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 ⓒ강경훈 통신원

[스포티비뉴스=무르시아(스페인) 강경훈 통신원/ 한준 기자] "한국만 갖고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연계해야 한다. 우리만의 플레이 스타일,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는 하나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

스페인 무르시아 전지훈련으로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 스페인에서 훈련하지만 정작 U-20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이강인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은 성인 대표팀과 U-22 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예선 일정에 차출됐다. 20세 이하 선수들의 월반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정 감독 개인에겐 고민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는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역대 어느 때보다 성인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무르시아에서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정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청소년 대표팀을 오가는 선수가 다수 배출되고 있는 지금, 한국 축구의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제 어떤 감독이 부임하느냐에 따라, 어떤 연령별 팀이냐에 따라 다른 축구를 하는 시절을 끝나야 한다. 꾸준히 한국 유소년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정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설명했다.

"한국만 갖고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연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패스축구, 이탈리아는 수비축구라고 한다면, 한국은 무엇인가? 매번 투혼? 정신력? 그것은 아니죠. 우리도 우리만의 플레이 스타일, 추구하는 축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정정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정 감독은 우선 성인 대표팀을 맡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방식이 전 연령 대표팀에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벤투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부분은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스페인에 오기 전, 우리가 파주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벤투 감독이)훈련장에 매일 나왔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선수를 A대표팀에 뽑을 수 있었던 것이죠. 저는 그 것이 맞다고 봅니다. 어린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죠. (조)영욱이부터 시작해 우리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올라갔다가 왔습니다. '어, 나도 갈 수 있겠네?'라는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좋아요. 플레이 스타일도 가는 방향을 똑같이 만들어 가고, 그런 기회가 더 자주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통해야 합니다."

정정용 감독 스스로도 현역 시절 선진 축구를 몸으로 경험하기 위해 브라질 하부리그에서 뛰었다. 지도자로도 포르투갈 명문클럽 스포르팅 브라가 17세 이하 팀에서 일하며 배웠다. 끊임없이 선진 축구를 공부했다. 현장 경험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꾸준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개별적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있고, 상위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도 있지만, 선수단 전체가 향상되야 한다. 지난해 여름 U-20 대표팀은 22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 툴롱컵에 참가해 쓴 맛을 봤다. 

스페인 무르시아 전훈에서는 유럽 예선을 통과한 우크라이나, 프랑스와 경기했다. 원정 팀의 입장에서 결과를 내기 위한 실전형 훈련을 했다. 늘 더 높은 수준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다녔고, 정 감독은 그 점이 본선을 치를 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년 툴롱컵에 참가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은 유럽 팀들은 차이가 조금 있어요. 유럽 선수들의 피지컬이나 개인적인 능력에 차이가 분명히 있고, 경험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툴롱컵을 통해 그 나이대도 아닌 더 위의 연령대인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팀과 경기를 했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자체 경험만으로도 버거운 경기이고 힘든 경기였는데 그 경험만으로만 봐도 엄청난 큰 차이가 있었어요.
그 결과가 결국 우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대회에 카타르와 일본도 참가했어요. 그 팀들이 19세 아시아 본선에 가서 4강에 올라간 팀들입니다. 유럽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가기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수들과 부딪쳐 보다가 AFC 대회에 나가 아시아 선수들과 경쟁한다면 아무래도 자신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좋을 수 있어요.
축구는 아무래도 멘탈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큽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른 팀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감독이 설정한 U-20 월드컵의 목표는 무엇일까? 1983년 대회 4강 신화는 아직 전설로 남아있다. 그 이후 홍명보 감독과 고 이광종 감독도 8강을 이뤘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는 16강에서 멈췄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포르투갈 등 강호를 연이어 만나면서 선전했지만 성적표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느냐라고 했다. 열매는 성인 대표팀이 거두는 것이라며 이 단계까지 육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승리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육성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력을 쏟아야 한다.

▲ 정정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정 감독은 어떤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가 선수단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작은 목표는 선수들을 안주하게 만들고, 너무 절실한 목표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다. 정 감독은 흔히 묻는 목표 설정에 대해 매우 깊은 고민을 한 뒤 입을 열었다.

"AFC U-19 챔피언쉽 준우승을 하고 돌아왔을 때 , 공항에서 U-20 월드컵의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도자를 해보니까 기준 치를 잡아놓으면 선수들이 어느 정도 기준치에 만족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연령별 감독을 하면서 4년 동안 두 번이나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일단 월드컵 티켓을 따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따려고 집중을 하다보니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죠. 그래서 '이왕이면 크게 마음을 갖자' 하는 생각에, 왔을 때 인터뷰에서 '16강, 8강, 4강도 가능하다, 도전하겠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선수를 육성하는 측면에서 볼 때는, 월드컵을 선수들이 경험하게만 하는 것이 저희들(코칭스태프)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U-17 월드컵도 있고, U-20 월드컵도 있죠. 이 나이에 우리가 다른 것은 못해줘도 17세, 20세 나이에 월드컵만 나가게 해주면, 나가서 얻게 되는 경험이 큽니다. 월드컵에 나가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와서 글로벌하게 월드컵에 나가는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월드컵 자체를 안나가면 여기(무르시아) 올 일도 없고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을 이유도 없겠죠. 제 목표는 그것입니다. 8강, 4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육성 측면에서 17세, 20세 월드컵에 나가게 해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다만 어차피 우리가 월드컵에 나가기 때문에 목표치를 가져야 하고 기분좋게 도전하는 것입니다. 도전하고, 도전한다면 충분히 8강, 4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 무르시아에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 훈련한 정정용호 ⓒ강경훈 통신원

정 감독은 U-20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 만으로도 이미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강호와 한 조에 묶인 것은 오히려 조별리그 안에 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반가운 상황이다. 

"고(故) 이광종 감독님이 계실 때도 8강까지 갔었고, 뭐 알다시피 1983년 멕시코에서 4강도 했습니다. 쉽지는 않죠. 선수들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하더라도, 많은 경험을 갖게 하면 우리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본선은 즐기면서 경험할 수 있지만, 오히려 본선으로 가기 위해 아시아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지금 한국 축구가 더욱 긴장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라고 정 감독은 말한다. 높은 곳을 바라보지만, 치고 올라오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을 잘 살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작년이 조금 더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AFC도 만만치 않아요. 알다시피 동남아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중동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은데, 그래도 월드컵에 나가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육성이 됩니다. 그래서 경험을 갖고 월드컵에서 신나게 도전해 보는 것이죠. 기회가 된다면 성적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강, 4강 더, 한게임 한게임 일단 도전할 것입니다.  굉장히 좋은 조로 붙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즐길 겁니다.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힘들게 훈련을 하지만 아직은 힘들게 하고 결과는 즐기자'고 말할 것입니다."

▲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 ⓒ강경훈 통신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