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선수협 회장으로 선임된 이대호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건일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17년 이호준이 회장직을 돌연 사퇴했을 때 선수협은 이대호를 찾았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비롯해 이대호가 가진 프로 의식과 카리스마가 선수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정중히 고사했다. 일본 프로야구와 시애틀을 거쳐 2011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국내 무대. 야구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컸다.

올해 이대호가 품은 마음도 2017년과 다르지 않았다. 이대호는 아직 롯데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수 생활 끝이 다가오니 "조급해지는 것 같다"고 지난달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털어놓았다. 게다가 은사와 같은 양상문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올 시즌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최근 선수협이 프로야구 선수 전원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회장이 됐다. 바꿔 말하면 이대호가 회장이 되어 주길 희망하던 선수협은 2년 만에 뜻을 이뤘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다른 구단 선수는 투표를 마친 뒤 "선수협 회장은 당연히 대호 형이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이대호와 친분 있는 한 관계자는 "워낙 추진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대호는 25일 기자회견에서 "후배들이 뽑아 주셔서 이 자리에 앉게 됐다. 선배들께서 잘 만들어놓은 자리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어려운 시기에 맡아서 떨리는데, 선수들의 대변인으로서, 회장으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회장직을 받아들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이대호는 사직구장에 외부에 있는 故최동원 동상에 헌화하고 고개를 숙였다. 최동원은 1988년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조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선수협 결성을 위해 싸웠다. 25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대호와 함께 한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내 아들 최동원 선수가 초대 선수협 회장으로 뽑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 선수협 회장이 공석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서운했다"며 "롯데 선수인 이대호 선수가 선수협 회장으로 당선돼 기분이 좋고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이대호는 "항상 최동원 선배님 동상 앞에 가면 숙연해진다. 롯데 선수뿐 아닌, 선수협 회장으로서 팬들을 위해 즐거운 야구, 깨끗한 야구를 하겠다. 최동원 선배가 잘 만들어 온 부분을 후배로서 잘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의 임기는 2년이다. 이대호는 KBO 총재와 면담으로 선수협 회장으로서 첫 일정을 시작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