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플레이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최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조금 특별한 시사회가 열렸다.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리틀 드러머 걸' 6시간 정주행 시사회였다. 이곳에는 박찬욱 감독을 애정하는 팬들과 함께 몇몇 지인들이 참석했다.

지난 23일 정오를 조금 넘은 시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전편을 보기위해 모인 관객들이었다. 290명을 초대한 이번 시사회에는 무려 5만 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티켓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당첨자들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상영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1회부터 6회까지 전편 상영과 박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한 GV(관객과의 대화)까지 예정된 행사는 총 3번의 인터미션이 있었다. 사이사이 관객들에게는 음료과 간식이 제공됐다.

▲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시사회 현장. 이은지 기자 yej@spotvnews.co.kr

국토대장정에 나서는 마음으로 상영관에 들어섰다. 1~2회 상영 후 15분 휴식, 3~4회 상영 후 30분 휴식, 그리고 5~6회 상영과 GV사이에 15분의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쉽지 않은 관람이었다. '도전'을 외치며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는 긴 시간이었다.

상영에 앞서 박 감독은 무대에 올라 '리틀 드러머 걸'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살아남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79년 독일이다. 이스라엘 대사관 관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정보국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조사에 착수한다. 최근 몇 주간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국제적 테러 사건 중심에 팔레스타인 혁명군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테러리스트 조직의 깊은 곳으로 침투하기 위한 작전을 기획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곧이어 상영이 시작됐다. 박 감독 역시 관객들과 6시간 정주행 시사회를 함께했다. 객석 정중앙에 앉은 박 감독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작품을 감상했다. 박 감독의 주변에는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평소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류승완 감독도 함께했다.

▲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3회 관람을 기다리는 박찬욱 감독 뒷모습. 이은지 기자 yej@spotvnews.co.kr

첫 번째 인터미션과 함께 상영관에는 오렌지 향기가 가득했다. 이번 시사회를 마련한 왓챠플레이 측이 제공한 간식이었다. '왜 하필 오렌지냐'는 의문은 '리틀 드러머 걸' 속에 있다. 드라마 2회에 오렌지는 '특별출연' 수준의 존재감을 지닌 과일로 등장한다.

3회, 4회까지 연이어 관람에 성공한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학생 때 특강 듣는 기분"이라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즐거운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이후 30분의 인터미션과 샌드위치가 준비됐다. 왓챠 플레이 관계자는 "관객들의 피로감과 공복을 최대한 해소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6회까지, 6시간 정주행 시사회가 끝나자 관객들은 박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각자의 일행에게 "고생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후 1시에 시작한 정주행 시사회는 인터미션까지 포함해 오후 8시 30분이 돼서 끝났다. 15분의 휴식 후 박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가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이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GV를 위해서였다. 관객들은 관람이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박수로 그들을 반겼다.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의 시작은 영화였음을 밝히며 "처음에는 영화로 생각을 했다. 줄이면 줄일 수 있겠지만, 아까운 부분이 많았다. 영감만 받아 완전히 다른 결과물로 창조하고 싶지 않았고, 분량 문제로 드라마로 만들어야했다"고 6부작 드라마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GV 박찬욱 감독(왼쪽)-이동진 평론가. 제공|왓챠플레이

이동진 평론가가 주도한 이야기가 끝난 후 관객들이 진짜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은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국내에서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넷플릭스와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을 견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감독은 관객의 질문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말을 아꼈지만, "'리틀 드러머 걸'을 봉준호 감독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은 정확하게 밝혔다.

GV까지, 모든 행사가 끝난 시간은 오후 10시에 가까웠다. 무려 9시간 가까이 박찬욱 감독과 관객들은 함께했다. 긴 시간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을지라도 지난 1992년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한 박찬욱 감독에게도,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찬란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음은 분명한 의미있는 행사였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오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전편이 공개된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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