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무르시아(스페인), 강경훈 통신원/ 한준 기자] "마음가짐부터 다릅니다. 리베리랑 같이 뛰는데 더 많이 뛰고 더 빼앗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은 고민이 많다. 20세 이하 연령의 우수 선수들이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22세 이하 대표팀의 올림픽 예선, 성인 대표팀의 3월 A매치에 차출되었다. 스페인 무르시아 전지훈련에 이강인(18, 발렌시아), 조영욱(20, 서울), 엄원상(20, 광주), 전세진(20, 수원), 이재익(20, 강원) 등 프로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22일 새벽 치른 우크라이나와 무르시아 전훈 첫 평가전에서 0-1로 석패했다. 우크라이나는 2018년 UEFA U-19 챔피언십 4강에 오르며 U-20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차지한 다크호스다. 전반 5분 선제 실점했으나 이후 경기 내용이 좋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20세 이하 대표팀의 자원을 월반해서 쓰는 상황은 한국 축구 전체로 보면 호재다. 그렇다면 현재 20세 이하 선수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티비뉴스는 프랑스와 26일 새벽 2시 킥오프하는 두 번째 평가전을 앞두고 무르시아 현지에서 정 감독을 만나 물었다. 정 감독은 가감없이 답했다.
"현재 22세 이하 팀에 20세 이하 선수가 4~6명 정도 있습니다. 그 선수들이 아무래도 18세부터 2년 동안 꾸준히 같이 해왔어요. 경험 면에서는 그 선수들이 23세 선수들보다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가, 유소년에서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올라가는 부분들,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연령대 선수들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골든 에이지 시스템을 통해 발전시킨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런 선수들이 더 많은 경험을 갖게 되면 개인적인 능력들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20세 이하 대표팀에 속한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체계적으로 전국 단위의 유소년 선수를 육성해 배출한 첫 세대다. 이들의 전술 이해력과 기술력, 기본기는 선배들 못지않다. 연령별 대표팀이 원하는 축구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미 성인 대표팀 물망에 오른 유럽 1부리그 선수, 이강인과 정우영이다. 두 선수는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 중심 선수다. 이강인은 성인 대표팀에 차출됐고, 정우영은 무르시아 전지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벤투 감독과 포르투갈 코치진도 스페인과 독일로 날아가 두 선수를 직접 체크했지만, 정 감독은 직접 지휘하며 확인했고, 유럽에서 활약도 꼼꼼히 보고 있다. 두 선수는 국내의 다른 유망주들과 어떤 점이 다를까? 정 감독은 주변 환경의 높은 수준이 두 선수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인과 정우영 선수 외에, 지금 대표팀에 와있는 선수들도 좋아요. 좋은데, (두 선수와 다른 선수들의 차이는)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환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조기회와 아마추어, 프로는 퀄리티가 다르잖아요. 이 퀄리티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의 퀄리티가 다른 것입니다. 그런 선수들(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하면 아무래도 템포도 빨라질 겁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나 가지고 있는 퀄리티, 순간적인 부분을 눈으로도 볼 것이고 몸으로도 체험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자연스럽게 같이 훈련하게 되면 달라지는 것이죠."
정 감독은 두 선수가 발렌시아와 바이에른 뮌헨의 1군 훈련을 함께 하면서 갖고 있는 재능이 더 발전하고, 경기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성장해온 다른 어린 선수들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주변 환경과, 함께 뛰는 선수들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의 퀄리티에 있어, 주위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다름으로 인해 발전하게 되고 자기 스스로도 흡수하게 됩니다. 만약 그것이 안되면 (팀에서)떨어져 나오는 것이죠. 거기서 흡수되고 동화되면 좋은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유럽 최고 수준의 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도 증명해야 한다. 기회가 마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할 기회가 왔을 때 발전해야 또 부름을 받을 수 있고,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강인과 정우영은 그 테스트를 거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정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호흡하고 훈련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3부리그에 있는 선수들과 그 수준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딱 그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더 이상 발전이 없죠. 공부 잘하는 사람도 더 좋은 곳으로 가려는 이유가 다 그런 것입니다. 똑같습니다. 환경적인 요소가 굉장히 큽니다. 저도 선수생활을 잠시나마 브라질에서 했어요. 3부리그 이하의 지역리그 팀인데도 불구하고 달랐습니다. 분명히 다릅니다. 마음가짐부터 다릅니다. 리베리랑 같이 뛰는데 더 많이 뛰고 더 빼앗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정 감독은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의 유럽 도전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도 도전하지 못하고, 더 높은 수준을 경험하지 못하면 성장은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이 U-20 월드컵 본선 성적보다 U-20 월드컵에 꾸준히 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저희가 선수를 육성하는 측면에서 볼 때 월드컵을 선수들이 경험하게만 하는 것이 저희들(코칭스태프)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이에 우리가 다른 것은 못해줘도 17세, 20세 나이에 월드컵만 나가게 해주면, 그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이 큽니다. 지금도 월드컵을 가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와서 글로벌하게 월드컵에 나가는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월드컵 자체를 안나가면 여기(무르시아)에 올 일 도 없고,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을 이유도 없겠죠."
몇몇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 TV 중계가 되지 않아 살필 수 없는 '정정용호'는 지금 어떤 축구를 준비하고 있을까? 프랑스를 상대로는 어떤 경기를 보여줄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포티비뉴스는 무르시아 현장으로 갔다. 정 감독은 자신의 구상을 일부 소개했다.
"AFC U-19 챔피언십에 뛴 베스트 선수들이 지금은 없습니다. 프로에서의 차출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 멤버들이 없지만 U-20 월드컵을 위한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고자 합니다. 선수비 후 카운터 어택을 하는 테마를 갖고 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새로운 선수들도 봐야 합니다. 기존 선수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에도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실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경기력,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전술적으로 알고 움직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코칭스태프가 생각한 부분을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해줬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좋은 팀입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단단한 수비,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실점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비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비 후에 역습을 어떻게 빠르게, 빠른 템포를 이용해 할 수 있는지 훈련하고 있습니다.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정용 감독의 유소년 육성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2)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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