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천안, 취재 조영준 기자/영상 송승민 김동현 기자] "(우승이) 어떤 느낌인지 아직 잘 모르겠고 해 본 사람만 아는 느낌입니다. 다들 잘해줬는데 제가 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전광인(28, 현대캐피탈)은 2013년 프로에 입단한 뒤 6년간 '무관의 제왕'이었다. 성균관대 시절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를 이끌 인재로 평가받은 그는 2013년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팀 동료인 서재덕(30)과 팀을 이끌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 도드람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는 전광인 ⓒ 천안, 한희재 기자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그는 한국전력을 떠나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었다. 명문 구단인 현대캐피탈은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는 '우승에 대한 의지'였다. 수년간 우승 컵을 품에 안아보지 못한 그는 누구보다 정상 등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런 전광인이 마침내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나 '챔피언 결정전 MVP'로 변신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경기에서 전광인은 20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의 전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에도 능한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해결사와 살림꾼 소임을 동시에 해냈다. 전광인의 가세에 현대캐피탈의 전력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문성민과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헝가리)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고 중앙을 지키던 신영석도 살아났다.

그러나 전광인이 처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조별리그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전광인은 최태웅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전광인 ⓒ 천안, 한희재 기자

당시 최 감독은 작전 타임 도중 "전광인 너 (우리 팀에) 왜 왔어"라며 전광인을 꾸짖었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팀을 옮긴 전광인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꾸짖음이었다.

정규리그에서 전광인은 화려한 공격보다 궂은 일에 힘을 보태며 팀에 녹아들었다. 이러한 전광인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자 최 감독은 "전광인은 배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며 칭찬했다.

전광인의 가세로 현대캐피탈은 문성민-파다르-전광인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의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수비와 리시브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삼각편대의 위력이 한층 살아날 수 있었다.

문성민은 팀 전력을 위해 선발 멤버보다 '조커'로 활약할 때가 많았다. 전광인도 화려한 공격보다 수비와 리시브에 집중했고 이러한 희생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컵 대회 때 최 감독의 일침에 대해 전광인은 "이 팀에 오고 싶었던 이유를 자각했다. 아무 말씀도 안해주시는 것보다 그렇게 해주시는 것은 잘되기를 바라는 관심 때문이다"며 최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전광인은 "제가 리시브 영역을 넓히고 안정감을 찾으면 (문)성민이 형이 들어올 기회가 커진다. 그렇지 못할 때 '내가 이 정도의 선수였나'라는 자책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리시브를 하면서 성민이 형과 얘기를 많이 한다. 내가 받을 테니 형이 많이 때려달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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