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제작 한희재 기자] 주짓수는 때리기와 메치기, 관절 꺾기와 목 조르기 등에 기반을 둔 격투술입니다. 기본적으로 타격보다는 상대 중심을 무너트리거나 잡아던지는 그래플링 위주 무술인데요. 최근 그래플러가 UFC를 비롯한 여러 격투 단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궁금해S에서는 종합격투기 대세로 떠오른 주짓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MMA에서 흔히 보는 주짓수는 브라질리언 주짓수입니다. 브라질리언 주짓수 선구자로 꼽히는 이가 바로 그레이시 형제들인데요. UFC 공동창립자인 호리온 그레이시를 비롯해 힉슨 그레이시, 호일러 그레이시 등은 주짓수라는 무술이 실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전설입니다. 사실 UFC라는 대회 자체가 그레이시 가문 위대성과 강한 주짓수를 증명하기 위해 탄생한 이벤트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종합격투기를 읽는 중요한 코드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 대 미국' 구도입니다. 앞서 말했듯 그레이시 가문의 미국 침공이 UFC 창설로 이어졌는데요. 이후에도 두 나라의 MMA 맹주 자리를 건 자존심 대결은 반더레이 실바 대 퀸튼 잭슨, 앤더슨 실바 대 차엘 소넨 등 숱한 슈퍼 파이트가 성사된 배경이 됐죠.

▲ 카마루 우스만
이 과정에서 브라질리안 주짓떼로와 아메리칸 레슬러는 서로를 꺾기 위해 자기 무술의 발전적 해체와 재조립을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UFC 초기 무적에 가까웠던 브라질리안 주짓수를 꺾기 위해 미국 레슬러는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 더티 복싱을 레슬링과 결합했고, 주짓떼로는 이에 맞서 무에타이 타격을 주짓수에 장착해 힘을 키웠습니다.

현재 UFC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두른 11명 가운데 브라질인은 여성 밴텀급 아만다 누네스밖에 없습니다. 누네스는 여성부 최강 하드펀처로 불리지만 그 역시도 주짓수 블랙벨트로 그라운드 이해도가 상당하죠.

언제부턴가 정통 주짓떼로가 UFC 챔프 명단에서 사라졌습니다. 한때 무적을 자랑하던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쇠퇴기에 접어든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MMA는 어느 특정 무술을 깊이 파고들기보다 타격과 그래플링을 두루 연마하는 '이종 교배'가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스탠딩 타격전과 바닥 싸움에 두루 능한 파이터가 속출했죠. 많은 전문가는 이를 상향평준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현대 MMA는 특정 무술 하나만을 고집해선 살아남기가 불가능한 '만능의 시대'가 됐습니다. 주짓떼로와 스트라이커, 레슬러를 따로 구분해내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선수들은 여러 카테고리를 함께 연마하고 훈련합니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다니엘 코미어 등 스타 파이터를 여럿 지도하는 아메리칸킥복싱아카데미 하비에르 멘데즈 코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플링은 단기간에 절대 익힐 수 없다. 코너 맥그리거는 하빕의 테이크다운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실제 두 선수가 붙은 지난해 10월 UFC 229에서도 이 같은 예언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하빕은 맥그리거 못지않은 핸드 스피드와 타격 정확성을 보여줬지만 맥그리거는 '바닥 싸움'에서 하빕에게 별 대응 한 번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죠. 주짓수든 레슬링이든 그라운드 계열 무술을 먼저 익히고 MMA에 데뷔한 파이터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니엘 코미어와 존 존스, 카마루 우스만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주짓수는 현대 MMA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격술로 꼽힙니다. 최근엔 MMA로 격투기를 시작하는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땅을 장악하는 자가 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을 종합격투기 유망주는 항상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작점으로 주짓수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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