터키 여자 프로 배구 터키 컵 결승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김연경 ⓒ 엑자시바쉬 비트라 홈페이지

엑자시바쉬는 2012년 터키 컵 우승 이후 7년 만에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또한 역대 최다인 9번째 정상에 올랐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 시절, 2015년과 2017년 터키 컵에서 우승했다. 엑자시바쉬의 유니폼을 입고 결승전에서 친정 팀을 만난 그는 터키 컵 3회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이 경기에서 마르코 아우알레오 모타(브라질) 감독은 김연경은 2세트 중반부터 출전했다. 김연경 대신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멜리하 이스메일루글루(터키)를 내보냈다. 1세트에서 엑자시바쉬는 리시브가 흔들리며 시종일관 불안한 경기를 펼쳤다. 팀의 터줏대감인 조던 라슨(미국)과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가 공격에서 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강호' 바키프방크를 꺾고 올라온 페네르바체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 김연경(가운데)과 엑자시바쉬 선수들 ⓒ 엑자시바쉬 비트라 홈페이지

엑자시바쉬는 김연경은 물론 현역 최고 왼손 거포로 불리는 보스코비치와 미국 대표 팀의 기둥 라슨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미국 출신 미들 블로커 로렌 기브마이어와 195cm의 장신 거포 괴즈데 일마즈(터키)를 보유한 '초호화 멤버 군단'이다.

그러나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김연경이 없을 경우 팀 전력은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모타 감독은 전날 갈라타사라이와 맞붙은 준결승에서도 김연경을 잠깐 기용했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 등 해결사와 살림꾼을 모두 해내는 김연경은 터키 리그와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강행군으로 지쳐있었다.

또한 유럽 챔피언스리그와는 달리 터키 리그와 터키 컵은 외국인 선수 동시 출전이 3명으로 제한됐다. 엑자시바쉬는 주전 미들 블로커 베이자 아리치(터키)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베이자 대신 외국인 선수인 기브마이어를 투입할 수 밖에 없었던 엑자시바쉬는 연보라 트리오(김연경-보스코비치-라슨)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2세트에서 모타 감독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미들 블로커에 기브마이어 대신 2000년 생인 어린 선수인 메르베 아틀리어(터키)를 투입했다. 그리고 멜리하를 빼고 김연경을 코트에 내보냈다. 경험이 없는 어린 미들 블로커를 내보내는 대신 연보라 트리오를 제대로 써보겠다는 의지였다.

이 결정은 팀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연경이 들어오자 리시브 부담을 덜은 라슨은 공격과 수비가 살아났다. 결정타를 혼자서 책임졌던 보스코비치도 김연경의 탄력을 받았다. 김연경은 세트 막판 보스코비치와 해결사로 나서며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렸다.

공격과 수비 리시브 그리고 블로킹에서 김연경의 효과를 본 엑자시바쉬는 2세트와 3세트 그리고 4세트를 차례로 따냈다. 2세트 중반부터 코트에 들어간 김연경은 16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무려 63%였다.

▲ 2018~2019 시즌 터키 여자 프로 배구 터키 컵 결승전에서 23득점을 올린 티아나 보스코비치 ⓒ 엑자시바쉬 비트라 홈페이지

보스코비치는 팀 최다인 23득점을 기록했다. 라슨도 16득점을 올렸고 연보라 트리오는 55점을 합작하며 2012년 터키 컵 우승 이후 7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번 터키 컵 우승으로 김연경은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실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남은 것은 터키 리그 우승이다. 정규 리그 정상에 오른 엑자시바쉬는 29일부터 시작하는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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