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내가 내조 열심히 해주더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중반을 향해 갈 때였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옆 테이블에서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있던 투수 최대성(34)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우연히 최대성의 아내가 SNS에 남편의 기사와 함께 응원 문구를 남긴 걸 보고 이야기한 것. 최대성은 쑥스러웠는지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감독이 굳이 아내의 SNS 글까지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는 가벼운 농담처럼 넘겼지만, 사실은 진심이 담긴 응원이었다. 올해는 최대성이 불펜에서 한 자리를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파이어볼러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후반기에나 복귀가 가능했다.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줄 아는 최대성이 마운드에서 버텨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최대성은 절실하게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최대성을 가까이서 지켜본 두산 투수 코치진은 "정말 절실하게 훈련하는 게 옆에서 느껴진다. 공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훈련 시간이 끝나도 스스로 부족하다 싶으면 더 땀을 흘렸다. 스프링캠프 당시 최대성은 숙소 옆 테니스장에서 섀도 피칭을 하고 있는 젊은 후배들을 피해 깜깜한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홀로 섀도 피칭을 했다. 그 정도로 절박했다.
일본 연습 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6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일본에서 3경기 3⅔이닝 2피안타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시범경기 3경기 3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이 빼어나진 않았지만, 개막 엔트리에 남을 수 있는 성적이었다.
모의고사를 잘 치른 최대성은 본 경기에서 흔들렸다. 24일 잠실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3타자를 상대하면서 2볼넷 3실점(2자책점)에 그쳤다. 12구 가운데 10구가 볼이었다. 선두 타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다음 타자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는데, 3루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무사 2, 3루가 됐다. 다음 타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만루. 최대성은 이현호와 교체됐다.
제구가 흔들렸을 수도 있고, 경기가 꼬이는 바람에 멘탈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김 감독은 25일 최대성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스프링캠프 때는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면, 이번에는 강한 질책으로 메시지를 줬다.
대다수는 '역시나'라는 반응이었다. 최대성이 2004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을 때부터 해마다 반복된 일이었다는 것. 어느덧 최대성은 30대 중반이 됐고 여전히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지지만, 희망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긴 했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김강률이 돌아올 때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다. 아직 기회는 있다.
최대성은 스프링캠프 때 "야구를 시작하고 프로까지 온 과정을 되돌아보니 너무 주위의 기대에 맞추려고 내가 힘든지도 모르고 지나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고 묵묵히 공을 던져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의 다짐을 다시 기억했으면 한다. 한 경기에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섰으면 한다. 올해는 제자리에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최대성 개인과 두산 불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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